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2010년 즈음, 삶에서 해독되지 못하고 조금씩 침전된 독소에 정신적 기운마저 심상치 않았을 때가 왔다. 일상의 무게 짐을 내리고 그림을 다시 시작했다. 그 해 예술의 전당에서 주어진 기회로 전시를 가졌고, 작업실을 마련했다. 사는 동안 그런 저런 삶의 반복이 지속 되었을 뿐 감당 못할 일상은 다행히 없었다. ● 날 때부터 맺어진 관계들을 수용하고 내가 선택한 일상의 군더더기를 반복적으로 처리해 나가는 일이 때로 힘에 부쳤고, 그 생채기들이 사소하고 보잘것없어서 울적하고 때로 아팠다. ● 그림을 다시 그리며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는가. 묻고 답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궁리 할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이 덤으로 주어졌다. 그림의 내용은 일상의 군더더기에서 문득 ,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무언가를 알게 되는 순간들을 기록한 것이다. 순리대로 자연스러워지는 삶의 과정이 자연 생태를 통해 보이기 시작하고, 식물의 생존과 진화는 자연스럽게 적당했고 작업하기에도 솔직했다. 세상의 기준에 둔감해지고 스스로 느끼는 역량 부족에 느리게 반응하면서, 나는 내 섬에서 적당히 이기적으로 축복 같은 고민의 시간과 유희의 지평을 지속적으로 넓혀갈 것이다. ■ 심수옥

심수옥_생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리넨, 컬러펜, 종이_가변설치_2015

심수옥_생존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5

심수옥_생존_종이에 아크릴채색, 패널_37×28cm×2, 27×20cm×2_2015

Vol.20150408d | 심수옥展 / SIMSUOAK / 沈守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