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피-명작(虎皮-名作)

정해진展 / JEONGHAEJIN / 鄭海鎭 / painting   2014_1002 ▶ 2014_1130

정해진_Leopard pendent_비단에 채색_52×40cm_2014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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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블로그_7998hj.blog.m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솔제지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아다마스253 갤러리 ADAMAS253 Gallery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253번지 헤이리예술인마을 Tel. +82.31.949.0269 www.adamas253.com

르네상스전신(傳神), 채색된 과거 ● 우리의 전통화가 오늘날 비교적 축소된 길을 걷게 된 이유는 조선조 성리학의 정신주의 때문이라고 보아도 잘못은 아니다. 먹에 모든 빛깔-오채(五彩)가 들어 있다고 하는 철저한 모노크롬의 반(反)감각주의는 강렬한 생명력의 채색화 전통을 묵살해버렸다. ● 그림은 관념의 기록이고, 개념의 표현이 되었다. 그것은 직접적인 상징의 언어를 지니고 있지도 않으면서 현실 초월적인 화법과 분위기로 세계의 사실과 유리되어 갔다. 그저 싱겁고 담담해 보이는 추사(秋史)의 「세한도(歲寒圖)」가 화면을 뚫고 나올듯한 눈빛을 지닌 오원(吾園)의 「호취도(豪鷲圖)」 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되었다.

정해진_결혼의 조건_비단에 채색_60×82cm_2014_부분
정해진_평화의 여신_비단에 채색_90×58cm_2014
정해진_마리아와 동자_비단에 채색_90×58cm_2014

장인(환쟁이)들의 전문적인 기술 보다는 선비들의 아마추어적인 기량이 화단의 우위와 주류를 점하게 되면서, 우리의 전통화는 다양성과 화려함을 상실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서도(書道)에 있어서도 추사체 같은 서체들이 한석봉 류의 글씨들을 "간판쟁이체"로 폄하시킴으로써 대중적이고 고유한 서체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지 못했다고 봐야한다. 모두가 인문정신의 의미를 협소하게 잘못 해석한 결과들이다. ● 서구 르네상스의 빛도 모두 쟁이들의 혁신적인 명품(masterpiece)에서 시작되었다. '꽃의 시대'의 도래를 알려준 보티첼리가 금세공업부터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은 너무도 유명한 사실이며, 중세로부터 이어져온 공방(bottega)의 엄격한 기술의 전수가 그들의 화면 속에 황금빛 장엄(莊嚴)을 남겨놓았다. 종교의 시대에서 과학의 시대로 이어지기까지 회화는 쟁이들의 하이-테크 자체였던 것이다.

정해진_호피 사과를 든 청년_비단에 채색_58×42cm_2014
정해진_Leopard Flower2_비단에 채색_52×40cm_2014

화승(畵僧) 안드레이 류블료프의 「삼위일체」나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속에서 담징의 「금당벽화」가 풍기는 인본주의의 불씨를 본다. 보티첼리의 플로라의 나부끼는 옷자락에서 14세기 고려불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의 연화당초문(蓮華唐草文)을 읽는다. 정해진은 우리의 전통화를 전통적인 기법으로 수복하고, 모사하고, 재현할 수 있는, 정확하고도 성실한 채색장인이자 채색화가이다. 그는 전통채색을 통해 다수의 거대한 불화, 책가도, 모란병풍 등을 되살려 놓은 장인적 경험이 있다. 그런 오랜 수련의 과정을 지내다가 전통인물화 중 무인(武人)초상에서 의자에 걸쳐져 있거나 바닥에 깔려있는 호피나 범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해진_만남_비단에 채색_29×37cm_2014

정해진은 호피가 무인의 강인함을 대변해준다거나, 또 민화 「호피도」가 벽사(辟邪)의 의미로 활용되는 지점에서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징표로 이용되는 서양 호피무늬의 팝적인 성격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역사적인 흐름의 유사성 위에 전치시켰다. 소재나 주제가 주는 시대적이고 지역적인 대치와 평행이론 속에서 그림의 안료나 재료, 기법이 갖는 문화적 배경을 도치시킨 것이다. ● 갈색바탕에 자주, 녹청, 군청의 세 가지 주된 색채가 백색과 어우러지고, 그 위에 금니(金泥)로 새겨진 섬세한 윤곽선은 고려불화의 전형적인 이미지다. 르네상스 대부분의 화폭도 이들 색채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명도와 톤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근본적인 채색의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백과 석채(石彩)가 달걀노른자로 풀리느냐 아교로 풀리느냐, 그것이 목판이나 캔버스에 얹히느냐 종이나 비단에 얹히느냐 하는 배경에서 오는 차이일 뿐, 동서양 채색화의 정신과 기법은 같다. ● 정해진은 이런 유사성을 뛰어 넘는 동일성을 견(絹)의 조밀한 직조 위에서 정밀하게 노출시킨다. (전시서문 중 발췌) ■ 이건수

Vol.20140912h | 정해진展 / JEONGHAEJIN / 鄭海鎭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