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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일,월요일 휴관
갤러리409 GALLERY409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기흥단지로 24번길 38(고매동 409-58번지) Tel. +82.31.285.3323
정물 산책 ● 류제비는 전형적인 정물화의 유형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서 다소 낯선 느낌을 구사한다. 화병에 담긴 카라와 백합 그리고 파프리카 등이 그녀가 그리는 정물이다. 투명하고 빛나는 유리병에 가득 담긴 이 몇 가지 꽃들과 과일만이 적조한 배경을 바탕으로 해서 화사하게 빛난다. 대상보다는 색채가 두드러지게 발화한다는 생각이다. 작가는 이 감각적인 색채를 지닌 정물과 이를 비춰주고 반사하는 빛과 색채의 연출에 매혹되었다. 수평의 구도를 채우는 화려한 색감과 그 가운데에 펼쳐진 꽃과 과일은 극단적으로 대비되어 있다. 현실계의 정물이지만 비현실감이 감도는 배경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단색으로 펼쳐진 배경과 색면으로 분절된 대상의 묘사는 입체적인 환영과 충돌한다. 깔끔하게 도포된 색 면을 배경으로 위치해있는 유리병과 그릇에 담긴 과일과 꽃들은 사실적인 묘사로 재현되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이루는 물감과 붓질의 상태를 고스란히 노출한다. 따라서 싱싱한 줄기와 화려한 꽃, 탐스런 과일은 아름답고 관능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는 동시에 물감의 물성과 붓의 놀림을 순간순간 노출하면서 그것이 그려진 그림임을 드러낸다. 류제비가 보여주는 정물은 사실적이면서도 평면적이다. 모든 것은 평면적인 색채로 구획된다. 차갑고 기계적인 감성으로 해체된 정물은 철저하게 눈으로 분석된 대상이다. 과일과 꽃, 투명용기는 보이는 대로 색, 색 면으로 분류되었다. 작가는 그것을 객관적으로 기록, 기술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붓놀림과 제스처가 슬쩍 개입되어 있다.
밝은 바닥면과 짙고 단호하게 칠해진 파랑 색 배경이 대비되어 있는 가운데에 정물이 위치해있다. 배경과 분리된 색 면은 흡사 색채추상화처럼 균질하고 평평하게 칠해져 마감되어 있고 재현된 정물 역시 분절된 색채와 면으로 구획되어 있다. 카라꽃과 백합꽃 줄기가 자유로운 선의 궤적을 연출하고 물이 담긴 용기에 비친 잔영과 그림자가 흥미로운 색채를 연출하는 한편 깔끔하고 균질하게 칠해나간 붓질과 격렬하고 분방하게 밀고 나간 붓놀림 등이 대비적 효과를 자아낸다. 특히 투명한 용기에 번지는 색채와 그림자, 그리고 배경에 갑자기 등장하는 붓놀림 등은 다분히 추상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그래서 사실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환각적이다. 그러나 비현실감이 난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구체적인 대상의 모방이다. 구상과 추상이 공존하거나 그 두 개의 틈에서 모종의 균형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다. 기존 정물화의 틀이 유지되면서 그 안에서 다른 감성을 자아내는 그림이자 사진의 효과와 영상적인 시각상도 은연중 결합되어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매혹적으로 아름답게 재현되거나 극사실로 묘사되는 데서 불거지는 감성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주어진 대상에 주관적으로 몰입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차갑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눈에 보이는 시각적 정보를 정확히 옮겨내는데, 일종의 데이터화하는데 관심이 있어 보이고 그로인해 기존에 그려지던 일반적인 정물화에서 만나는 것과는 다른 미묘한 감성이 배어 나온다. 그 감성은 다분히 인공적인 색감과 질감이 충돌하고 회화적이면서도 그래픽적이며 디자인적인 느낌이 자리하는 데서 더욱 증폭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은 일반적인 정물화라기보다는 정물을 빌어 그것을 색채로 환원하고 색 면으로 구획하면서 이를 재구성하고 조형적인 질서 속에서 점검해보려는 의도를 노출한다. 정물을 다시보기, 정물과 함께 산책하고 명상하기에서 나온 그런 그림이다. 그림을 이루는 순수한 조형적 질서의 체계로 환원되고 그러면서도 다시 사실적인 재현으로 연결되어 나가는 그 두 측면을 공유하고 있는 그림이라는 얘기다. 그것은 기존의 사실주의 그림의 틀 안에서, 혹은 대구 구상화단에서 반복되는 정형화 된 정물화 안에서 새로움의 모색이란 과제를 부단히 의식해내는 그림에 가까워보인다. ■ 박영택
나의 작업은 주변적, 일상적 사물들을 경쾌한 터치(추상성)와 섬세한 묘사(사실적)로 서로 상충, 혹은 조화시킴으로써 크기, 공간, 표현방식의 일관성에 대한 익숙한 기대치를 허물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정물화의 범주를 넘어 새로운 미적체험을 가능케 하고자 한다. 실내로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 주변은 다시 태어나고 움직임 없는 정물마저도 새롭게 느껴지게 한다. 금세 없어질 그림자는 더욱 길어지고, 쏟아지는 빛은 사물의 모습을 더욱 또렷하게 한다. 알 수 없는 리듬이 주변을 감싸고, 밝음과 단순함으로 가득 찬다. ■ 류제비
Vol.20150605j | 류제비展 / RYOOJAEBEE / 柳제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