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 in Your

고선경展 / KOHSUNKYUNG / 高仙京 / painting   2014_1107 ▶ 2014_1117

고선경_Journey H_캔버스에 유채_89.4×130.3cm_2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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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경 블로그_blog.naver.com/alicewithme

초대일시 / 2014_1107_금요일_06: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서울시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팔레 드 서울 gallery palais de seoul 서울 종로구 통의동 6번지 Tel. +82.2.730.7707 palaisdeseoul.com blog.naver.com/palaisdes

정박된 기억, 자라나는 집"나는 갑자기 시간이 침실 바깥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하나의 이미지 속에 거주하고 있다. 거주지는 무슨 건물이 아니다. 완전히 용해되어 나의 내면에 배치되어 있다. 과거의 그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잘 환기되는 것은 아마도 집이다. 그러나 집은 침묵한다." (가스통 바슐라르) ● 기억은 물리적인 시간에 속박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인 동시에 현재다. 미래를 겨냥하여 행해지는 과거와 현재의 원초적인 종합으로써 기억은 과거를 보존하여 현재로 가져오면서 동시에 과거를 상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는 과거의 모든 기억이 미래로 향하는 가장 첨예한 꼭지점이다. 그 찰나와 같은 꼭지점을 기준으로 기억은 시간의 연속 선상에서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넘나든다. 그것은 어느 한곳에 머무르지 않으며 한가지에 집중할 수 없다. 기억은 질적변화에 따른 시간의 지속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우리의 존재를 정의한다.

고선경_H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4

원더랜드에 있었던 앨리스의 기억 역시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과 상관없이 앨리스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그녀가 원더랜드에서 경험했던 모든 것들은 그녀의 기억을 통해 존재한다. 즉, 앨리스는 자신의 기억들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현실의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에 의해 속박된 시간의 불연속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시간의 연속성 내에서의 인식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구체화 시킨다.

고선경_garden H_캔버스에 유채_60.6×91cm_2014

고선경 작가 역시 자신의 무한반복적 기억을 통해 증명된 자기 존재의 믿음을 시각화하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기억의 연속성은 어느 한곳에 집중되는 기존의 회화 구도를 배제했다. 따라서 작가의 화면에서는 초점이 사라지고 대상들은 공간에 안착되어 있지 않고 물처럼 흐르듯이 부유하고 있다. 앨리스, 즉 작가의 자화상은 그 부유하고 있는 화면위에 여전히 정박되지 않는 기억처럼 현실과 맞닿아 있는 기억의 첨예한 꼭지점 위에서 불안한 몸짓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작가의 지난 '앨리스 시리즈'는 기억의 연속성과 자신의 존재 증명을 시각화 했다면, 새로 선보이는 'H' 시리즈는 기억의 내밀하고 응축된 생성의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고선경_Occupied House_캔버스에 유채_73×91cm_2014

"벌어지려는 일은 반드시 기억을 가지고 있고, 기억은 새로운 장소를 만든다." (고선경) ● 작가는 기억이 만들어낸 새로운 장소로 집을 선택했다. 집은 내가 경험한 모든 기억들을 복합적으로 같이 공유하고 나만의 은밀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커다란 나 자신이기도 하다. 공유된 비밀은 나와 집의 관계를 보다 더 내밀하게 만든다. 해서 집은 언제나 나에게 안식처로서 군림하게 된다. 작가는 우선 자신의 기억을 집에 정박시킴으로써 현실과 분리시켰다. 현실과 분리된 채 정박된 기억, 그것은 이물질이 떨어지면 당장이라도 들끓을 것 같은 뜨거운 기름가마의 그것처럼 잔잔하지만 끊임없이 주위를 경계한다. 이러한 경계는 집 자체를 변형시킨다. 따라서 작가의 기억이 정박된 집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이는 어디에도 있을법한 현실적인 집이지만 반대로 물리적으로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집들이다.

고선경_H_캔버스에 유채_66×145.5cm_2014

작가는 자신의 기억을 집으로 가지고 들어왔을 때 이미 변형을 상상했다. 집과 기억의 질적 변화속도는 너무나 상이하기 때문에 그 속도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변형, 그리고 생성의 에너지에 대해 작가는 이미 계산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너무나 평범하면서 아늑해 보이기까지 하는 집들이 어느 순간부터 불편해 보이기 시작할 때 우리는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떨어진 토끼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느새 우리는 그녀의 집 현관 앞에 서있게 된다. 문을 열것인가 말것인가. 조금 더 안을 들여다 봐야할까. 그러나 그녀의 창문으로는 전혀 들여다 볼 수 없다. 기억은 조금의 틈으로도 쉽게 새어나가기 때문에 창문은 단단히 닫혀져 있다. 그리고 작가는 그 모든 상황을 '에이치 (H)'로 설명한다.

고선경_studio H_캔버스에 유채_60.6×91cm_2014
고선경_Alice in Your_단채널 영상_2013

작가에게 H는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를 의미한다. 앨리스가 토끼굴로 떨어지는 시점. 우리가 작가의 집앞에서 현관을 열것인가 말것인가를 고민하는 그 시점. 그 지점이 바로 에이치다. 정박과 이탈이 동시에 일어나는 장소다. 또한, 에이치는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삶을 설명한다. House, Happy, Hand, Harmony, ...예컨대, 저는 당신의 행복(H)을 희망(H)합니다. 따라서 에이치는 작가가 우리의 삶 전체에 보내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깊이있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메시지를 통해 작가는 여전히 당신의 감성속에 숨어 있는, 정박되어 있는 기억, 즉 앨리스를 끄집어내길 희망(H)하고 있다. ■ 임대식

Vol.20141108f | 고선경展 / KOHSUNKYUNG / 高仙京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