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이야기

조혜진展 / JOHYEJIN / 趙惠珍 / installation   2013_0221 ▶ 2013_0309 / 월요일 휴관

조혜진_패턴01 모두의 제단_아크릴 원화작업 후 재조합_디지털 이미지_201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0223a | 조혜진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221_목요일_07:00pm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서교예술실험센터 SEOUL ART SPACE SEOGYO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9-8번지 Tel. +82.2.333.0246 cafe.naver.com/seoulartspace www.seoulartspace.or.kr

바쁜 도시의 움직임은 개인들에게 끊임없이 쉬지 않고 움직이기를 강요하며, 어딘가에서는 끊임없이 개발과 재개발이 이뤄진다. 우리는 끊임없이 짐을 싸고 이동할 준비를 해야 하고, 내가 살던 곳, 당신이 살던 곳은 다른 사람의 집이 되거나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원치 않는 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내밀한 기억과 개인의 역사는 쉽사리 잊힌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공간에 스며든 것, 작은 기념품이나 사진이 아니라 긴 이야기로 풀어내야 하는 기억과 역사에 관한 것이라면 더 그렇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이동과 길지 않은 정착의 반복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기억과 역사는 거추장스러운 짐이 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모든 기억과 작은 역사가 쉼없는 이동 가운데 사라지고, 사람들이 그저 모듈처럼 똑같이 나뉜 생활을 해나가지는 않는다. 저 자신조차 지키기 어려운 와중에서도,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물을 통해 저만의 역사를 써나가곤 한다.

조혜진_미용실 앞_작업과정 기록_디지털 이미지_2012

조혜진은 생활과 사물, 기억, 교환, 작은 역사로서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유중아트센터에서 연 개인전 "유용한 사물"에서, 작가는 아파트 건물 앞에 욕조로 만든 작은 정원이나 비탈진 골목길에 맞춰 다리를 자른 탁자처럼 멈추지 않는 도시 속에서 개인들이 사물을 통해 만들어 나가는 작은 역사들을 발견해 그런 사물을 만들고 사용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것들을 자신이 만든 사물과 교환했다. 사물들은 전시장으로 초대되었고, 작가는 여기에 더해 새로운 사물을 고안해내거나 특정한 사물에서 조형적 요소를 추출하기도 했다.

조혜진_패턴-비늘_종이에 아크릴채색_21×29.7cm_2013
조혜진_패턴-오동나무꽃눈_종이에 아크릴채색_29.7×21cm_2013

"흔들리는 이야기"에서, 작가는 지난 작업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작업을 선보인다. 조혜진은 「흔들리는 이야기_벽지 프로젝트」를 위해 재개발을 앞둔 지역을 찾았고, 그곳에서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때로는 인터뷰로, 때로는 봉사활동 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거쳐 여러 이야기를 모았고, 그 안에서 발견한 시각적 요소들을 차용해 생활 공간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쉽게 변하지 않는 존재인 벽지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벽지를 들고 작가는 이미 재개발이 끝난 곳, 뉴타운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개인의 기억과 역사를 담은 벽지들은 아파트 단지에 있는 여러 가구에서 새 삶을 찾았고, 작가가 담아낸 이야기들은 뉴타운 아파트 단지에 있는 집들에 스며들어 제 존재를 지켜나갔다. 도시 속 기억과 이야기들은 전시장으로 초대되는 것을 넘어 생활의 일부로 녹아 들어가고, 건축물의 한 요소로 남겨진다.

조혜진_벽지-샹들리에_실크벽지에 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12
조혜진_다단계 탑_미용 롯드_각 40×30×30cm, 50×40×40cm_2012

"흔들리는 이야기"는 이렇게 만남과 이야기를 통해 벽지라는 건축적 요소로 바뀐 개인의 기억과 역사를 선보이며, 그것이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지는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보여준다. 이와 함께, 작가는 그녀가 마주한 개인의 기억과 역사를 조형적으로 해석한 설치 작업으로 전시장과 개인의 이야기, 새로운 공간 속에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기억과 역사의 형태를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 박재용

Vol.20130221d | 조혜진展 / JOHYEJIN / 趙惠珍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