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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 7길 37(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고착된 욕심의 잔해 위로 비치는 모습 ● 화려하지만 기이하다. 강렬한 색감과 거창한 양식이 주는 시각적인 자극은 충분하다 못해 과도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것에 붙들려 일그러져가는 동물의 일부를 발견하게 된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불편한 감각이 조금씩 돋아 오르기 시작한다. 내면의 바닥에서 이유 모를 자괴감이 떠오르는 것이다. 작품을 보며 느껴지는 어색한 진실에 대해 스스로 자문하는 동안에 작가가 작품 속에 감춰둔 은유가 작동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검은색은 다양한 이미지와 개념을 연상케 하는 색이다. 고대의 동경(銅鏡)처럼 자신의 상(狀)을 마주 볼 수 있는 칠흑의 색이고, 어둠으로 보기 싫은 것들을 가려주는 밤하늘 의 색이기도 하다. 이동헌에게 검정은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까만 비닐봉투의 색이다. 그리고 이 검은색 비닐봉투는 인간의 치부를 감추고 실상을 투영한다는 의미를 가진, 작가 고유의 미디엄이다. 내용물의 본질은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만지기 싫고 보는 것도 꺼려지는 쓰레기로 여겨지는 게 당연시되는 소재다. 화합물로 만 들어져 물에 젖지 않고 험하게 다루어도 되는 비닐봉투는 한 번 쓰고 버리기에 알맞은 일회성의 편리함을 갖추고 있다. 아름답지 않은 잔해를 보이지 않고 버릴 수 있다는 점 은 싸구려 플라스틱의 유일한 장점이자 존재이유인 것이다. 이 반사의 매개체는 잔뜩 주 름지고, 뒤틀려 있다. 그런 표면에 비춰지는 것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아름다운 모습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이동헌의 비닐봉투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이 형상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그 겉을 가림으로써 현대인의 끝을 모르고 왜곡되어가는 추한 욕망 을 더욱 생동감 있게 드러낸 작가의 시선은 동물원의 동물들과의 결합으로 확장, 변이하 는 생물을 창조해내는 결과를 이끌어낸다.
이동헌의 작품세계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모두 '사육되는' 생명이라는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 2012년 개인전 'plastic zoo'展에서 선을 보였던 이 변종(變種)의 생명체들은 욕망의 희생양의 눈으로 현대인을 바라본다. 우리 속에 갇혀있는 동물들과 시선을 마주칠 때 느끼는 일말의 이질감은 실은 그들을 소유하고 감상하는 인간의 과시적 욕망과 그런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이성적인 반동 두 가지 전부를 내포하게 된다. 또한 이 번 전시에서 작가는 그 시선을 표현할 또 다른 매체를 새롭게 발견한다. '장식(裝飾)'은 외면의 치장과 꾸밈에 충실한 목적을 두고 있는 형식으로, 그 나름대로의 오랜 역사를 거쳐 발전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심리적인 면에서는 자못 남다른 정의를 갖고 있다. 본질이 아닌 그의 미화(美化) 하나만을 위하여 덧대어지는 부속의 개념과 함께 그 속에서 인간의 허영심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요컨대 작가가 기존에 계속 사용해왔던 검은 비닐봉투라는 매체와도 주제의 맥락을 같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사치의 상징인 장식과 동물은 또다시 새로운 조합을 이루며 작가의 표현적 범주를 확장시키되 더 확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일조한다.
비닐 또는 장식에 얽히듯 연결된 동물들은 탈출을 소망하는 듯 보이지만 결코 그 매끄 러운 표면에서 분리될 수 없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피해의 현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아름답지만 동시에 억압받는 상황에 놓인 모순은 발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욕망 의 악순환이 만들어낸 틀 속에 갇힌 동물이 관람자에게 던지는 무언의 질문, 그리고 그 곳에서 시작될 모종의 소통. 작가는 이 혼성의 존재들을 통해 그에 대한 상상을 유도하 고자 한다. ■ 윤채원
Vol.20140226d | 이동헌展 / LEEDONGHEON / 李東憲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