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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13_1226_목요일_05:00pm_스페이스 윌링앤딜링
특별공연_가수 우순실 『잃어버린 우산』/ 06:00pm
1부 / 가능성의 릴레이 2013_1102 ▶ 2013_1129 관람시간 / 24시간
용산구치매지원센터 YONGSAN-GU CENTER FOR DEMENTIA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34-87번지 종합행정타운 치매지원센터 B2 Tel. +82.2.790.1541 yongsan.seouldementia.or.kr
2부 /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Vulnerable Drawing 2013_1224 ▶ 2014_0124 후원 / 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화~금_02:00pm~08:00pm / 토~일_12:00pm~06:00pm / 월요일, 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225-67번지 B1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전에 부쳐 ● 내가 이전 까지 보아온 박경률 작가의 회화는 거대한 캔버스 위로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들이 토해져 나오는듯한 이미지의 뒤엉킴이었다. 어느 날 작가는 치매 노인들과의 대화를 통한 드로잉 프로젝트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고 이 프로젝트가 지금까지의 작가의 작업 태도와는 어떠한 연관성이 생길지 궁금해졌다. 윌링앤딜링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를 위한 프로젝트가 박경률 작가의 새로운 스타일이 만들어 질 수 있는 다음 단계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기존의 작업과의 의외로 긴말한 지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프로젝트 과정은 이러했다. 용산구 치매센터의 복지관에서 돌보고 있는 치매 노인과 작가의 친할머니를 대상으로 한다. 함께 옛날 얘기를 나누며 드로잉을 함께 그린다. 작가는 세 명의 노인들 하나하나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그들의 옛날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치매 노인과의 대화에서는 난데없이 유명 인사가 등장하거나 자신을 지칭하는 엉뚱한 명사들이 등장한다. 가령 "나는 노란색이야." 같은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연상하고 있는 머리속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노인들 각자의 드로잉이 드러나게 된다. 이들의 이야기들은 주로 과거에 머물러 있고 두서가 없으며, 정작 지금의 상황은 백지 상태이나 거의 60년도 넘은 기억을 어제 일처럼 뚜렷하게 말하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작가의 손으로 대부분 재현되고 이들에 색을 입히는 작업은 노인들이 한다. 작가의 친할머니를 비롯한 노인들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인터뷰를 하였고 이는 영상으로 촬영되었다. 그리고 작가와 함께 한 노인들의 이야기들은 하나의 이야기로 가공되어 또 다른 성격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다. 그 영상은 노인 배우의 연기로 페이크 다큐멘터리로서 제작되었다.
치매센터에서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난 후 나는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였다. 작가는 전시에서 보여 줄 거대한 드로잉들과 작은 드로잉, 할머니들의 드로잉, 영상 그리고 설치할 작업 등을 내 놓았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일어난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원래 자신의 작업 스타일이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캔버스 속에서 콜라주 되듯 구성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무의식'영역을 휘젓는 느낌이었다.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무의식적으로 그린다'라는 것에 대한 보다 집요한 탐색을 시작하고자 하였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예술에 있어서, 비록 '무의식적으로 그렸다'라고 표현할지라도, 뭔가가 표현되는 순간 의식의 상태에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가 세운 가설은 "무의식은 인식할 수 없는 범위에 있는 의식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의식의 범주 안에 무의식과 인식이 있게 되고, 그런 무의식의 범주에 있는 것들의 인식의 범위로 전환되는 것이 소위 말하는 예술에서의 무의식적 그리기일 것이다."라는 것. 작가는 워낙 혼자서 작업을 해 왔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으며 상호 교감하는 종류의 작업은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다. 익숙치 못한 접근 형식에 대하여 작가 스스로도 반신반의했던 작업이다. 그런데 이 노인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는 감정의 동화가 일어났던 모양이다. 프로젝트의 막바지에는 치매 할머니를 항상 데리러 오던 폐암 말기의 남편 할아버지가 결국 돌아가셔서 치매센터로 더 이상 이분을 모시러 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 치매할머니는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었고 작가는 슬펐다. 이 노인의 드로잉은 그래서 허전하고 연약하고 천진난만해 보인다.
우리는 드로잉들 속에서 그들의 무의식 속에 여전히 인식 가능한 기억들과 어느 지점에서 조합되어버린 가공의 이야기들이 뒤엉켜 있음을 볼 수 있다. 작가는 그들과의 만남에서 얻어내려 하였던 무의식의 영역으로 함께 빨려 들어가서 그들의 찬란했던 혹은 서글펐던 과거의 감정을 공유하고 돌아온 듯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기치 않은 감정의 이입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 한 번 작가의 거대한 드로잉 속에서 감정선이 가미된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로서 재현도고 있다. 그의 이전 회화 속에는 언제나 완성도 있는 탄탄한 이미지들이 모여 있었고 밀도감 있는 구성과 색채가 강렬하였다. 마치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내서 세상에 드러낼 때 닦고 다듬어서 완성한 이미지의 요소들의 조합과도 같았다. 반면 이번에 만들어진 드로잉은 최대한 가공의 과정을 배제하였다. 노인들의 감정과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이미지들을 최대한 날것으로 보여주고자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드로잉도 최대한 감정 그 자체에서 형성되었던 이미지를 최대한 보존하고자 하는 듯하다. 이미지들이 뒤섞여가며 완성된 드로잉들과 함께 작가는 짧은 소설을 만들었다. 이는 거울 위에서 비춰지는 나의 모습과 함께 읽어 내려 갈 수 있으며 이 소설은 대부분 할머니들의 소설 같은 황당한 표현들과 작가의 상상력이 조합되어 탄생한 새로운 이야기이다. ● 전시가 임박한 지금, 작가는 이상하게도 전시 직전의 조급함과 긴장감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맘이 편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안정감도 느껴진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성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작가의 모습이 나에게도 큰 위안이다. 이 전시를 보는 누군가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그리고 2013년을 마무리하는 이번 전시에 미래를 향한 시선을 잠시 접어 두고 과거의 모습으로부터 지금의 내가 어떠한 모습인지 반추할 수 있는 공간을 꾸며준 작가에게 감사를 보낸다. ■ 김인선
Vol.20131125h | 박경률展 / PARKKYUNGRYUL / 朴徑律 / drawing.installation.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