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질량을 빚다 2

조지연展 / CHOCHIYUN / 趙智衍 / painting   2013_1218 ▶ 2013_1224

조지연_구름의 질량을 빚다展_가나아트 스페이스_201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0731a | 조지연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Tel. +82.2.734.1333 www.ganaartspace.com

구름관찰자, 소나기의 기회를 사유하다. ● 시월이다. 가을은 몇 주밖에 머물지 않는다. 오후 네 시면 나는 조그만 나의 야생으로 달려가 팔각지붕 오두막이 있는 숲길을 걷는다. 숲에는 서어나무, 오리나무,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비비추, 애기나리, 물봉선의 그윽한 푸름이 넘친다. 바다의 물비늘처럼 반짝이는 이파리들 사이로 오색딱따구리, 쇠딱다구리, 뻐꾸기, 박새, 곤줄박이, 흰배지빠귀 들이 빛을 헤집고 날아다닌다. ● 이 생명들은 한결같이 한가하므로 지극히 예쁘다. 숲길을 거닐며 나는 자신이 세상에 속해있음을 느낀다. 전체에 속박되어 있는 것에 안도한다. 고갤 들어 하늘을 보면 가을빛이 아득하다. 감미로운 현기증. 찬란한 저편으로 구름은 맹렬하고도 적요하게 흐른다. 구름은 하늘에 뿌리박은 바람의 운명을 이미 떠난 것처럼 보인다. 구름은 밀고 당기는 은빛 청어. 사람의 비행은 새가 아니라 구름의 모방이 아닐런지. 나는 마냥 앉아서 오후의 빛을 흡입한다. 숲은 적막하고 그 위에서 구름은 고요하다. 구름이 한 가지 모양을 유지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조지연_구름의 질량을 빚다._유채_130.3×162cm_2013
조지연_구름의 질량을 빚다._유채_145.5×112cm_2013

『햄릿』의 한 대목이다. 햄릿: 저쪽에 낙타와 비슷하게 생긴 구름이 보이는가? 폴로니우스: 틀림없군요. 참으로 낙타같이 생겼습니다. 햄릿: 내가 보기엔 족제비 같아 보이네. 폴로니우스: 다시 보니 족제비 같습니다. 햄릿: 아니면 고래 같아 보이는군. 폴로니우스: 정말 고래처럼 보입니다. (『햄릿』, 제3막 제2장에서) ● 구름은 떠다니며 스스로의 모습을 잠시도 그대로 두지 않고 모두 분해되어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공기 속으로 녹아들어간다. 구름은 모양을 흐트러뜨리려고 질주하면서 자신을 만든 변화과정들을 거쳐 다시 다른 모양을 형성한다. ● 스스로 사라지는 구름의 속성은 가시범위를 넘어 바로 잊혀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구름은 우리 눈앞에서 스러지는 수증기와 같으며 저마다 작은 파국을 초래한다. 구름은 언제 어떻게 사라지는가? 그 처량한 존재의 흔적은 종잡을 수없는 언어로밖에 기록될 수 없는 것일까? 상상의 무작위로 모였다가 바람 부는 대로 흩어질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구름을 자연의 끊임없는 부분으로 사유할 수 있겠는가? 시적 은유 이외에 무엇이 하늘에서 구름을 있게 할 수 있을까? 덧없이 사라지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구름을 확인하려면 관측자가 필요하다. 아무도 같은 구름을 두 번 볼 수 없다. 어떤 구름도 자신을 두 번 보여 줄 수 없다.

