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된 그들의 영역 Evolved in their territory

서동억展 / SEODONGEOK / 徐東億 / sculpture   2015_0602 ▶ 2015_0610 / 월요일 휴관

서동억_Pegasus wolf_스테인리스 스틸, 키캡, 레진_200×470×260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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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_11: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ARTSPACE H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29-4(원서동 157-1번지) Tel. +82.2.766.5000 www.artspaceh.com

미래에서 온 좀비들, 진화된 존재들의 역설 ● 서동억은 작업과 함께 생업으로 컴퓨터 관련 일을 한다. 이런 남다른 이력 탓에 진즉에 컴퓨터에 익숙한 편이고, 작업 역시 컴퓨터로부터 이끌어낸다. 작업과 생업이 서로 연동된 경우로 볼 수 있겠고, 보기에 따라선 미디어 시대에 걸 맞는 창작환경을 배경으로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가 있겠다. 이렇게 작가가 컴퓨터로부터 이끌어낸 것으로 치자면 키캡(컴퓨터 자판)이 있다. 키캡을 입자 삼아 하나의 전체형상을 만드는 것이며, 부분과 전체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그런, 미디어 친화적인(?) 조형을 만드는 것이다. 형식적인 혹은 소재적인 측면에서 그렇고,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컴퓨터상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중 이미지를 합성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우랄 수 있겠다. 그래서 합성 이미지를 주제화한다. 키캡을 입자 삼아 합성(합체)된 이미지를 조형하는 것이다. 그렇게 조형된 형상으로 치자면 페가수스와 울프가 합성된 페가수스울프, 푸들과 울프가 합성된 푸들울프, 산양과 개가 합성된 산양개,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는 낙타를 조형한 카멜피쉬, 해마와 박쥐가 합성된 해마박쥐, 마치 도시의 제왕인 듯 마천루 꼭대기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귀가 큰 아프리카 여우, 과일과 꽃을 합성한 벌레잡이 식충식물 에세리아나, 그리고 히아신스와 파프리카가 합성된 히아리카가 있다. 여기서 아프리카 여우의 큰 귀는 도시의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진화된 것이고, 과일과 꽃이 합성된 식충식물은 곤충을 더 잘 유혹하기 위해 진화된 것일 터이다. 그리고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도 작가는 바로 이런 진화된 존재들에 주목한다(진화된 그들의 영역이 근작의 주제다).

서동억_poodle wolf_브론즈_78×90×30cm_2015
서동억_Hyarika_브론즈_68×45×45cm_2015
서동억_camel fish_키캡, 레진_67×66×22cm_2015

진화된 존재? 아마도 그 일차적이고 표면적인 의미는 인간이 꿈꾸는 모든 것이 즉각적으로 눈앞에서 실현돼 보이는 가상현실의 매력일 것이고, 우성과 우성을 결합해 보다 강력한 신 존재를 만드는 유전자 공학의 마력일 터이다. 꿈의 산업이 불러올 장밋빛 미래라고나 할까. 그러나 섣부른 꿈은 금물이다. 어쩜 진화는 과학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신화적 사실일지도 모른다. 롤랑 바르트는 문화적 사실을 자연적 사실로 가장할 때 신화가 발생한다고 했는데, 어쩜 그런 신화적 사실의 한 버전이며 경우일지도 모른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그리고 어쩌면 작가가 진정으로 전달하고 싶은 속뜻을 이해하기 위해 그 진상을 보자. 진화된 존재로 하여금 진화하게 해주는 동력은 사실은 그리고 결국에는 인간의 욕망이다. 보다 강력한 존재, 보다 매력적인 존재, 신 존재며 신인류를 향한 인간의 열망이다(신화적 존재는 인간의 욕망이 투사된 것이고, 신화는 인간의 욕망이 지어낸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왜곡된 전체주의의 망상이 도사리고 있다. 존재를 그리고 인간을 정상(말할 것도 없이 진화된 존재가 정상으로 정의되거나 재 정의될)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그리고 정상으로 하여금 비정상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시켜주는.

서동억_seahorse bat_키캡, 레진_270×140×62cm_2015
서동억_Fennec Fox_키캡, 레진, 레드_150×50×30cm_2015
서동억_esseriana_키캡, 스테인리스 스틸_180×180×35cm_2015

작가가 조형해놓고 있는 진화된 존재들이며 사실은 합성된 이미지는 이미지 정치학을 떠올리게 한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며, 실재가 아니다. 실재는 더 이상 문제시 되지도 않고,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실재는 이미지에 의해 억압되고, 이미지가 실재를 가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이미지가 실재를 삼키고, 모든 것을 삼킨다. 작가의 진화된 존재들은 이런 현실에 대한 역설처럼 읽힌다. ■ 고충환

Vol.20150611i | 서동억展 / SEODONGEOK / 徐東億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