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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408_화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 / 2014_0424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스케이프 GALLERY skape 서울 종로구 삼청로 58-4 Tel. +82.2.747.4675 www.skape.co.kr
회화로 드러난 다차원의 의식세계 ● 정수진의 개인전 '다차원 존재의 출현'은 2011년 '입체·나선형 변증법' 이후 3년만에 선보이는 전시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시각 언어를 바탕으로 하여 회화의 차원과 사물의 상호관계를 화면에서 다뤄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한층 구체화된 회화의 다차원성을 선보인다. 2000년에 발표한 「뇌해(Brain Ocean)」시리즈로 화단의 주목을 받은 작가는, 색채와 형태를 기반으로 하여 회화에 담긴 고유한 시각언어를 심도 있게 전개해왔다. 이번의 전시는 기존의 회화적 실험들을 통해 연구된 작가의 시각논리가 반영된 것으로, 그의 작업세계가 정리되는 시점이자 심화된 단계로 나아가는 계기라 할 수 있다. ●작가의 회화는 다양한 형상들이 개연성이나 내러티브와 상관없이 등장하는 복합적인 구성으로 인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회화로 파악되어 왔다. 그러한 연유에는 그가 애초에 형상을 그릴 시 그 의미나 상징하는 바보다는, 회화 자체를 색채와 형태들이 서로 관계하면서 발생한 구조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이번의 신작들은 색채와 형태의 작용이 다차원적 변화를 일으키는데 주목한 시각적 결과물이다.
"원이 그려지는 과정을 보면,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작가가 언급하듯이, 2차원의 그림은 단순한 형태로 구성되지만 이의 기반에는 시공간에서의 3차원적 경험이 응축돼 있다. 그러하기에 회화의 평면 구조는 3차원, 더 나아가 다른 차원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살아있는 장소가 된다. 보이지 않는 인간의 의식 또한 회화라는 가시화 과정을 통해 생생히 드러날 수 있다. 그의 회화는 인간의 의식이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물질과 비물질, 의식과 무의식, 형상과 형상 사이 등 상이한 차원의 중간쯤에서 관계하는 다차원의 구조를 지닌다. 결론적으로 작가가 제시하는 다차원의 구조는 인간의 의식 세계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비롯한 것으로, 회화의 화면은 보이지 않던 존재들이 출현하는 장이 된다. 더불어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작가가 20여년간 회화로 부단히 연구해온 시각 논리에 대한 이론서가 첫 소개된다. 화가로서 색채와 형태에 내재된 구조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그의 시각이론은 「부도이론: 다차원 의식세계를 읽어내는 신개념 시각이론」으로 출판된다. 부도는 부호 符(부)와 그림 圖(도)로 이루어진 말로, 부도이론이란 곧 시각이론을 칭한다. ● "시각논리의 특징은 옳고 그름이라는 판단 체계로 논리를 전개하지 않고 같음과 다름이라는 판단 체계로 논리를 전개한다. 이것은 보고 판단하는 논리이기 때문에 그렇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특정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유효한 판단이다. 논리 체계는 구조이며, 구조는 그 자체가 시각적인 것을 뜻한다. " (부도이론 中) ● 보이지 않던 의식이 그림을 통해 드러나는 과정을 유클리드 기하학, 카오스이론, 집합이론 등 논리적 체계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 그의 이론은 '보는 행위, 시각 구조의 수수께끼' 에 접근하는 가이드이다. 시각이론에 대한 이번 연구는 평면의 다차원적 구조를 밝혀온 그의 작업과 더불어 인간의 시각, 그리고 의식 구조의 다차원성을 재발견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 갤러리 스케이프
다차원 생물과 그들의 영토 ● 나는 이전부터 그림을 다차원의 기하학이라고 주장해 왔었다. 그리고 진보된 매체가 발달한 이 시점에서 아직까지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올 때마다 이것이 가장 최첨단의 매체이기 때문이라고도 말해 왔다. 그 생각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과 같은 기능을 하는 기계와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 인간을 최첨단의 컴퓨터라고 정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아직까지 어떤 기계나 컴퓨터도 인간만큼 직관적으로 자유롭게 인간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나는 공짜로 주어진 인간이라는 컴퓨터가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사용해보려 한다. 이번에는 '부도 이론'이라는 책도 같이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64개의 형상소와 64개의 개념소를 소개하는데, 이것은 인간의 다차원 의식을 가시화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코드들에 대해 밝힌 것이다.