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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110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1:00am~06:00pm
갤러리 이레 GALLERY JIREH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48-12 (법흥리 1652-405번지) Tel. +82.(0)31.941.4115 www.galleryjireh.com
밤나무와 물푸레나무 연작 ● 작업실 근처를 산책하다 보면 한 200평 남짓 되는 밭가에 비스듬히 서있는 두 그루의 나무, 밤나무와 물푸레나무를 만날 수 있다. 지난겨울 의정부 자일동으로 작업실을 이사한 후 산책을 할 때 마다 길가에 우두커니 서서 그 나무들을 바라보곤 했다. 왠지 그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이것저것 많은 단상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여행에 대한 생각, 내 그림에 대한 생각, 혹은 소중한 것들에 대한 생각, 아버지에 대한 생각, 그리고 내 미래에 대한 생각들까지 그 나무를 보고 있는 동안에 내 머릿속은 먼 허공 저 멀리까지 날아올랐다 돌아오곤 했다. 서로 다른 두 나무가 왼쪽으로 비스듬히 서있는 모습이 마치 오래된 부부 같아 보이기도 했다. 쑥스러워 피하는 남편과 애교를 피우는 예쁜 아내의 모습처럼 그 나무를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 지나갈 때 까지 나는 그 나무가 보이는 길가에 서서 저걸 언제 그려봐야 할 텐데... 마음만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몇 번의 수술과 후유증으로 중환자실을 들락거리는 아버지와 병간호를 위해 고생하시는 어머니와 아내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무거워 쉽게 붓과 화판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시간은 흐르는데 아버지는 점점 쇠약해져 가기만 했다. 드문드문 드는 붓은 쉽게 내 안에 있는 것들을 그릴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아 작업실에 버티고 있는 것조차 힘든 시기가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여름이 막 지나갈 무렵 나는 용기를 내어 화판과 이젤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나무의 생김새, 가지의 구조, 잎사귀의 흔들림을 쫓아 정신없이 그림을 그리다 보니 걱정도 아픔도 잊을 수 있었다. 10월의 끝자락 아버지가 생과 사의 갈림길을 왔다 갔다 하시는 동안 나는 그 나무와 대화하며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시월의 마지막 날 아버지는 떨어지는 낙엽을 따라 하늘나라로 가셨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니 이미 나무는 잎을 다 떨궈내고 앙상한 모습만 남아있었다. 겨울은 금세 눈으로 나무를 뒤덮었고 나는 그 눈 속에서 서럽게 떨고 있는 앙상한 나무를 그리며 떠나가신 아버지의 슬픔을 이겨내고 있었다. 눈 내리는 풍경, 회색빛 풍경, 안개에 싸인 풍경, 노을을 등지고 선 풍경까지 나무는 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같은 나무를 그리는 과정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느끼고 천지를 바꿀 수 있는 자연의 위대한 힘을 세밀히 관찰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아직 또 다른 봄이 오지 않았다. 새봄이 오면 지난봄에 그리지 못한 파릇파릇한 신록의 나무를 그리면서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의 소식을 그 나무들에게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힘들 때 함께했던 두 그루의 나무 밤나무와 물푸레나무는 내 마음을 알고 있으니 한동안 내 상처를 위로해 줄 것이다. 이번 '같은나무 다른생각' 전에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3개월에 걸쳐 작업한 9점의 밤나무와 물푸레나무 풍경 시리즈와 신작 5점을 발표한다. 그것은 2012년 세계여행 이후 줄곧 고민해오고 있는 나 자신의 작업 방향에 대한 깊은 고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박병춘
Vol.20150110a | 박병춘展 / PARKBYOUNGCHOON / 朴昞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