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120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Tel. +82.2.734.1333 www.insaartcenter.co.kr
싸구려 지저분한 질척한 것들을 감추기에 적당한 검은 비닐봉지는 도시문명의 구석과 그늘을 표현한다. 많은 사람들은 포장을 하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만 그 누구도 반쯤 썩은 고양이와 음식쓰레기, 세상에서 가장 물컹하고 가장 불결한 어떤 것을 품기에는 검은 비닐봉지 이외에는 생각하기 힘들 것이다. 검고 질긴 탓에 속에 것을 드러낼 수 없는 스스로 터득한 싸구려 본능일 것이다. 우리가 먹다버린 욕망의 배설물을 한가득 담고 버려져도 도시의 이방인처럼 길거리마다 한 구석을 지키고 있어도 누구하나 관심 가져줄리 없다. 작가는 검은 비닐봉지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려고 한다. 나아가고 일어설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검은 비닐봉지를 통해 접근한다. "욕망은 만족감을 누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자크 라캉(jaques lacan)의 주장처럼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님에도 욕망은 때때로 기대함과 동시에 좌절하게 하며 충족되지 않은 욕망으로 인해 불안해하고 공포에 속박되게 만든다. 검은 비닐봉지 안에 담은 욕망의 덩어리들은 비록 그 실체가 있지 않지만 검은 비닐에 포장되어 형상화된다. 그리고 작품은 구겨지면서 필연적으로 주름이라는 것을 통해 형태의 변형과 그림자를 발생시킨다. 원형 그대로의 모습에서 반짝이는 욕망의 꿈틀댐은 우리의 삶의 형태를 변형시키고 인생의 명암을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수많은 주름을 봐왔고 그것을 만지고 느끼고 있으나 정작 그것을 손을 통해 다시 구현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주름 역시 인과관계에 의해서 정해진다. 느슨하게 구부러진 곳이 생기면 그에 따라 느슨하게 주름이 지고 급격하게 휜 곳은 그만큼의 긴장감이 생긴 주름이 진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과를 나타내나 유독 비닐의 얇고 가벼움은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더욱 작가는 비닐이 가진 재료적인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정교한 캐스팅작업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꿈틀대는 욕망을 비닐에 투과하여 표현하였다.
작품은 검은 비닐봉투라고 하는 과잉된 욕망덩어리들이 주는 불안, 긴장, 공포를 동물원이라는 사육장에 갇힌 동물들 혹은 일방적인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동물들의 표정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구체화시키고 관객과 다시 마주하고 있다. 인류는 탄생 이래 문화의 발전에 따라 동물들과 생존투쟁관계를 거쳐 사육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결국 자연의 일부분을 간단한 수술을 하듯 한 점, 한 점 떼어내어 인간이 만들어낸 사육장이라는 시설물아래 집어넣고는 "멸종위기의 동물을 보호하고 일반대중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 동물원들이 전 세계적으로 위치해 있고 그것이 얼마나 큰 모순덩어리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작가는 고독을 느끼는 고릴라, 공포로 찬 원숭이, 갈 곳을 잃고 표류하는 거북이, 타자로서 인간을 바라보고 있는 오랑우탄 등 감정이입 된 동물들의 표정 혹은 본성에 의한 모습을 검은 비닐봉지로 포장하는 작업을 통해 채워지지 않은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검은 비닐이 인간 내면의 억압된 욕망이 투사된 희생양이라면 동물원의 동물들은 과시하기 위한 인간 외면의 욕망이 투사된 희생양이다. 두 가지의 인간의 욕망이 주입된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욕망의 동물원으로 초대하고 있다. ■ 이동헌
Vol.20121207e | 이동헌展 / LEEDONGHEON / 李東憲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