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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_12:00p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팔판동 115-52번지) B1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From Her-레알의 기술 ● Ⅰ. 19세기 이후 리얼real이라는 단어는 그 의미가 사전적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이미 어떤 정치적 입장을 지닌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이후의 시각미술에서 사실적인 표현을 할 때 그 표현들을 전자와 구별하기 위해 포토리얼리즘 등과 같은 세부적 분류를 만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리얼'은 현실의 가장 무거운 곳 저 아래의 구조적인 비판을 담고 있다는 선입관을 버리기 어렵다. 설령 작가가 그러한 인식에서 자유롭다 하더라도 리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순간 관객들은 오랫동안 정리되어온 리얼리즘의 틀 안에서 작가의 표현을 인식하게 된다. ● 한편 '레알'은 또 다른 세계다. Real이 레알이 되는 순간, 그 무게는 한 없는 가벼움의 세계로, 심지어 '레알?'이라 되묻는 순간, 그 대상에 대한 의심을 함축하면서 진실의 무게는 증발한다. 모호한 반대의 지점, 반대의 세계, 은어로서 특정지역 특정세대에 한정된, 따라서 그 성격 규정에 필요한 단어들만큼이나 전혀 다른 용법과 의미의 단어가 된다. ● 하지만 삶을 이루는 사건들은 순간순간 무게가 다르고 '버라이어티'하다. 우리가 항상 현명한 판단을 내리거나 모든 일에 기승전결이 있는 것이 아니듯, 그 '버라이어티'함을 표현하기에 전통적인 리얼의 정의와 그 표현방식은 어떤 한계를 지닌 것은 아닌지, 어떤 무게 안에 사실을 또 다른 가공된 현실로 만드는 화자와 청자 사이의 약속된 형식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때문에 리얼과 레알(은어로서의), 진짜와 가짜 사이, 그래서 진짜를 서술하는 방식으로는 설명되지 못하는 어떤 지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 이는 내가 보고 듣는 세계는 진짜인가? 한편으로는 사실(fact)을 기록하는 육하원칙은 진짜를 정확하게 서술해낼 수 있는 틀인가에 대한 작가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육하원칙에서 어떤 부족함을 느낀다면 여섯 가지 조건들 사이로 걸러진. 그 요소들은 무엇이고 이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것인가?
작가에게 있어 사건에 대한 인식은 그 순간의 감정, 그 순간의 나, 그리고 그 상황의 촉각, 환경과의 관계를 포함하는 총체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팩트가 아니라 진짜처럼 여겨지는 전체적인 느낌이 진짜로 여겨지는 상황에 가깝다. 따라서 진정한 리얼은 작가에게 있어 팩트에 관한 것이기 보다는 진짜같음(리얼리티)에 관한 것이 된다. ● 그 지점에서 작가는 가짜를 통하여 진짜 말하기를 시도하고자 한다. 이런 역설은 팩트이냐 진짜같음이냐 의 문제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종교적 서술의 경우 팩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팩트 이상의 진짜같음, 혹은 '진짜'(진실)를 읽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말하는 허구란 단순히 가짜가 아닌 사실을 기록하는 틀이 담아내지 못하는 어떤 사건의 아우라를 다룬다고 하면 되겠다. 작가는 허구적 스토리나 이미지를 통하여, 즉 소설, 영화의 장면. 직접 연출한 장면 등 가상의 상황을 통하여 real을 표현하고자 한다 ● 하지만 흥미롭게도 허구를 다루기 위해 찾은 영화 안에서 의도하지 않은 기록성과 팩트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옛 영화의 장면 사이를 지나가는 무의미한 풍경들 속에서 발견되는 허구를 지지하던 기반으로서의 아카이브는 당시 역사적 다큐가 놓쳤던 일상의 다큐였고 정사에서 누락된 일반군상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전형성은 당시 사람들의 생각까지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덤이었다. 이들에 대한 장면들을 토대로 이야기와 실제를 섞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그린다. 역사 그 자체를 직접적으로 다루기 보다는 주류의 역사서술에서 소외된 주변부, 나비효과의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고자 한다.
Ⅱ. 작가가 참고했던 영화는 50, 60년대 한국영화들이다. 한국의 50, 60년대라는 장소와 시대를 스쳐간 극한상황에서 전쟁 미망인, 양공주, 아이들의 일상이 드러내는 전쟁, 그리고 절망과 생존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 그리고 당시 여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삶에 적응하는가, 무엇보다 그녀들의 신체가 어떻게 자리 맺나를 보고자 하였다. 그녀들의 생존을 위해 던져진 몸, 이중소외된 몸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 한편 그런 한계 안에서도 피해자로서의 여성만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삶 속에서 그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아니면 욕망함을 절실히 희망하던 그래서 수동적이면서도 그 나름의 적극적인 삶을 끌어가는 또 다른 이야기의 주체로서의 여성을 그리고자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적인 측면만 강요하려는 것은 아니다. 앞서의 생각과 동시에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는 낭만적인 감성에 대한 아득한 희망을 과거의 이미지로부터 불러일으키고 싶다. 그것은 각자의 개인적인 기억들과 더불어 반복되고 증폭되는 어떤 순수에 관한 이야기였으면 싶다. ● 그런 의미에서 그림 속 이미지들이 기록과 기억, 사실과 허구의 중간 어딘가에서, 과거의 그녀로부터 보내온 편지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이지유
Vol.20150812h | 이지유展 / LEEJIYU / 李誌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