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경계에서 Echo of the Circle

인간은 자신을 둘러 싼 환경과의 끊임없는 '충돌'과 '동화'의 과정을 거치며 변화하여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한다. 이 과정 중에 예술은 인간과 세계의 본질적 존재가치를 깨닫게 하는 보조적 역할을 수행한다.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가 2015년 봄을 맞아 초대하는 작가 박안식은 이러한 인간의 삶 주변환경을 '원(圓)'으로 조형화하여 작품 속에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원(圓)'은 '존재에 관한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으로서 아슬아슬한 경계에 살아가고 있는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의 '삶'과 이를 둘러싼 '환경'을 완전한 것에 대한 동경의 마음을 담아 다양한 '원'의 형태로 구현하고 있다.

박안식_Wheel of flower 1_도금된 철, 모터, 센서, 베어링_20×70×70cm_2011

박안식_Magnetic flower_철, 모터, 네오디뮴_85×85×80cm_2011

그의 작품 「Wheel of flowers」와 「Magnetic Flower」가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회전운동을 통해 발견된 자연의 이미지-꽃을 연상시키는 패턴-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서로 다른 크기와 색상의 원으로 구성된 평면작품 「Serendipity(우연한 발견)」Series와 미사일 형태의 입체작품 시리즈 「Happy Missile」은 무의식의 형상화, 즉 한 인간으로서 작가의 내재된 내면이 무의식 상태에서 표출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작품 「Serendipity」가 반복되는 회전운동 속에서 발견된 우연한 '미적 이미지'라고 하지만 그 모습 속에서 미니멀리즘 조각가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비평가들에 의해 정신성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 나왔던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무의식에서 표출된 이미지를 의도적인 인식으로 재구성하여 파악하게 되는 즉, 인간의 내재된 내면의 사고가 형상화된, 작가의 내재된 표현의지가 표출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표현된 여럿의 원들이 그가 무의식 중에 그리고 있던 자연과 무한한 우주의 시공간이 상징화되어 표현되고 있다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박안식_HAPPY MISSILE_스테인리스 스틸, 신주_40×10×10cm_2012

박안식_Happy Missile_우레아, 우레탄도장, 스틸_가변크기, 500×400×40cm_2012

최근 시도되고 있는 작품 「The giving tree」에서는 제한된 전시공간으로부터 확장되어 야외에 설치되면서 조각을 독자적 예술로 인식하며 제한되어졌던 본래의 페티시즘(fetishism)적 요소들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자연의 요소인 '바람'이 작품에 작용하며 환경과의 조응을 꾀하는 환경조각으로서 자연과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또한 원형의 스테인레스로 제작된 구조물의 끊임없이 회전하는 모습은 '순환(循環)'을 상징하는 고대 신화의 '우로보로스(uroboros)'의 원형(圓形)을 닮고 있는데, 반복적으로 만들어 내는 원형의 시각적 움직임이 원의 경계에서 이탈, 혹은 확장하려는 나선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심리학자 마리 루이스 폰 프란츠(Marie-Louise von Franz)가 '원'을 자기의 상징으로 설명하면서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포괄하며 다각적이고 다면적인 마음의 전체성을 표현한다고 하였듯, 나선의 형태를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원의 경계(境界)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응집된 에너지가 그 테두리로부터 벗어나 점차 외부로 이탈하는, 즉 경계를 벗어나 사회로 확장하여 다가오고 있다.

박안식_serendipity7_스테인리스 스틸에 우레탄도장_80×80×20cm_2011

박안식_Serendipity3_스테인리스 스틸에 우레탄도장_120×120×20cm_2011

박안식_The Giving Tree_스테인리스 스틸, 베어링_450×200×100cm×6_2013

따라서 이번 전시 타이틀『원의 경계에서-Echo of the circle』가 의미하는 것은 다양한 시도로 시각화 된 무한한 성질의 원을 통해 이질적인 것들- 신과 인간, 도심과 자연, 물과 육지, 인공물과 자연물 등- 간의 경계를 넘어 조화로운 그리고 자연과 조응하는 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작가 박안식에게 있어서 지금까지의 작품들 간의 경계(境界)를 벗어나는 시작점으로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 김동섭

Vol.20150327e | 박안식展 / PARKANSIK / 朴安植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