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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유나이티드 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7:00pm
유나이티드 갤러리 UNITED GALLERY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02길 41(역삼동 616-12번지) Tel. +82.2.539.0692 www.unitedgallery.co.kr
구름 한 알에 흔적 남기기- '기적의 시간 속에 내가 살아 있었음을.' ● "은하라고 표현되는 이 별들의 집단이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에 약 1천 억 개가 존재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1천 억 개의 은하 하나하나에 1천 억 개의 별들이 존재합니다. 이 1천 억 개의 별들은 모두 수, 금, 지, 화, 목, 토, 천, 해, 명은 얼마 전에 죽었어요. 그래서 8개의 행성이 태양계만 해도 돌고 있습니다... 굳이 제가 행성까지 얘기하지 않더라도 10의22승 분의 1의 확률로 여러분과 내가 이 지구라는 곳에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래도 놀라지 않으시는군요(웃음). 여러분은 본인이 로또에 당첨되면 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로또의 당첨률은 814만 분의 1입니다. 엄청난 희소 확률이죠. 다행히 얼마 전에 천문물리학자께서 저한테 우리가 보는 우주에는 별이 이만큼 있지만 우리와 같은 우주가 10의 400승개가 존재할 수 있다,라고 표현을 해서 제가 거의 때릴 뻔 했습니다(웃음)... 왜? 지금 이 안의 세상만 다루는 것도 정신이 없어 죽겠는데... 제가 그 우주로 갈 수 있을까요? 갈 수 없답니다. 그럼 제가 죽으면 그쪽에 태어날 수 있을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왜? 우리는 한 때 모두 별이었으니까. 결국 내가 죽어서 물질이 되면 이 물질은 이 우주의 한 구성원일 뿐입니다. 내가 탁자가 될 수도 있고 그 탁자가 다시 사람을 구성하는 질료가 될 수도 있다, 라는 것이죠... 지구가 태어난 지 47억 년 되었습니다. 멸망하기 까지 아직 50억 년 남았으니까, 여러분은 전혀 걱정하지 맙시다. 지금까지 이 지구에 사람이 태어난 숫자를 모두 다 합해도 500억이 안됩니다. 뭐 좀 더 쓰죠. 1000억이 됐다고 칩시다. 조로 쓸까요?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이 지구가 출발하고 이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사실은 이 우주가 출발하고 이 우주가 멸망한다면, 그때까지 여러분들은 단 한번만 존재합니다. 어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나는 이미 기적이다'-정용석 교수의 'Who Am I' 강연中에서)
10의 400승개 중의 딱 한 번, 단 하나의 생명이라니. 전율했다. 나는 얼마나 희귀한가. 그리고 내 앞의 당신은 얼마나 오묘한가. 웃고, 울고, 행복해하고, 불안해하는 그 기적의 실존들이 훑어가는 시간의 결들. 선형적인 시간은 직선을 그리며 나아간다. 지나가며 장대한 과거라는 시간의 흔적을 남긴다. 방향을 가지고 움직이는 시간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한다. 흐르는 강의 은유로서 각인되는 시간은 되풀이되지 않는다. 흘러가는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다. 우리는 태어난다. 살아간다. 그리고 죽는다. 단 한 번만의 경험들. 그리고 흔적들. 하이데거는 현존재의 존재의미는 바로 시간성에 있으며 현실과의 관계에 의해서만 구체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 한다. 즉 현존재는 시간 그 자체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정오께, 단 한 점 씩(30×30cm), 일정한 시간을 정해 작업을 진행했다. 흐르는 강물을 관조하듯 내면을 조용히 응시하며 바로 그 시간 내에서의 어떤 사유와 감정의 기복을 따라가 보았다. 우선 작업 내에 일정한 계획과 규칙을 지정했다. 즉, 정신이 복잡하거나 감정의 파동이 요란해질 때(화, 걱정거리, 불안, 현실의 압박감, 우울, 소음 등)에는 내면의 무게감에 따라 푸른색이 점점 짙어지도록 색감을 선택했다. 반대로 고요, 평정, 선한 생각, 기쁨, 가슴 설렘 (우연찮게 들린 아름다운 음성, 노래, 향기 포함) 등이 마음에 드리워 질 땐 옅은 색감 쪽으로 점점 이동하도록 방향을 정했다. 이 모든 것은 주관적인 나의 판단에 의지했으며 우연과 즉흥으로 시간의 흔적은 누적되었다. 사각 틀 내의 둥근 덩어리는 곧 푸른 색조의 여러 틀이 뭉쳐졌으며 풀어지거나 분할, 또는 합치되었다. 형상들은 리듬과 율동을 반복하며 마치 시간의 꽃처럼 피어났다.
"당신이 한두 달 동안 매일매일 목초지와 숲에서 꽃가루를 수집하는 행위를 통해 병을 채워야 한다면, 이는 어떠한 다른 것도 필요치 않다. 이는 영적인 훈련 이상의 행위이다. 당신은 그것의 이름이 필요하지 않다. 때때로 나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것은 나의 생활에 대해 '당신의 삶은 무엇인가?' '당신은 무엇을 달성하고 싶은가?'라는 전반적으로 다른 관념을 가지게 한다. (볼프강 라이프)"
이 구름 한 알은 우주에서 단 하나로 존재했던, 존재하는, 그리고 존재할 나의 은밀한 마음을 채집한 '시간원자(?)'다. 시간 속 덧없는 존재를 구름(시간)의 덩어리로 꾹꾹 빚는다. 『구름 한 알 시리즈』(2013)는 축적되며 흘러가는 시간 속 존재의 흔적남기기에 대한 수행이라 할 수 있겠다. ■ 조지연
Vol.20140216a | 조지연展 / CHOCHIYUN / 趙智衍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