A 스러운 것들 Things Resembling 'A'

박정선展 / PARKJUNGSUN / 朴貞宣 / sculpture.installation   2015_0911 ▶ 2015_0920

박정선_한발로 서기 Standing with 1 leg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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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홈페이지_www.jungsunpark.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본 전시는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5년 예술창작지원사업 (예술작품지원_시각예술)』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요일_12:00pm~06:00pm

공근혜갤러리 GALLERY K.O.N.G 서울 종로구 삼청동 157-78번지 Tel. +82.(0)2.738.7776 www.gallerykong.com

'A스러운 것들'의 외발 출현 ● 유리 외발 플라밍고, 무게 없는 공간 장악하기-조립 분수의 물소리 파동 2015년 『A스러운 것들(Things Resembling A)』은 '외발의 공간 장악' 재주를 주제로 한다. 잘 아는 자연현상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드로잉 탐색 과정은 이번 전시에서도 연이어 소개되었다. 가변적인 물리적 현상을 보여주는 설치 작업으로는 「1+1+1+1=1」(2014)의 선풍기 바람 대신 직접 설계하고 조립한 분수가 등장했다. 이 분수 작품은 집에 있던 일상의 접시와 유리잔을 가져다 중앙에 쇠막대를 꽂고 양은통에 세워 지속적으로 물이 흘러내리도록 설계되었다. 일부러가 아니라면 전시장에 환영받지 못하는 잡음, 말하자면 한갓 저급한 외부에 지나지 않는 물소리를 작가는 중요한 모티브로 포섭했다. 수평적 몫을 부여받은 물소리가 공기의 파동을 따라 전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박정선_한발로 서기 Standing with 1 leg_유리, 브론즈_100×70×50cm_2015
박정선_한발로 서기 Standing with 1 leg_유리, 브론즈_95×67×45cm_2015
박정선_한발로 서기 Standing with 1 leg_유리, 브론즈_80×58×43cm_2015

A스러운 것들의 출현 ● A 자리에 초대할 글자들을 떠올려 본다. 성(聖, 性)과 상(商, 像). 성스럽고 상스러운 것들은 오래된 잔상을 가진 어휘들이다. 우와! 에이! 어와 아의 한끝 차이가 고급과 저급을 오간다. 성적 이미저리와 조형적 이미지는 좀 더 현대적인 감각의 산물이다. 현대 예술은 성적 코드와 형상의 변주를 강력하게 불러낸다. 작가는 A가 무엇을 의미하든지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범주에서 A 자리의 익명성에 주목한다. 무엇이든 거주할 수 있는 A 자리는 그래서 공백이자 만석이 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A의 익명성을 외다리로 가볍게 서는 플라밍고의 자연친화적 능력에서 찾고 있다.

박정선_Personal fountain_접시, 양동이, 구리 파이프, 수중 펌프_100×90×90cm_2015
박정선_Personal fountain_접시, 양동이, 구리 파이프, 수중 펌프_100×90×90cm_2015_부분

외발 플라밍고 눈독들이기 ● 붉은 색을 띠는 플라밍고는 홍학으로도 불린다. 가늘고 길게 뻗은 다리와 목은 땅과 하늘의 무게감으로부터 자유로운 생명체다. 외발 퍼포먼스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작가는 중력의 무게로부터 해방되는 다른 생명체의 능력을 동경한다. 외발로 서는 신체 행위의 불안정성을 그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다. 진화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플라밍고는 차가운 물속에서 얼어 죽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물속에 발을 담그고 사는 동물들은 대부분 발목에 'wonder net'이란 특수혈관계를 가지고 있다. 발끝으로부터 차가워져 몸으로 돌아오는 정맥피가 이곳에서 더운 동맥피에 의해 데워져 심장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몸체의 온도는 40도로 유지되고 다리 온도가 차가워져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 또 한 가지는 다리의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인간처럼 눕지 않는 새들에게 외발 서기는 아주 적절한 피로회복 방법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외발 플라밍고의 이미지에 눈독들이기 시작한다. 그들의 외발 서기가 인간에게는 도전하고픈 묘기이자 능력이다.

박정선_Personal fountain_접시, 양동이, 구리 파이프, 수중 펌프_50×35×35cm_2015

가볍고도 불안한 플라밍고의 공간 장악 ● 체온 유지를 위해 길게 뻗을 수 있는 목을 수시로 몸체에 파묻는 플라밍고의 자태에서 작가는 익명성을 불러낸다. 얼굴을 식별할 수 없는 플라밍고는 중력의 무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위태로운 수많은 익명의 인간들과 중첩된다. 새가 아닌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본 외발 서기는 불안함의 공포를 은연중에 내보낸다. 생태계에 적응하며 외발 서기의 달인이 된 새들은 누워 잠을 청하는 인간에게 여전히 타자일 뿐이다. 유리로 블로잉해 만든 새의 몸체는 투명성과 파괴성을 탑재한 자극 유발체다. 청동으로 제작된 가는 외다리 위에 올린 유리 몸체는 투명성에 의해 아무 것도 아닌 공백의 자리로 상징화되지만, 한편으로는 깨지기 쉬운 파괴적인 욕망의 집결체가 된다. 자신이 머무는 공간의 사물 배열관계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에너지에 집중하는 작가의 이색적 취향은 유리 외발 플라밍고들이 공근혜 갤러리 내부에 놓이는 설치과정에서도 발산된다. 가볍고도 불안한 유리 외발 플라밍고가 시멘트 바닥의 중력에 저항하거나 동시에 안착하기 때문이다. A스러운 것들이 물소리를 타고 높거나 낮게 진동하는 장악된 공간이 여기에 있다. ■ 김정현

Vol.20150912i | 박정선展 / PARKJUNGSUN / 朴貞宣 / sculpture.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