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0901_수요일_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_TOPOHAU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82.2.732.4293 www.topohaus.com
서동억 작가의 작업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무심하게 놓여 있는 호박덩어리들·먹기 좋게 잘려져 있는 사과조각들·색색깔의 파프리카들·만개한 꽃들은 어린아이 신장의 크기 이상으로 부풀어 올라 화려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하다. 초현실적 분위기를 뿜어내는 오브제들에 매료되어 한 발 한 발 작업실로 발을 들일수록 친숙하면서도 낯선 오브제들과 만나게 된다. 서동억의 오브제는 일견 크기를 제외하고는 어느 농가의 농작물과 다르지 않아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일정 거리를 벗어나 우리의 시선에 잡히는 그것은 분명 낯설다. 작가는 마치 구슬을 꿰듯 키보드(keyboard)의 문자키 하나하나를 이어 자신의 오브제를 수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는 과일·꽃·채소를 미술 작품의 소재로 취하는 태도는 일찍이 바로크 정물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서동억은 바로크 정물화에서처럼 '풍요'·'결실'·'부패'·'죽음'의 알레고리를 이야기하고자 하지 않는다. 문자키로 구축된 그의 오브제 각각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과 같은 오늘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표상하고 있다. 말하자면 작가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생성된 새로운 미디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등을 이용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젊은이들 소위 디지털 커뮤니쿠스(Communicus)의 세계를 자신의 작업을 통해 그려내고자 한 것이다.
「Yellow green apple」(2010)을 예를 들어 살펴보자. 연두빛을 내고 있는 사과는 마치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1898-1967)의 그림에서 걸어 나온 듯 하다. 「Pumpkin」(2010)과 「Yellow paprika」(2010)의 작업과는 달리 사과 연작과 꽃 연작은 2차원 공간의 회화적 분위기를 강조한 듯 부조로 제작되었다. 마그리트가 유화 물감을 통해 실제 사과의 이미지를 표현했다면 서동억은 컴퓨터 화면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작은 점들 픽셀의 효과를 문자키를 연이어 배열함으로써 창출해 낸다. 즉 서동억의 사과는 바로 디지털 문명이 만들어 낸 이미지의 재현인 것이다. 앞 서 말했듯이, 서동억의 오브제들은 단지 이미지의 재현일 뿐 아니라 커뮤니쿠스가 소통하는 하나의 장소 즉, 사이트다. 이를 표상하기 위해 작가는 그들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문자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브제를 구성하고 있는 문자키를 들여다보면, 그가 재현한 이미지를 뜻하는 우리말인 한글 '사과' 에서부터 시작해 그리스어 'μήλο'에 이르기까지 약 24개국의 언어가 담겨져 있다. 그의 오브제의 문자키 하나하나는 소셜네트워크 구축을 가능케 하는 21세기 디지털 문명에서 사는 우리 개개의 초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지 사과의 이파리 부분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되어 전시장에 방문한 관람객 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공간을 반사한다. 그 결과 관람객은 자연스레 그의 작업의 일부가 되어 사이트의 구성원이 된다 할 수 있다.
서동억은 최첨단 디지털의 세계만큼이나 화려한 색상으로 채색된 자신의 작업에 담겨진 우리가 전시장 문을 나설 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낼지도 모르다. 디지털 가상세계에서 부재하는 실체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문자들을 통해 우리는 실제로 소통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 이재은
Vol.20100903i | 서동억展 / SEODONGEOK / 徐東億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