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화자 Unreliable Narrator

이유정展 / LEEYUJEONG / 李侑靜 / painting   2015_0318 ▶ 2015_0324

이유정_내일은 희망_캔버스에 유채_91×116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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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_12:00p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 7길 37(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스몰 브라더스 ● 「반역천사의 몰락」은 브뤼겔의 작품을 재해석해 인터넷 시대의 논객들의 싸움에 빗대어 본 것이다. 나는 이 대가의 아름다운 성서 이미지를 흠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본질적인 주제를 오해했었고 하나의 이미지가 읽히는 맥락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분쟁들을 보면 선과 악은 나와 너의 구분처럼 처음부터 정해져 이성적 판단과 건전한 논쟁이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내 생각과 다른 편은 종종 박멸해버릴 혐오의 대상이 된다. 무협 판타지 속의 활극에서나 벌어질 황당한 장면이 일상적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 「선명하게 모호한 무늬에서 튀어나온 발퀴레에 인도되어」는 2014년을 빠져나오려는 복잡한 마음을 담았다. 샬롯 퍼킨스 길먼의 벽지 무늬에 발퀴레의 굉음을 새겨 넣어 뇌벌레가 기어 다니는 전장의 망상을 그렸다. 참담함이 폭우처럼 계속되는 야만의 시절. 하늘을 찢는 통곡 소리를 뒤로하고 도처에 주둔해있는 눈알 군대를 돌파하여 첩첩 깊어지는, 예의 그 더러운 누런 벽지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큰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 역시 브뤼겔의 작품에서 가져왔다. 진공청소기처럼 무언가를 연쇄적인 체계로 빨아들이는 모습은 두려움을 자아낸다. 작은 거짓말은 큰 거짓말을 부르고 작은 손 뒤에 큰 손이··· 노인이 젊은이를··· 이런 식으로.

이유정_반역천사의 몰락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14
이유정_선명하게 모호한 무늬에서 튀어나온 발퀴레에 인도되어_캔버스에 유채_162×260.6cm_2015
이유정_오드라덱1_캔버스에 유채_91×62.2cm_2013

오드라덱 ● 길을 가다 우연히 발견한 어떤 사물에 대해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드라덱이라는 이름을 떠올렸고 그것을 주워 깨끗이 씻어 소중히 간직하기로 한다. 너무 소중히 보관한 나머지 정작 그것을 필요로 할 때 찾아내지 못하고 기억을 더듬어 그렸다. 나중에 그 사물을 되찾았을 때 소설 속에 구체적으로 묘사된 오드라덱의 형상, 발견된 사물, 그려진 결과가 모두 터무니없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후로 나의 왜곡된 오드라덱은 실재하는 모델과 다른 형태의 가상으로 존재하며 그림 속에 계속 등장하게 된다. '오드라덱'은 카프카의 소설 「가장(家長)의 근심」에 나오는 사물의 이름이다. 카프카는 오드라덱을 애매하면서도 분명하게 정의하고 있는데, 나는 오드라덱의 투박한 발음에 끌렸고 모호함의 선명한 시각성에 매료되어 어느새 나만의 형상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이유정_믿을 수 없는 화자_캔버스에 유채_116.7×401.5cm_2014

사물 · 집적 · 풍경 ● 정보 과잉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아귀처럼 더 많은 정보를 갈구하고 꾸역꾸역 꼬리를 물고 자라나는 강박의 그물이 부지런히 사물을 길어 올린다. 나 역시 압도하는 정보의 사물들을 모으고 견뎌낸다. 사물들은 기억 속에서 나로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체계로 쌓이고 이러한 사물의 집적은 가상을 조망하는 장소로서 회화적 공간이자 전자 매체 시대의 주관적 풍경이 된다. 기억은 회화 작업에 앞선 일차적 작업 공간인 셈인데 그들을 엮는 모종의 장치를 통해 기억 속의 말이나 사물들은 선호하는 정보가 선택적으로 부각되거나 요약된다. 그것들이 모여 전체 조망이 되면 화면은 개체들의 크기가 왜곡되고 그 왜곡들이 만나 충돌해서 모순적이고 불안한 공간이 된다.

이유정_소녀연대기(1. 소녀행락 2. 유년의 영토 3. 방문)_캔버스에 유채_72.7×212.2cm_2010~13
이유정_불친절한 고객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08~10

나는 이 번지르르한 거짓 풍경이 한 시대를 목도한 증인의 진술처럼 생생하게 보이길 바랐다. 폐허처럼 무너져버린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서 드러난 사물들이 선명한 자태로 반짝이도록 정교한 세부 묘사로 공들여 진심을 다해 그렸다. ■ 이유정

Vol.20150319f | 이유정展 / LEEYUJEONG / 李侑靜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