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옛집, 금화아파트 Kumhwa apartment

전종대展 / JEONJONGDAE / 全鍾大 / photography   2014_0513 ▶ 2014_0519 /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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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 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월요일 휴관

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번지 Tel. +82.2.720.2010 www.ryugaheon.com blog.naver.com/noongamgo

나의 옛집, 금화시민아파트 ● 금화아파트 14동 507호... 나의 옛 집이다. 서대문구를 떠나온 지도 벌써 13년이 흘렀다. 그 동안 한번도 찾아가보지를 못했다. 금화아파트는 한 동 정도만 남기고 철거되었고, 그 자리에는 다른 신식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아파트는 철거되었고, 주변 상점들도 많이 바뀌었지만 길은 옛날 그대로이다. 나는 이 길을 걸어 올라가며 추억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 화장실이 복도 중앙에 일렬로 늘어져 있는 불편하고 민망한 집,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99개의 계단을 매일 걸어 올라가야 했던 집, 연탄불을 뗏던 집, 높은 마루와 두 개의 방을 가진 조그만 집, 뜨거운 물이 안나와서 솥에 물을 끓여 머리를 감았던 집. 이것이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13년간 살았던 집이다. 지금은 신식 아파트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난 금화 아파트가 좋다. 나의 영원한 고향이자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곳이다. 아직도 집 내부를 그림으로 그리라면 세세하게 다 그릴 수 있다. 주변 환경도 다 기억한다. 요즘처럼 사진기나 사진을 찍는 일이 흔하지 않은 시절이었던 것이 아쉽다. 그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아 오래오래 추억하고 싶은데 지금은 내 기억 속 밖에는 만나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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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대_뜰안채아파트_잉크젯 프린트_10×8inch_2013
전종대_뜰안채아파트1_잉크젯 프린트_10×8inch_2013

엄청난 경사, 겨울에는 포대를 깔고 썰매를 탔었다. 봄에는 개나리, 진달래를 비롯한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안산과 들판 가득 피어있었다. 안산에서 내려온 물이 흐르는 옹달샘은 나의 비밀장소이자 무한한 상상의 근원지였다. 나는 그곳에서 이상한 풀을 돌멩이로 빻아 상처입은 왕자님을 치료했었다. 집 옆, 몇 개의 허술한 운동 시설을 깆춘 인위적이지 않은 공터에서 방방을 타고 100원짜리 뽑기를 사먹었다. 작은 돌멩이를 빻고 가루를 내는 것이 왜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인공적으로 깍여지지 않은 자연의 암벽과 돌덩이와 바위 사이사이를 누비고, 썰매를 타다 바지가 다 해져서 엄마한테 혼이 났었다. 골목길은 모두 다 이어져 있었다. 어디로 들어가든 큰 대로로 나올 수 있었다. 골목길은 정겨웠다. ● 자다가 새벽쯤 깨면, 창호지를 바른 창문이 새벽빛에 주황색으로 물들어있다. 그러면 아직 아침이 아니구나 하고 다시 잤다. 아랫목에 밥공기를 넣어 놓고... 번개탄 아저씨는 주기적으로 찾아와서 "번개탄~"하고 외쳤다. 1호실 아저씨는 약간 돌아서 비오는 날이면 꽹과리를 쳐 댔다. 5호실에는 향단이라는 푸들을 키웠다. 6호실 할머니는 혼자 사시는데 친절하셨다. 9호실 아줌마는 우리와 가장 친한 이웃사촌이었다. 10호실에는 모자가 살았는데 아들이 불효자였다. 술 먹고 엄마한테 소리 지르기 일쑤였다. ● 항상 100원짜리 불량식품을 사먹던 돼지슈퍼, 유치원 때 놀던 석교교회 앞마당 뜰, 복도 끝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내 아래에서 날아다니던 고추잠자리, 라일락나무의 향기, 1호실 미친 아저씨가 무서워 잘 가보지 못했던 반대쪽 복도, 더운 여름에 올라가서 돗자리 깔고 잤던 옥상, 빨래를 널고, 친구와 고무줄놀이를 하던 옥상, 바람이 시원했던 옥상, 서울이 한 눈에 내려다보였던 옥상. 하루만 과거로 갈 수 있다면, 나는 다시 그 집에서 살고 싶고, 그 동네에서 살고 싶다. 오늘은 꿈에서 옛집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 박미송

전종대_아이_잉크젯 프린트_20×13inch_1996
전종대_아이들_잉크젯 프린트_13×9inch_1996
전종대_아이들_잉크젯 프린트_13×9inch_1996

금화시민아파트는 1969년에 건립된, 19개 동 850가구의 규모를 자랑하는 최초의 시민아파트로 1990년대 말에 철거되었다. 지금은 천연 주공 뜨란채 아파트가 들어서있다. 위의 글은 전시되는 사진과는 상관없이 금화아파트에 살았던 박미송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옮겨 온 것이다. 사진들이 그녀의 아름다웠던 기억들을 망치지는 않았으면 한다. ● 그녀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서대문에서 오랜 시간동안 살았다. 니콘 F3 카메라에 흑백 필름을 끼고 무던히도 그곳을 찍었다. 사진 속에서 나의 젊은 날이 이제는 사라져 버린 시간들이 그렇게 살아난다. ■ 전종대

Vol.20140513d | 전종대展 / JEONJONGDAE / 全鍾大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