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풍경을 거닐다

"창가에 햇살이 깊숙이 파고드는 오후 /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 창 밖을 바라본다. / 하늘에 구름 한 점 / 그림처럼 떠 있다 / 세월이 어찌나 빠르게 흐르는지 / 살아가면 갈수록 / 손에 잡히는 것보다 / 놓아주어야 하는 것들이 많다 / 한가로운 오후 / 마음의 여유로움보다 / 삶을 살아온 만큼 외로움이 몰려와 /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다." (윤동주, 어느 날 오후 풍경)

김기수_MOON_스틸, 스테인리스 거울에 혼합재료_117×80cm_2015

김기수_MOON_스틸, 스테인리스 거울에 혼합재료_75×55cm, 55×55cm_2015

김기수_MOON_스틸, 스테인리스 거울에 혼합재료_100×100cm×2_2015

청도로 들어간 지 14년째, 그의 달콤함과 쓴 인생이 모두 녹아있는 곳, 그 외진 교실에서 독야청청 작업을 하고 있으면 세상이 무척 궁금하다. 그래서 김기수는 돌고 도는 세상, 요지경 세상을 구경하는 것이 유일한 樂 이자 취미생활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최근 작가는 MOUNTAIN BIKE에 매료되어 작업이 없는 휴식시간과 휴일에는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전국팔도 산하를 누비며 즐거운'기웃거림'을 하고 다닌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항상 이야기 한다. "차타고 다니면서 놓치는 사소한 풍경들을 자연과 같은 눈높이로 근접거리에서 만지고 호흡할 수 있는 것이 하이킹의 매력이라고" 그래서 그는 여행 속에서 풍경을 담고 낭만을 놀이 한다.

김기수_CUBE_스틸, 스테인리스 거울에 혼합재료_135×120cm×2_2013

김기수_MOON_브론즈, 스틸, 스테인리스 거울에 혼합재료_160×125cm_2015

김기수_MOON_스틸, 스테인리스 거울에 혼합재료_29×80cm×2_2015

이번 주제-풍경을 거닐다-를 보듯 작가는 캔버스라는 틀과 공간에서 이탈해 자신만의 세상여행을 떠나 큐브라는 반짝이는 호수에 그가 만난 풍경들을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가려한다. 그의 작업은 예전부터 노동과 기술이 집약된 작업 과정들이 필요하며, 그 고된 공정들을 손수 설계하고 자르고 붙이고 해서, 그만의 집합체를 완성시켜 간다. 그래서 본인 작업들은 대부분 독학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자랑스러워한다. STAINLESS MIRROR는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동안은 작가의 경험 공간, 고유한 풍경이지만 갤러리에 놓여지는 순간 관람객의 자신의 모습을 반영시키는 거울이 된다. 해서 미러에 반사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화면 앞으로 더 가까이 다가서기도 혹은 부담스러워 피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반응과 상황들은 작가가 관객을 자연스레 자신의 작업 속으로 끌어들이고 속삭이는 것이다. 자전거 여행에서"자연과 이야기 하듯"이 말이다.

김기수_CUBE_스틸, 스테인리스 거울에 혼합재료_40×40×40cm×2_2014

김기수_MOON_스틸, 스테인리스 거울에 혼합재료_280×340cm, 가변크기_2014

근작에는 스테인리스 거울이 깨지고 돌이 박혀있는 형상, 상상공간과 자연이 만나는 새로운 조형적 시도 등 소소한 변화를 통해 실내 공간에서 자연이라는 더 큰 공간으로 풍경을 확장시켜 가고자 한다. 세상은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끝없이 변하는 만큼 그의 작업도 쉼 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봄날 자전거가 이끌어준 그의 넓고 푸른 세상을 큐브 속에서 풍경 한 점으로 다시 만날 수 있어 참 행복하다. (2015. 4) ■ 박동기

Vol.20150411a | 김기수展 / KIMKISOO / 金基洙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