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인 동상: 고백의 내러티브

심효선展 / SHIMHYOSUN / 沈孝宣 / painting   2015_0331 ▶ 2015_0406

심효선_덮인 동상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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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_02:00pm~07:00pm

아트스페이스 너트 ARTSPACE KNOT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번지 Tel. +82.2.3210.3637 www.artspaceknot.com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까지 명료하게 말하려고 애썼다. 단호함은 무엇을 아는 자가 가지는 용기라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함부로 말하는 허영과 무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번번이 벽에 부딪혔다. 내가 분명하다고 자신했던 판단은 한 겹만 벗겨내도 처음과 전혀 다른 성질의 것에 속해 있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몹시 당황하며 내 안에서 답을 찾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안다고 느끼는 세계는 백사장의 모래알 하나의 크기와 같았고 그것은 세상에서 내가 차지하고 있는 부피와 같은 크기였다. 그 불안함은 나보다 더 높고 확실해 보이는 무엇을 쫓게 만들었고 점점'나'라는 존재는 지워지고 당위와 스테레오타입만 남게 되었다. 의심이 없었던 믿음은 뿌리가 약한 나무같이 흔들렸다. ● 나는 용감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나 자신이 깃발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나는 깃발 같은 사람을 동경했고 깃발을 숭배했다. 세워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 거부감이 함께 일었다. 세워지는 것들, 깃발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인간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 좋은 깃발과 나쁜 깃발이 있었다. 어떤 체계가 기준이 되어 모든 세워진 것들을 좌우, 상하로 분류했다. 그러나 나는 어디 있는가.

심효선_덮인 동상_종이에 수채_54.5×78.8cm_2013
심효선_덮인 동상_종이에 수채_54.5×39.4cm_2013
심효선_덮인 동상_종이에 수채_54.5×39.4cm×2_2013

길을 가다 보는 동상들은 정치적이고 종교적이며 암울하고 괴기스러웠다. 위용을 자랑하는 동상을 조금이라도 자세히 보면 벗겨져 흉물스러웠고 어떤 것들은 조잡했고 손을 들고 하늘을 가리키는 또 다른 것들은 안쓰러웠다. 처음에는 동상이 놓인 환경과 동상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에 머물렀다. 그 분위기와 동상이 가진 인상이 내 시선을 끌었기 때문에 그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려고 하였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 불편함, 혼란스러움은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 감정들인지 내가 명료하게 말할 수 없었고 그 느낌이 어떤 종류든 정치적인 것이 될까봐 내가 드러나지 않는 그리기가 되었던 것 같다. 결국 그것도 나를 드러낸 것이지만. 천으로 가려진 동상은 세워졌으나 세워진 것들이 갖는 이미지의 힘은 가려져 흐려졌다. 동상이 가지는 선전성은 약해지고 숨겨져 가치판단을 막고 그냥 공중에 떠 있는 유령 같았다. 나는 가려진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 가려져 흐려진 것이 있는 반면, 가려져 분명해진 것도 있었다.

심효선_불타는 나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15
심효선_불타는 나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15

누군가 그림을 그릴 때 캔버스에 몸을 밀어 넣는다는 느낌으로 그린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의 행위와 그 행위의 흔적을 그림으로 남긴다는 것인데 나는 어떤 논리가 내 그림에 있고 복선처럼 깔린 내러티브를 하나씩 찾아 읽어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지를 선택할 때도 이야기를 만들고 그에 맞게 화면을 구성하고 그 속에서 나의 감정과 마음상태를 유추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 내러티브를 뒤늦게 내가 발견하기도 한다. 다음 그림을 이끌어주듯 나 스스로도 몰랐던 내면의 것들을 그림이 알려준다는 느낌이 든다. ● '덮인 동상: 고백의 내러티브'라는 전시제목은 내가 관심을 가진 동상이라는 소재를 통해, 내가 동경했고 한편 거부했던 사회적인 힘의 욕망이 내 안에서 만들어내는 이질적이고 불편한 감정을, 천으로 덮인 동상이나 불타는 나무의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그린 것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 3년간의 작업을 정리하고 내가 왜 동상이라는 소재에 끌렸는지와 그리기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방식이 나에게 맞는지를 찾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한다. ■ 심효선

Vol.20150331b | 심효선展 / SHIMHYOSUN / 沈孝宣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