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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1224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인사아트센터 GANA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관훈동 188번지) B1 특별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오랫동안 아름답다고 느껴왔던 것들을 내 방법으로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늦가을 초저녁 어스름 속에서 등처럼 달려있는 가을꽃들, 건강하고 지치지 않는 여름꽃들, 마당 가득한 봄 햇살, 마루 위 항아리들의 부드럽지만 단단한 아름다움, 동산위로 성큼 솟아 올라 방안을 기웃거리던 선하고 상냥한 보름달, 이른 새벽 할머니의 간절한 기도를 담은 정한수 위에 소박하게 떠있던 달. 이러한 풍경들은 세월이 가면서 더욱 선명해지며 가슴속에 켜있는 등불들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정리하고 깎고 다듬어 아교반수로 단단하게 다져진 장지위에 옮겨봅니다. 우리의 산천을 이루는 단단한 화강암과 그 바위를 비집고 뿌리 내리는 소나무를 닮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달 항아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지만, 도공이 만들었을 때는 무엇인가를 담으려는 것이 원래의 목적이었을 것이므로 이번 그림은 항아리에 담겨진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마당 역시 비어있지만 그곳엔 늘 채우려는 의지가 가득한 곳입니다. 한여름에 소낙비와 뜨거운 태양으로 단단하게 다져진 마당에는 가을이 되면 가을걷이로 가득하고 겨울이 오면 흰눈이 소복이 쌓인 채로 조용히 숨죽이며 매서운 계절을 견뎌냅니다. 한낮엔 구름이 머물고 바람도 쉬어가고 밤이면 달빛을 가득 품어 부드럽게 집안을 밝혀주던 공간을 우리는 마당이라 불렀습니다. 이번에 달 항아리를 그리면서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런마당이 넉넉한 달항아리와 맥락이 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같은 이미지로 표현해봤습니다. 그 마당을 벗어나면 우리는 길로 들어서고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마을을 벗어나 들판을 지나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며 떠나고 다시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먼 기억 속에서 이러한 길들을 꺼내어 강과 산을 그리고 그위에 길을 내어봤습니다.
전부터 틈틈이 끄적거려놓았던 습작들을 꺼내 보면서 최근의 그려지는 그림들이 어느 날 문득 새로이 시작된 것이 아니고 전의 그림들 역시 그즈음에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며 내 속에는 숙제처럼 남겨진 일관된 풍경들이 가만히 때를 기다리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것들이 해결되어야만 그 다음이 열릴 것이고, 열 능력이 생길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쉬지 않고 가겠습니다. ■ 박인희
Vol.20141224h | 박인희展 / PARKIHNHEE / 朴仁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