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하면서 숱하게 받았던 질문은 '이 그림이 무슨 뜻인가'에 관한 질문이다. 이 책은 그에 대한 답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나의 그림들은 64개의 형상코드와 개념코드들을 어떤 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보여주기 위한 그림들이다. 아직 이론의 적용은 걸음마 단계이며 앞으로 정리해야할 것들이 많다. 그래서 그림의 제목이 장황스럽고 긴 것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64개의 형상코드와 개념코드는 의식의 다차원적 작용에 의해서 탄생한 개념적 존재들이 가진 유전자 코드와도 같다. 그래서 이들에게 다차원 생물, 다차원 존재라는 이름을 붙였다. (생물과 존재에 대해 특별히 다른 구분을 두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차원 생물이 탄생하는 우리의 의식과 그 의식을 반영하는 장소인 화면은 당연히 다차원 생물이 존재하는 그들의 영토인 것이다. 64개의 형상소는 우리의 직접 감각에 대한 코드들이고, 64개의 개념소는 직접 감각들이 만드는 관계에 대한 코드들이다. 이들 코드들은 보이지 않는 우리의 의식 작용을 보이는 세상에 드러나게 하는 장치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드러나는 방식은 의식의 저변에 있는 무의식적 영역에 내재된 논리체계를 따라서 나타난다. 아예 없는 것을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으므로, 무의식을 없는 의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무의식은 존재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의 의식이 미치지 않은 상태에 대한 지칭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일반적으로 무의식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무의식과 혼돈을 쉽게 연관시키는 것에서 잘 나타난다. 그러나 나는 무의식과 혼돈을 바로 연관 짓는 것이 어색하다.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무의식은 정교한 논리체계를 가지고 있고 그 체계를 따라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논리 체계가 너무나 정교해서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우리의 의식이 무의식의 세계를 혼돈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의식은 우리의 의식이 계속 움직이고 있듯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우리의 의식적 작용을 따라서 함께 움직이고 있다. 끊임없는 운동의 주체는 우리 자신의 의식이기 때문에 우리들 각자의 의식 작용을 따라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계 역시 움직이고 있으며, 그 운동 자체가 무의식에 내재된 거대한 논리 체계가 펼쳐져 나가는 과정이다. 즉 무의식이 가진 논리 체계는 우리 각자의 의식적 작용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외부로 표출하고 있다. 조지 오웰이 '1984년'이라는 소설에서 그려낸 빅 브라더는 우리들 각자의 내부에 있는 무의식의 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우리의 감시자는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무의식의 거대 논리 체계는 서로 다양한 개성을 표출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우리들 개개인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공통의 의식이기도 하다. ● 우리들 각자의 의식에 미치는 무의식의 논리 체계는 같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우리의 의식 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세상에는 다양한 현상들이 펼쳐질 수 있게 된다. 무의식의 논리 체계는 의식으로부터 받아들인 정보를 패턴으로 분석한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의식은 끊임없는 패턴 제조기인 것이다. 부도 이론은 무의식에 내재된 패턴의 논리를 읽는 방법에 관한 이론이다. 그리고 그림은 이러한 끊임없이 움직이는 논리 체계를 시각적 단면으로 보여주고 있는 매체이다. 나는 그림을 하나의 프로그래밍 된 언어체계로 보고 있다. 그림을 64개의 형상코드들과 개념코드들로 프로그래밍된 특정한 의식 상태에 대한 표현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그림은 보는 사람들의 의식에 공명함으로서 작용한다. 그 작용의 결과는 물론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그리고 결과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또 다른 기회에 얘기하도록 한다. ■ 정수진
Vol.20140411d | 정수진展 / CHUNGSUEJIN / 鄭秀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