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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412_토요일_06:00pm
퍼포먼스 / 2014_0412_토요일_07:00pm_고독한 양치기의 노래(퍼포머: 게이곤조, 현남, 장종완) 아티스트 토크 / 2014_0501_목요일_06:3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화~금_02:00pm~08:00pm / 토~일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225-67번지 B1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장종완 개인전에 부쳐 ● 장종완 작가의 회화의 화면을 구성하는 모든 배경 풍경과 형상들의 색채가 마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 밝고 달콤하다. 이러한 색채감이 주는 첫인상으로 인하여 언뜻 달력 그림 혹은 이발소 그림이라 불리는 특유의 촌스러움이 드러나는 그림들처럼 흔해빠진 이미지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한 것은 화면 속에서 찾아지는 세세한 재미 요소들이 끝이 없다. 가령 형상 하나 하나가 심하게 정성 들여 묘사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든지, 그려진 동물이나 사람의 얼굴에서 나름 생생히 묘사된 감정의 표현이 그림의 귀여움을 증폭시킨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든지, 수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어쩜 저리 잘 그려졌는지 싶다든지, 절대 어울리지 않을 육식, 잡식, 초식류의 여러 종(種)들이 평화롭게 뒤얽혀 있음에 대한 생경함과 왠지 모를 경이로움 같은 것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건장한 남성 작가에 의해 그려졌다는 반전의 요소 등등이다.
이러한 '보는 재미'들을 제공하는 가운데,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기존의 작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술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회화 작가로서 만들어내고 있는 설치적 요소들이 전시 전체의 공간을 작가가 상정해 놓은 하나의 픽션으로 묶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전시 설치에 등장하고 있는 "황금이빨"에 의해 전파되고 있다. 이를 형식화 하기 위하여 작가는 관람객들이 보다 적극적인 신체 감각을 동원할 수 있도록 전시 속에서 여러 장치를 제공한다. 입구에 늘어뜨려진 커튼에는 두 개의 손이 새끼 손가락을 걸고 있는 약속의 제스처가 그려져 있는데 관객에게는 이를 직접 손으로 열고 들어가는 동안 시각과 촉각의 연속 작용이 일어난다. 입구의 빛이 차단되어 여느 전시보다 훨씬 어두운 전시 공간 속에서 관객은 집중 조명된 이미지 자체를 들여다보게 됨으로써 다이나믹한 시각적 변화를 연속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전시장 전체에 울리고 있는 철 지난 기타 연주곡들은 청각과 감성을 간질이게 되는데 드로잉 중 하나의 제목인「Romance」와 연주곡 'Romance'의 절묘한 텍스트적 조합은 연속적으로 보여지는 영상 속 이미지의 시각적 여운과 놀라울 정도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감성을 여과시키지 않은 채 드러내는 이 독특한 조화로움은 B급스러운 이미지들을 통해 드러난 색채, 형상, 주제 등에서 받아들이는 첫 인상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다. ● 전시장에 걸려진 드로잉과 화면 속 이미지들은 작가에 의해 달변가이기도 하고 사기꾼이기도 한 인물로 설정된「황금 이빨」이라는 주인공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시각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약속하고 있는 이 이미지들은 그러고 보니 집으로 방문하며 나누어주는 교인들의 전도용 유인물 속의 그림과도 흡사하다. 혹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즐겨 사용하는 선전용 포스터와도 닮아있다.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차용하되 이를 화면으로 옮길 때에는 전체 스토리에 맞도록 조금씩 변형을 준다. 작가의 손에서 분리된 후 변형을 거쳐서 재구성된 이미지들은 왠지 지나치게 행복한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광고에서나 볼 수 있는 행복 가득한 미소들을 띠고 있는 인물들이나 이들을 대변하듯 배열된 동물들이 주로 그 중심이 되고 있다. 마치 연극 무대나 동화 속 같이 화사하고 예쁘고 폭신한 자연 환경 속에서 이들 동물들과 사람들은 심히 평화로워서 현실적인 약육강식의 세계란 있을 수 없는 곳임에 틀림 없을 듯한 풍경을 보여준다.「황금 이빨」은 이렇듯 약속된 미래의 모습을 환영처럼 제공하며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내가 장종완 작가의 작업실에서 처음 보았던 드로잉 이미지는 여지 없는 달력그림이었다. 그것은 푸른 들판의 농가와 낫을 든 농부의 모습이 마치 전형인 전원 풍경화의 구도와 색상, 그리고 이미지들이었는데 그 와중에 낫을 든 아낙네의 얼굴이 까맣게 칠해져 있어서 섬뜩해 보이기까지 하였는데, 그 표현이 주변 풍경과 무심하게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어 유머러스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운 것은 이 크지 않은 드로잉의 풍성한 색채가 모두 색연필의 잔잔한 선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었고 이 선들은 이미지의 결을 만들어내면서 부드러운 솜사탕같이 여리디 여린 표면의 질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그의 작품 속 동물들은 맹수나 초식 동물이나 가릴 것 없이 사랑을 나누며, 서로 경외하며, 하나의 집단을 이루면서 얽혀있다. 그렇지만 이 장면이 실제로 평화를 보여주는 유토피아적 공간이 맞는지는 좀 더 그의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중심의 위치에 놓인 특정 동물이 품고 있는 어떤 것은 신비로운 빛은 뿜어내고 있다. 이는 강자의 상징이다. 어떤 그림 속에는 맹수가 다른 동물을 물고 있다. 이 때문에 또한 다른 약한 동물들은 맹수를 에워싸고 강자의 위치에 둔다. 또는 거대한 인삼 두 개가 평화로운 양떼들 사이에 우뚝 서 있다. 잔뿌리 몇 가닥이 하늘 위로 뻗어서 마치 신전의 동상을 연상케 한다. 이는 또한 사회주의 국가의 해묵은 거대 동상을 은유하고 있음을 쉽게 알아 챌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은 한편 우스꽝스럽거나 불안하게 유지되고 있는 풍경으로 전환되면서 사실은 위태로운 현실이자 권력의 덧없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배경들은 현실과 괴리감을 보여주는 알 수 없는 어떤 곳이다. 유토피아적 이상향처럼 보이는 이 곳이 현실과 단절된 채 그 속에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인간과 동물들의 모습이 표면상으로는 완벽한 행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영화「매트릭스」나「아일랜드」등의 SF물을 보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돌아보곤 한다. 현실의 삶이라 믿었던 것을 교묘하게 조작하는 모습을 그려내는 최첨단 장비와 그래픽은 이러한 상상력을 보다 생생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장종완 작가의 작품에서는 전혀 이러한 첨단의 테크닉이 구사되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온갖 B급 이미지들이 뒤섞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우리에게 삶의 철학과 현실의 반추를 유도하게 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순수한 작가의 에너지 자체로서 강력한 감동과 감성이 전해지는 경험을 제공하는 장종완 작가의 예술적 전달력은 크다. 이것은 예술가의 능력이다. 장종완은 그의 작업을 통하여 윌링앤딜링이라는 공간이 그의 에너지가 충분하게 발휘될 수 있는 장으로 바꾸어 낼 것이다. 또한 이 곳은 우리의 현실 속 삶의 단면을 바라보며 사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보여질 수 있을 것이다. ■ 김인선
Vol.20140413d | 장종완展 / JANGJONGWAN / 張宗完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