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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530_토요일_06:00pm
기획 / 노해나 코디네이터 / 박지아 디자인 / 물질과 비물질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케이크갤러리 Cake gallery 서울 중구 황학동 59번지 솔로몬빌딩 6층 www.cakegallery.kr
1972년 동아일보는 본격적으로 관엽식물을 소개하는 연재를 싣는다. 1981년 경향신문에서는 8회에 걸쳐 아열대 원산 식물들을 소개한다. 이어 80년대에 보도된 기사에는 "花草(화초)로 쾌적한 분위기 살린다", "蘭盆栽(란분재)-커피마시며 감상", "싱그런 잎을 붕어 키우듯", "화초칸막이가 있는 室內(실내)"와 같이 열대식물 가꾸는 법, 식물을 활용한 장식법의 가이드를 제시해 주고 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의 기사에 따르면 "대형 화분 賃貸(임대) 성행", "축하화분 재활용해드립니다" 등 임대, 재활용과 같이 식물과 연관된 경제적 활동의 활성화를 보여준다. ● 앞서 기술한 보도 내용은 『한시적 열대』에서 열대식물을 중심으로 수집된 신문 자료의 일부를 서술한 것이다. 신문기사로 살펴본 열대식물의 연대기는 시대를 거치면서 그 의미가 변화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변화된 사회적, 경제적 지형을 살펴보는 일은 현재의 시점에서 열대식물의 위치와 맥락을 재귀하는 거울로써 작동한다. 전시는 과거 를 지나 현재에도 나타나고 있는 열대식물의 한국식 환경에 의한 변이와 여기에 담긴 집단적인 무의식에 접촉해보고자 한다.
『한시적 열대』는 열대식물이라는 외래종의 유입이 한국적 맥락에서 정착해가는 상황을 추적하며 이 과정에서 기형적으로 변형된 식물과 그 근저에 깔린 생활방식, 문화적 현상을 드러낸다. 작가에 의하면 열대를 경험하는 방식은 아파트 생활 내에서 정원을 만들어 식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데, 이러한 생활 방식 안에서 열대식물은 실내에 맞춰진 작은 형태로 변형되어 소비되는 과정을 거친다. 작업은 열대식물이 용도 면에서 제 목적을 다하고 바깥으로 나왔을 때 낯설게 보여 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경조사에서 일시적으로 사용되었다가 버려지는 화환, 실내 장식용으로 취급되었다가 버려진 열대나무 등이 그것이다. ● 경조화환의 잎이자 플라스틱 장식인 도시루는 열대식물인 종려나무의 잎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경조화환은 기공식, 결혼식, 회갑, 개업식, 장의 등에 이용되며, 이용시간은 30분에서 72시간정도(최숙자 외, 「경조화환에 대한 꽃집 경영주 및 소비자의 의식조사」, 『생명자원과학연구』 제25집, p. 46.)로 일시적이다. 이렇게 기념일 혹은 행사에 대동되는 화환은 형식상 예를 표하는 문화의 일환이며 정면을 향해 돌출해 있는 형태는 한시적으로 활짝 피어 기념행사의 축하를 배가시키곤 한다. 「종려나무와 도시루 사이에서」는 화환에서 사용하는 도시루의 형태학적인 연구를 통해 종려나무에서 발췌한 도시루가 변형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러한 형태학적인 연구는 열대나무가 상징적 기호로 작용하는 사회적 식물임을 드러나게 한다. 작가는 한국사회에 침잠된 예문화에 의해 자연 상태의 식물이 아닌 사회적으로 각색되어 활용되는 점에 천착하여 사회적 식물로 명명하고 식물과 연계된 층위의 단면을 추적해 나간다. ● 「열대식물 지형도」에서는 열대식물이 버려져 화단에 심어지거나 뿌리 채 뽑혀져 분리 수거된 현장을 기록한다. 구글 지도의 통계치로 보여주는 작업은 실내 장식이었던 식물의 쓸모가 다하여 처치곤란의 상태로 남아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용 가능한 나무」는 이렇게 서울 각지에서 버려진 열대나무를 수집하고 건축자재의 단위체인 각목으로 제작한 후, 정원으로 소생하는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는 열대식물이 오픈행사 혹은 축하의 의미로 전하는 인사치례의 상징으로 주고 받은 이후 폐기되는 생물주기/문화현상의 패턴을 환유한다. ● 「우산으로 야자나무를 만드는 간단한 방법」외의 열대 매뉴얼 시리즈는 열대에 대한 실체 없는 열망을 드러낸다. 인터넷상에서 수집한 열대식물 만들기, 열대과일을 이용한 장식법 등의 자료를 토대로 매뉴얼화한 작업은 열대식물을 두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상상된 이미지, 그리고 집단적 환상이 존재함을 보여주며, DIY식 상품마냥 사용자에 의해 재해석된 열대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나아가 열대 매뉴얼을 고스란히 재현한 사물은 열대에 대한 상상적 이미지를 실현한 결과물로 제시된다. 열대식물의 2차적 해석물은 열대라는 매혹적인 상징물의 이면에 자리한 무의식의 이미지가 실현된 헤테로토피아의 상황을 연출한다.
조혜진은 이번 전시에서 한국사회에 당연하게 자리 잡은 문화현상이 배태한 낯선 풍경, 낯선 사물들을 참조하여 새로운 사물을 제작해 낸 작업들을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신문자료, 도서, 백과사전, 인터넷 등에서 수집한 아카이브 자료의 재배치를 통해 열대식물의 근저에 깔린 문화현상을 드러내고자 한다. 본 전시는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근대적 문화현상의 연쇄 고리를 반영하면서도 이에 반하는 가능성의 공간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현실이 환상이라고 고발하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헤테로토피아(미셸 푸코, 『헤테로토피아』, 이상길 역, 문학과 지성사, p. 24.)처럼 기존의 공간에 대한 일시적인 이의제기인 셈이다. 『한시적 열대』는 사회 통념의 안과 바깥의 틈새를 교묘히 유희하는 동시에 그 경계의 접촉지대로써 작동할 것이다. ■ 노해나
Vol.20150530c | 조혜진展 / JOHYEJIN / 趙惠珍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