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풍선 시리즈 (2001∼2012)

김정명展 / KIMJUNGMYUNG / 金正明 / painting   2015_0717 ▶ 2015_1227 / 월~수요일 휴관

김정명_Empty_프린트에 아크릴채색_30×24cm_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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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수요일 휴관

킴스아트필드미술관 제2전시관 KIMS ART FIELD MUSEUM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동암해안길 53 Tel. +82.51.517.6820 www.kafmuseum.org

정보가 소거된 '말풍선' ● '말 풍선(speech balloon)'은 만화 속에서 대사를 담는 칸이다. 그 모양이 풍선을 닮아서 생긴 단어다. 만화에서 말풍선 속의 대사는 이미지와 함께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핵심적인 축이다. 만약 '말 풍선' 속에 '말'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더 이상 말풍선이 아니다. 정보가 사라져 버린 그 텅 빈 여백은 이미 만화도, 현실도 아니다. 언어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와 결부된 이미지마저 사라지고 나면 남는 것은 하나의 윤곽으로 이루어진 공백(空白)뿐이다. 어쩌면 그것은 미디어가 유포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미가 실종되어 버린 이 시대의 역설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작가의 작품은 그 정보와 이미지의 '영점(零點)'에서 출발한다. ● 언어 텍스트를 지우거나 비우는 것은 언어의 자체의 효용과 소통기능에 대해 근원적으로 회의하는 것이다. 결국 작가의 '말풍선'은 언어의 덧없음 나아가 세계를 떠도는 정보의 허구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그것은 진정한 소통을 위한 언어 그리고 참된 정보에 대한 열망의 역설적 표현이기도 하다. ● 말풍선은 말 그대로 가벼움의 상징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이 소거된 말풍선의 빈 여백은 무한한 침묵이라기보다 다양한 맥락과 접속이 가능한 중성적 공간이다. 원근법이 적용되지 않는 그 평면적 윤곽은 열린 가능성의 장(場)이며, 커뮤니케이션이 잠정적으로 중단되어 의미의 긴장과 대립이 해소되는 중항(中項)이다. 작가는 이 텅 빈 공간을 전방위적 상상력을 통해 변용하고 있다. 그것은 분방한 형식 실험과 '차용과 패러디'라는 미학적 전략을 동반하는 것이고, 그 모색의 범위는 개념과 상상력의 극단을 지그재그로 가로지른다.

김정명_책 Book_나무에 아크릴채색_23×33×6cm_2002
김정명_스틸_190×130cm_2003
김정명_브랜드, 섹스, 돈 그리고 뜬구름 Brands, Sex, Money and Drifting Clouds_ 알루미늄_가변설치_2007
김정명_아파트 Apartment_브론즈_106×80×20cm_2007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작품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대별할 수가 있다. 먼저 일체의 정보가 소거된 만화 프레임과 말풍선의 윤곽을 순수하게 결합시킨 작품들이 있다. 여기서 말풍선의 윤곽은 '선(線)'인 동시에 하나의 완결된 형태를 이루고, 평면인 동시에 확장을 거듭하는 공간의 속성을 지닌다. 이 작품들은 작품의 앞과 뒤, 안과 밖이 상호작용하는 개방적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공간의 맥락에 따라 그 차원과 위상학적 성격이 시시각각 변화된다. 가령 벽에 설치될 때에는 시선의 거리가 유지되는 단일한 평면이지만, 허공에서는 시각이 관통하는 3차원의 투명한 구조가 되기도 하고, 작품의 안과 밖이 뒤섞여 일체화된 부드러운 조각이 되기도 한다. ● 몇몇 작품들은 고전조각처럼 좌대와 결합하거나 커다란 책 모양으로 제작되어 환경과 자연 속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여기서 말풍선은 푸른 하늘 속에 떠 있기도 하고 연마된 스테인레스의 거울효과에 의해 관객의 모습을 되비치기도 한다. 신체가 말풍선 속으로 개입하고 외부 환경이 작품에 반영이 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그 공간 속에서 관객들은 자신만의 언어를 상상해 보거나 소통의 진정한 의미를 질문해 보기도 한다.

