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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몸미술관 SPACEMOM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흥덕구 풍년로 162 (가경동 1411번지) 제1전시장 Tel. +82.43.236.6622 www.spacemom.org
J. 발데사리(J. Baldessari)가 1969년에 제작하고 이듬해 유대미술관에서의『Software』展에 출품한「소각작품(Cremation Piece)」이 있다. 이전에 행한 모든 그림들을 태워버리고 남은 재를 상자에 담아 벽 안쪽에 설치하고, 그 벽 위에는 상자의 존재를 알리는 기념 소패만이 부착되어 전시되었다. 그는 당시에 자문했다. "...불사조는 재로부터 나올 것인가? 재로 되어버린 그림들은 다시 예술의 물질로 될 것인가? 나는 모르겠다..." 이후 그는 이 작품을 자신의 최상의 작품으로 여겼다. 40여년 전에 발데사리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를 빌어 자문해 본다. "불사조는 재로부터 나올 것인가?" 나는 모르겠다.
불사조는 재로부터 나올 것인가? 예술은 재로부터 나올 것인가? 예술은 재란 물질로부터 나올 것인가? 재가 생겨나서 그것이 기능하게 되는 비물질적인 문맥이 예술로서 기능하게 될 수 있을까? ...재는 예술로부터 나올 것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또다시 여기로부터 얼른 도망가야겠다.
몇 년 전부터 나는 "불사조는 재로부터 나올 것인가?"란 제하의 전시를 통하여 재(-나의 학위 논문을 태운 재)를 두른 감자나 계란을 사용하여 변주한 작품을 몇 차례 반복해서 선보인 적이 있다. 그런 도중에 특히 올해 들어 내가 물감이 필요할 시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재에 계란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일은 점점 당연한 일로 되어 왔다. 이것은 템페라라는 아주 고전적인 기법과 재료로 알려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내게 있어 그것은 개인적인 취향이나 일반적인 기법과 재료 이상의 용도를 갖는 것으로 사용된 것이었다.
이 두 물질에 점점 더 몰두하게 된 이유는 내가 이 두 물질을 반복해서 사용함에 따라 나와 그것들 간의 강화된 결속력으로 인해 그것들은 점점 더 물질 그 이상의 다른 것으로 변성되어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두 물질이 각각 함유하고 있는 속성에 대한 되새김 또 그 둘이 결합되어 어떤 장(場)에 달라붙었을 때 발생되는 것에 대한 모종의 기대와 그에 대한 음미를 반복하는데, 이러한 과정은 종종 심각한 몰입의 체험을 불러일으킨다. 때론 환상처럼.
그러한 과정에 대한 체험(작품하기)에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까닭은 늘 그래 왔듯이 이후에 그것들이 나에게 어떤 개입을 하게 되는가 또는 나를 어떻게 변형시키는가, 나는 그것들에 어떤 개입을 하게 되는가, 나는 그것들에 어떤 변형을 불러일으키게 되는가 하는 등의 연기(緣起)에 대한 관심이 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것들과의 만남은 항상 사건과 같으며 늘 나를 다른 무엇에로 이끈다. 이러한 나의 작업들은 표현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의미의 생성을 기대하고 지시하는 제스처에 가깝다. 나는 그것을 가능하면 경쾌하게 하고 싶다.
자, 그래도 한마디 요약, '소멸의 끝에 있는 재를 소생시켜주는 것으로서의 알, 더 나아가 알은 재로부터 나올 것인가? 그럼에도 이 양자에게 있어서 구별은 소용없다.' (2014. 11.) ■ 허구영
Vol.20141130c | 허구영展 / HEOKUYOUNG / 許求寧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