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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1108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포네티브 스페이스 ponetive space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34 Tel. +82.31.949.8056 www.ponetive.co.kr
김인태의 실험과 확산 ● 김인태의 작품을 보아온 나의 인상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청년같은 호기심과 어디로 뛸지 알 수 없는 실험정신"이다. 그는 조소예술에서 시작하여 회화와 드로잉을 가로지르고, 새로운 매체들도 겁 없이 만나고 전용한다. 그의 작품들을 한 두가지 미술사 속의 사조나 형식으로 가두어 생각하면 답이 안나온다. 어떤 작품에선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의 반-형식(anti form)을 보이는가 하면, 어떤 땐 애브젝 아트(abject art)의 낯선 체험을, 그런가 하면 또 쉽고 경쾌한 팝 아트의 모습을 띠는 등 그 경계들을 거침없이 넘나들고 있다. 또한 공공장소의 조각작품에선 또다른 면모와 만나게 된다. 억지로 이름 붙인다면 '기하학적 추상'이라 말할 수 있는, 아무튼 기계부품을 확대해 조립한 듯한 형태를 선보인다. ● 여기서 놀라운 것은 작가가 그런 다양한 성격의 작품을 하다보면 다양한 재료를 동원하고 형태들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것들이 애매하거나 어정쩡하지 않고 그 나름으로 한 경지(?)를 보인다는 것이다. 감각적으로는 적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솜씨가 좋다는 말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여러 성격이 작가의 명성에 도움이 될지, 그 반대일지 나는 아직 모르고 있다. 하지만 어찌됐던 나는 김인태라는 작가를 늘 새로운 도전을 통해 예술이라는 땅을 넓히고 경작해가는, '형식 실험과 그 확산을 추구'하는 범상치 않은 에너지의 작가로 생각하고 있다. ...(중략)...
그의 작품 중에서 대중에 가장 쉽게 접근하는 것은 아마도 '모자상(母子像)'과 '부자상(父子像)' 같은 작품이 아닐까 한다. 그것은 일종의 '동어반복'으로, 여자 두상이나 남자 두상 혹은 사과 같은 형태를 크기만 다르게 만들어 한 쌍으로 배치한 작품이다. 즉 커다란 사과에서 약 1∕4을 직각으로 잘라내고 그 안에 작은 사과를, 큰 부처두상의 전면도 직각으로 잘라내고 거기에 작은 부처 두상을 배치한 것이다. 그것을 작가는 팝아트의 비개성적 표현으로 미끈하고 깔끔하게 처리하고 있다. 이는 비교적 간단한 입체작품이지만, 그 형태가 쉽게 사람의 눈길을 끌어들이면서도, 한편 의미도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2010년에 들어 작가는 책을 하나의 단단한 고체처럼 취급하여 거기에 조각을 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담긴 내용이 책의 몸을 이루는데, 낯낯의 페이지의 의미를 지워버리고 한 덩어리의 나무나 돌처럼 그것을 조각의 매체로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물론 그가 처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 마오쩌뚱전의 일부를 깎아 거기에 달러 기호($)를 새긴다든지, 잡지『Art in America』를 깎아 십자가와 충돌시킬 때 그 효과는 분명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반자본주의 영웅의 일대기와, 세계 자본주의의 상징인 달러 기호가 한 몸이 돼 있으면서도 또한 서로 대치( 혹은 병치)해 있는 상태는 그 자체만으로도 여러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그의 작업실 벽은 평면 회화로 채워지고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릭으로 그려지는 자유분방한 회화는 지난 80~90년대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던 미셀 바스키아 혹은 게오르그 바셀리츠 등 신표현주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이런 회화 작품들은 김인태 작가의 또 한번의 건너뛰기인 셈인데, 자세히 보면 그 작품의 모티브가 조각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책의 각 페이지를 접착제로 단단하게 붙여 하나의 덩어리가 되게 하는데, 그 표면을 전동 그란인더(grinder)로 조심스레 갈아내면 페이지가 부분적으로 벗겨지며 뒷페이지의 일부가 나타나면서 전면에서 볼 때는 하나의 추상적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바로 그 것을 바탕으로 덧붙여 그리거나 칠하면서 그의 새로운 회화는 완성되고 있다. 그동안 그의 드로잉은 조소예술 작품의 구상 단계에서 기초 정도로 취급돼왔다면 이제 본격적이자 단독적인 작품으로 자립하고 있다.
이제 김인태작가도 거의 50줄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처럼 그의 실험과 도전 정신은 멈출 줄을 모른다. 우리 미술계에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그러한 다양한 체험과 실험들이 결과적으로 그의 작가로서의 이름에 득이 될지, 아니면 손이 될지 나로서는 판단할 수 없다고 이미 앞서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는 그의 넘치는 에너지와 다양한 탐험을 그의 곁에서 누구보다도 즐겨왔다. 한 유명한 일본영화 제목을 빌려 말한다면, 나는 그가 펼쳐보여준 '감각의 제국(In the Realm of the Senses)'을 흥미롭게 지켜봐왔으며, 때로는 그의 넘치는 에너지에 영향받아 스스로와 주변을 추스릴 때도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 이태호
Vol.20141108b | 김인태展 / KIMINTAE / 金仁太 / sculpture.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