김정명_사각속의 뜬구름 고사관파초도_브론즈, 유채_38×29×29cm_2007
김정명_Drifting Clouds in a Square_혼합재료_31×31cm×6_2008
김정명_사각속의 뜬구름 DAMCE_브론즈, 유채_29×38×29cm_2010

두 번째 유형의 작품들은 말풍선을 일상적인 오브제와 결합시키거나 외부의 맥락을 차용하는 경우다. 여기서 작가 특유의 위트와 유머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가령 말 풍선은 몬드리안의 그림 속에서도 존재하고, 달력이나 레코드 판과 결합하기도 한다. 또 말풍선은 브론즈로 된 물감 튜브 속에서도 나오고, 철 지난 잡지나 신문만화 속에서 언어와 이미지가 소거된 채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말풍선은 소설 『전쟁과 평화』 속에 책장 속에 숨어 있기도 하고, 프랭크 스탤라의 작품이 표지를 장식한 'ART TODAY'의 책갈피에서 빠져 나오기도 한다. 그 의미는 서사의 허구성에 대한 조소이거나 제도화된 예술의 역사에 대한 비판일 수 있을 것이다. ● 작가의 작품들은 대체로 동시대의 조작적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읽혀지기도 하고 과잉 소통되는 정보 양식에 대한 반성으로 보이기도 한다. 작가의 말풍선은 동시대의 미디어 환경이나 문화를 암시하는 '최소한의 표식'이다. 동시에 그것은 제도화된 역사의 권위와 거대서사에 짓눌린 문화를 비판하는 '탈권위'와 '탈역사'의 표상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말풍선은 가치가 전도되고 물신화된 세태에 대한 풍자이고 소통의 의미가 증발한 시대에 대한 신랄한 야유이기도 하다. ■ 이동석

김정명_달력에 아크릴채색_20×15cm_2012
김정명_달력에 아크릴채색_20×28cm_2012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제 2관(기장 동암마을)에서 두 번째 김정명 전을 가집니다. 이곳에서는 작가의 50년 작업을 시리즈 별로 엮어 중 · 소형 작품을 위주로 전시할 계획입니다. 지난 첫 번째 전시회로 「내 마음의 장식장」을 책(김정명, 김동연 지음. 2014. 아트랩) 출간과 함께 겨울과 봄에 선보였으며, 이번에는 「말풍선」시리즈를 통해 여름과 가을에 걸쳐 함께할 예정입니다. ● 이번 시리즈는 작가가 노스리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California State University, Northridge)의 객원교수 시절(2001-2002) 작업한 작품들로, 귀국 후 「Empty」라는 명제로 수가화랑(2003, 부산)에서 초대전을 가져 호평을 받은바 있으며, 「사각속의 뜬구름」이라는 명제로 KBS부산 총국(2007)에서 초대전을 가지고, 이듬해 사비나 미술관(2008, 서울)에서 더욱 다양한 말풍선을 가지고 초대전을, 한가람 미술관(2008, 서울)에서는 SIPA 특별전에 초대받기도 했습니다. ● 손가락작가, 포켓작가, Yellow Line작가, 공룡작가, 책작가, 머리작가, 뼈작가 등으로 불렸던 김정명 작가는 앞선 일련의 초대전을 통해 "말풍선 작가"라는 별칭이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이는 하나의 테마를 중심으로 스케일 있는 작품을 전시마다 선보이는 작가의 색다른 발상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 그 두 번째 테마전인 「말풍선」시리즈에 담긴 미세하면서도 담대한 작가의 역량을 마음껏 가늠해 보시길 바랍니다. ■ 김동연

Vol.20150718c | 김정명展 / KIMJUNGMYUNG / 金正明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