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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재)대전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7:00pm
이공갤러리 IGONG GALLERY 대전시 중구 대흥동 183-4번지 Tel. +82.(0)42.242.2020 igongart.co.kr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심의 삶을 떠나 자연을 벗하며 살아가는 삶을 동경하는 게 간절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집을 미련 없이 정리하고 산으로 둘러싸인 경기도 외곽으로 거주지와 작업실을 옮기는 소원을 이루었다. 창문만 열면 마실 수 있는 맑은 산 공기와 들리는 새소리,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에서 도시의 삶으로부터 쌓아온 묵은 스트레스와 정서적 아픔을 치유하고 정화시켜 스스로 자연친화적인 인간으로 변화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더불어 참다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가치관조차 변화하게 하여 그런 아름다움은 돈으로 치장한 화려함이 아닌 소박한 모습으로 펼쳐지는 자연 현상 속에서도 찾을 수 있음을 관찰하고 터득할 수 있게 하였다. 도심에서의 삶에서는 절대적으로 경험할 수 없었던 미적 체험이었다. ● 매일 바라보는 숲과 나무들의 실루엣을 드로잉 하고, 여러 번 반복적으로 겹쳐가는 과정은 내게 도심에서 가져온 속된 마음과 덧없는 욕심 따위의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비워나가게 하는 수행적 자세를 갖추게 한다. 반복적 드로잉은 정신이 나에게 깊이 각인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고 나의 본질과의 접촉에 근접하기 위함이다. 형상들은 자연 이미지로서 의식적 상태로부터 드로잉하고 존재하였으나 여러 번 겹쳐나가는 과정은 무의식의 발현이 필연적으로 요구되었다. 무의식상태는 나의 드로잉 작업전반을 아우르는 본질과도 같은 정신이라 여겨진다.
자연의 형상을 반복적으로 그려나가다 보면 특정한 자연이미지는 점차 모습을 감추고 전혀 새로운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화면위로 피어나는데 이 과정 속에 나의 의식과 육체가 감각화 되어가는 과정도 함께 이뤄진다.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Rebirth-재탄생' 되는 숲의 이미지는 무아경의 감각상태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다양한 선과 색의 드로잉을 겹치고 합치는 데는 음율과 색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초적인 감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빛으로 진동하는 색의 나열은 캔버스 사이사이에 긴장감을 심어주고 점차 리듬감 있는 화면으로 발전한다. 각자 개별적인 화면으로 존재했었지만 다른 빛깔의 캔버스와 함께 배치되면 화면 스스로 조율이 이루어져 리드미컬한 '현상'으로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색의 나열을 통해 캔버스가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보이고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이루어 한줄기의 강처럼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것, 마치 도레미파솔라시가 박자를 만나 멋진 음악이 탄생하듯 그림은 스스로 어떠한 리듬을 가지고 연주될 수 있을까?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본연의 나의 모습을 여러 번 재발견하게 된다. 내가 조금 어렸을 때는 어리석고, 가벼운 모습들을 감추며 남들에게는 둥글둥글 보이기 위한 어떤 종류의 가식을 떨며 본연의 모습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이제야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니 나는 투박하고, 성급하거나 지나치게 느리고 때로는 모나길 지나쳐 사납고 날카롭다. 게다가 상스럽다. 스스로 이런 나의 모습들을 인정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본질로 향하는 길,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꾸준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색이 넘치는, 가벼운, 천박할 수도 있는, 유희적인, 그리고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로 가득 찬, 충동적이고 매우 빠른, 자기 파괴적이고 날카로운, 울렁거리는,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나의 날것의 자아를 이제는 그림 속에서 찾아본다. 설령 고귀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올지라도 그 과정만큼은 즐기고 싶다. ● 숲을 표현하는 다양한 선과 면이 만나 화합하는 과정을 지나고 보면 새로운 강렬한 이미지가 '현상'으로 발현하는 순간들이 오고 이런 작업들이 모여 줄기를 이루고 강처럼 리듬감 있게 흐르길 원한다. 나는 그것이 환생의 숲이라 믿는다. 나의 의식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치유하며, 예술적 현상으로 나아가길 소망한다. ■ 박은영
Vol.20140522a | 박은영展 / PARKEUNYOUNG / 朴恩暎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