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고합404 2013 GOHAP404

박경률展 / PARKKYUNGRYUL / 朴徑律 / painting.video.installation   2014_1010 ▶ 2014_1109 / 월요일 휴관

박경률_C_캔버스에 유채_65×53cm_2014 박경률_료비_캔버스에 유채_65×53cm_2014 박경률_소년_캔버스에 유채_65×53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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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토크 / 2014_1030_목요일

관람시간 / 01:00pm~07:00pm / 토요일_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커먼센터 COMMON CENTER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26−2번지 Tel. 070.7715.8232 www.commoncenter.kr

회화를 위한 알리바이, 혹은 알리바이를 위한 회화 ● 『2013고합404』는 가장 중립적이고 명확한 언어로 서술되었음직한 어느 사건의 판례를 원안으로 삼고 있다. 우선 사건에 등장하는 세 캐릭터에게 명징한 논리적 실체와 인과 과정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될 때까지, 작가는 작가에 의해 명사가 부재하는 형용사와 동사의 묶음으로 판례를 해체한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이입이라도 하듯, 각각의 캐릭터를 둘러싸며 부유하는 감정 덩어리에 직접 파고 들어 이미지를 유추한다. 설계도를 그리고, 그 안의 의미를 정교하게 계산하고, 보여줄 것과 보여주지 않을 것을 선택하면서 빈 캔버스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모든 준비가 완벽히 끝난 뒤에는 스스로 꼼꼼히 만들어 둔 설계에 맞게 건축물을 시공하는 장인의 자세로 그림을 그린다. 다 그린 뒤에 거의 고치지 않을 정도로 이 전시 속 회화들은 차갑고 무표정하리만치 정연한 논리적 재현 과정의 산물이다.

박경률_The Greenfield_캔버스에 유채_140×140cm_2014
박경률_2013고합404展_커먼센터_2014
박경률_2013고합404展_커먼센터_2014
박경률_2013고합404展_커먼센터_2014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서 설명한 서늘함이 색과 형태와 의미로 구성된 그림의 집합이라는 회화 전시의 일반적 습속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전시는 몇 점의 그림, 몇 점의 그림이 아닌 것, 그리고 그림이기도 하고 그림이 아니기도 한 어떤 이미지의 총체다. 그것은 보통의 회화 작가들이 한 폭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진행할 법한 각 단계의 부산물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회화에 수렴하기 위해 통과하는 감각적 사고의 과정은 더 이상 작가만이 알고 있는 내밀한 레시피가 아니다. 완성된 회화의 이면에 숨어 미스테리의 영역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박경률_120°_비디오 애니메이션 인스톨레이션(00:10)_가변설치_2014
박경률_32장 #1-4_트레이싱 페이퍼에 유채, 할로겐조명, 나무 프레임_가변설치_2014

그 결과, 전시의 1층은 2층과 묘한 대구를 이룬다. 1층에서 우선 본인 회화의 대상과 과정을 연극 무대의 대도구나 자연사 박물관의 유물처럼 설치해 놓고, 마치 갓 인화해서 말려 둔 사진처럼 싱싱한 중형 회화 한 점을 코너 뒤에 슬쩍 숨겨서 걸어 두었다. 그러므로 관객은 이 전시에서 원래의 작품을 만나기 전에 원래는 작품이 아니어야 할 그림의 과정을 대면한다. 작가가 친절하게 늘어놓은 이미지와 텍스트 덩어리를 상기하면서 그림 앞에 선다. 그리고 - 마치 내면의 메타포와도 같은 - 어둠에서 벗어나 외부 계단을 통해 2층에 당도하면, 관객은 앞서 그림과 그림이 아닌 것의 관계가 그렇게 설정된 이유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몇 가지의 이미지 덩어리를 관찰하게 된다.

박경률_C의 드라마_캔버스에 유채_170×180cm_2014

이러한 동선은 박경률이 작가로서 작업에 임하는 이유를 찾는 과정을 재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치매 환자가 내뱉는 구조화되지 않은 언어에서 힌트를 얻으려고 했던 이전의 작업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는 지극히 당연할 법한 결론을 증명하기 위해 계속해서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실험은 머리 속에서 끝없이 생겨나는 형상의 원인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려는 것이 아니다. 본인에게 왜 새나 종이 인형 같은 도상이 떠오르는지 해석해보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의 실험은 스스로를 중심에 두면서 (회화의 재료가 될) 주변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현상 자체의 원인과 결과에는 무관심하거나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체득한 듯 보인다. 단지 실험을 지속한다는 행위 자체 만이 남아, 제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며 작업에 대한 운명적 당위를 집착적으로 설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 함영준

Vol.20141010k | 박경률展 / PARKKYUNGRYUL / 朴徑律 / painting.video.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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