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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100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3 GALLERY3 서울 종로구 인사동 5길 11(인사동 188-4번지) 3층 Tel. +82.2.730.5322 www.gallery3.co.kr
여행 ● 여행을 떠나본 자라면 '무의미' 하다는 생각을 한 번 쯤은 해봤을 것이다. 떠난다는 것이 의미를 찾기 위한 길이 아니라 길을 잃기 위한 자기방치의 행위이기 때문에 우리는 길 위에서 자신의 앎과 지식의 지향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무너짐이 크면 클수록 여행자는 좌표 없는 길 위에서 자신의 현재를 발견하게 된다. 시선 ● 얼마 전 나는 사소하다고 여길 수 있는 나뭇잎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고 비록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의식 어딘가에 각인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붙잡고 있던 어떤 것으로 부터의 탈각되는 자유와 뿌리로 향하는 자기분해의 과정에 동참하는 '잎'이 주는 가볍지 않은 충격...'잎은 뿌리로 간다'라는 말을 생각하며 내 작업과 시선이 향한 곳을 생각 한다.
순례 ● 한 때 순례자로서의 시간을 그리워한 때가 있었다. 순례는 떠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놓여 지기 위한 과정인지도 모른다. 씨방의 씨앗이 허공을 향할 때 그들에게는 떠남이 목적이 아닌 어떤 장소에 붙들리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작가에게 어떤 장소란 정신일 것이다. '남는 것은 정신뿐이다' 라는 말처럼 나의 세계는 정신이어야 한다. 형태란 세상 모든 것에 있고 의미는 근저의 시선으로부터 발아(發芽)한다. 저 사소하게 보이는 들풀과 작은 소리들 그것이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것은 내 육신이 한 때 숲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생의 연(緣) 만으로 흔들리는 저 시선의 깊이를 가늠하기에는 내 의식과 나의 손은 나약하다. 시대 ● 나는 몇 가지 의사에 동의한다. 순례자의 남루함을 빈곤으로 여기는 사회는 진정 빈곤하다. 예술가의 감각을 소유하는 사회는 진정 빈곤하다. 감각이 넘쳐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회는 무감각하다. 숲이 없는 도시에 정신이 있을 리 없고 광야가 없는 마음에 정신이 있을 리 없다. 상처를 밟고 서는 사회에 인간의 정신이 설 자리는 좁다. 예술은 그린벨트가 아니라 이 사회의 토양에 자라난 잡초여야 한다. 예술은 한 경계를 열고서 한 세계를 품는다. 품어 안고서 화(和)를 이룬다.
풀 ● 한 세계를 대면하기 위해 씨방을 살찌우는 풀들을 바라보게 된다. 때가 일러서 인가 그들은 아직 세계를 향해 닫힌 문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날 그들에게는 망설임 이라는 의미가 인간의 언어임을 증명하듯이 허공을 향해 열리고 만다. 그것이 그들이 붙잡고 있던 빈 씨방을 남긴 의미일지... 바람 지난 자리에 풀들이 있고 작은 것들이 흔들린다. 숲 ● 흔들리는 나무를 부둥켜 않고서 나 또한 흔들린다는 것을 알았다. 땅으로부터 기둥을 세우고 시원(始原)의 시간을 흔들리는 숲의 소리가 시작된 지점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곳에서 함께 흔들릴 뿐.
이번 전시에서 나는 중의어로서 식물(植物)의 의미와 어떤 식(識)의 상태로서 식물(識物)이라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행위와 흔적의 진폭을 지지하게 하는 어떤 세계를 응시하는 일이 내 작업의 시작이다. 한 세계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직 때가 아닌 것이다. 시중(時中) 이라는 말과 은자(隱者)라는 말이 생각난다. '경이란 목정성 없이 의식이 무너지는 어떤 순간이다' ■ 나점수
Vol.20141013h | 나점수展 / NAJEOMSOO / 羅点洙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