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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_02:00pm~07:00pm
아트스페이스 너트 ARTSPACE KNOT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번지 Tel. +82.2.3210.3637 www.artspaceknot.com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까지 명료하게 말하려고 애썼다. 단호함은 무엇을 아는 자가 가지는 용기라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함부로 말하는 허영과 무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번번이 벽에 부딪혔다. 내가 분명하다고 자신했던 판단은 한 겹만 벗겨내도 처음과 전혀 다른 성질의 것에 속해 있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몹시 당황하며 내 안에서 답을 찾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안다고 느끼는 세계는 백사장의 모래알 하나의 크기와 같았고 그것은 세상에서 내가 차지하고 있는 부피와 같은 크기였다. 그 불안함은 나보다 더 높고 확실해 보이는 무엇을 쫓게 만들었고 점점'나'라는 존재는 지워지고 당위와 스테레오타입만 남게 되었다. 의심이 없었던 믿음은 뿌리가 약한 나무같이 흔들렸다. ● 나는 용감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나 자신이 깃발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나는 깃발 같은 사람을 동경했고 깃발을 숭배했다. 세워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 거부감이 함께 일었다. 세워지는 것들, 깃발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인간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 좋은 깃발과 나쁜 깃발이 있었다. 어떤 체계가 기준이 되어 모든 세워진 것들을 좌우, 상하로 분류했다. 그러나 나는 어디 있는가.
길을 가다 보는 동상들은 정치적이고 종교적이며 암울하고 괴기스러웠다. 위용을 자랑하는 동상을 조금이라도 자세히 보면 벗겨져 흉물스러웠고 어떤 것들은 조잡했고 손을 들고 하늘을 가리키는 또 다른 것들은 안쓰러웠다. 처음에는 동상이 놓인 환경과 동상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에 머물렀다. 그 분위기와 동상이 가진 인상이 내 시선을 끌었기 때문에 그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려고 하였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 불편함, 혼란스러움은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 감정들인지 내가 명료하게 말할 수 없었고 그 느낌이 어떤 종류든 정치적인 것이 될까봐 내가 드러나지 않는 그리기가 되었던 것 같다. 결국 그것도 나를 드러낸 것이지만. 천으로 가려진 동상은 세워졌으나 세워진 것들이 갖는 이미지의 힘은 가려져 흐려졌다. 동상이 가지는 선전성은 약해지고 숨겨져 가치판단을 막고 그냥 공중에 떠 있는 유령 같았다. 나는 가려진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 가려져 흐려진 것이 있는 반면, 가려져 분명해진 것도 있었다.
누군가 그림을 그릴 때 캔버스에 몸을 밀어 넣는다는 느낌으로 그린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의 행위와 그 행위의 흔적을 그림으로 남긴다는 것인데 나는 어떤 논리가 내 그림에 있고 복선처럼 깔린 내러티브를 하나씩 찾아 읽어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지를 선택할 때도 이야기를 만들고 그에 맞게 화면을 구성하고 그 속에서 나의 감정과 마음상태를 유추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 내러티브를 뒤늦게 내가 발견하기도 한다. 다음 그림을 이끌어주듯 나 스스로도 몰랐던 내면의 것들을 그림이 알려준다는 느낌이 든다. ● '덮인 동상: 고백의 내러티브'라는 전시제목은 내가 관심을 가진 동상이라는 소재를 통해, 내가 동경했고 한편 거부했던 사회적인 힘의 욕망이 내 안에서 만들어내는 이질적이고 불편한 감정을, 천으로 덮인 동상이나 불타는 나무의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그린 것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 3년간의 작업을 정리하고 내가 왜 동상이라는 소재에 끌렸는지와 그리기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방식이 나에게 맞는지를 찾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한다. ■ 심효선
Vol.20150331b | 심효선展 / SHIMHYOSUN / 沈孝宣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