조지연_구름의 질량을 빚다_유채_130.3×162cm_2013

18세기의 기상학은 보고한다. "양털처럼 하얗게 보이는 구름이 하늘에서 흩어지면 청명한 날을 알리는 신호이다. 바위나 성처럼 보이는 구름은 큰 소나기를 예고한다. 작은 구름들이 한두 시간 안에 점점 더 커지면 비가 흠씬 내릴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거대한 구름이 갈라지고 흩어져 버리면서 점점 더 작아지면 청명한 날이 된다는 신호이다." 얼마 후 1802년 런던의 어느 지하 실험실에서 30세의 약제사가 처음으로 구름에 적절한 이름을 붙여준다. 권운, 적운, 층운, 권적운, 권층운, 적층운, 난운비구름. 구름의 사람, 루크 하워드는 끊임없는 소멸에 매인 사라지는 존재의 이름을 탐구했다. 괴테는 그에게 시를 바친다. "내 노래에 날개를 달아 고마움을 전하네. 구름과 구름을 구별해준 그 사람에게"라고. ● 세상 곳곳의 비를 담뿍 담은 구름들. 하늘의 구름은 읽히는 경우가 많았기에 주로 언어영역에 속했다. 천상의 구름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 이래 탐구해온 무한하게 풍성한 언어로 한시도 가만있지 않는 머리 위 구름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쓴다. 구름의 명명법. 고대인들의 분류에 따르면 신들은 구름을 '소나기의 기회'라고 말한다. 거인들은 '비의 희망'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난쟁이들은 '날씨의 힘'이라 부르며 저승에서는 '비밀의 투구'라고 한다. ● 아지랑이를 동반한 구름, 더미진 구름, 얼룩진 구름, 빗자루처럼 생긴 구름, 무리진 구름, 깃털 구름, 찢어진 구름, 띠구름, 달리는 구름, 고리 모양 구름, 퇴적구름, 낙수구름, 번개구름, 감쇠구름, 쌍둥이구름, 비구름, 폭풍구름, 천둥구름.

조지연_구름의 질량을 빚다._유채_130.3×97cm_2013

"나는 대지와 물의 딸이며 하늘의 소중한 것이다. 나는 대양과 강가의 틈새를 지나 변하지만, 죽음을 모른다(셸리)." 사라진 것은 언젠가 회귀하게 마련이라는 구름의 눈부신 역할에 대한 고백. 오랫동안 가장 조화롭고 철학적인 매력을 가진 구름의 여정은 하염없다. ● 구름 형성 방식을 원자론에 입각한 우주의 형상과 연관 지어 발전시킨 데모크리토스(기원전 460~370년)는 말했다. 세계는 혼란스러운 기계적인 유형을 따라 움직이는 무한대의 미세한 불활성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라고. 여행자이며 관측자인 그가 구름의 형성에 대해 사유하게 된 것은 북유럽을 여행하던 중 녹은 눈을 목격하고 난 후였다. 깊은 사색의 끝, 녹은 눈에서 발생한 수증기가 상승하여 바람에 의해 남쪽으로 실려 갔다가 비로 변해 호수에 내리고, 그 비가 나일 강을 따라 흘러 남쪽에서 다시 북쪽 땅으로 돌아온다, 라고 했다. 세상을 휘도는 바람과 폭풍의 움직임을 처음으로 설명한 탁월한 견해. 그의 주장은 끝없이 순환하는 물의 모습을 자세하게 설명한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데모크리토스의 이러한 추론은 이 천년이 지날 때까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한 또 다른 발상일 뿐이다. ● 공중에 떠 있는 온갖 형태의 물방울. 미세한 물방울의 집합체인 구름은 최대한 커졌다가 줄어들다 결국 사라진다. 해거름 숲의 내리막, 하늘에는 짙은 갈고리 구름이 퍼져있다. 오렌지 빛깔과 붉은빛과 보랏빛이 어우러져 아름답게 물들었다. 나의 오늘이 저 구름처럼 산등성이 너머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다. 무사無事에 감사한다.

조지연_구름의 질량을 빚다展_가나아트 스페이스_2013
조지연_구름의 질량을 빚다展_가나아트 스페이스_2013

* 구름의 질량을 빚다. ● 어떤 이가 묻는다. "굳이 붓 대신 손으로 그릴 필요가 있을까요?" 나는 답한다. "음... 그건, 이를테면 말이죠... 인간의 몸에는 약 십만 킬로미터의 혈관이 흐르고 있다네요. 자, 눈을 지그시 감아 보세요. 관자놀이께에 검지를 살짝 얹고 집중합니다. 집주-웅, 집주-웅. 시공의 파도가 대동맥, 동맥, 소동맥, 모세혈관을 타고 밀려드는 것이 느껴지진 않는가요? 이럴 땐 아주,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내가 마치 광활한 우주 같기도 합니다. 혹은 작업실 벽을 타고 오른 푸른곰팡이 같기도 하고요. 그런 야릇한 순純의 시간이 우리의 생엔 분명, 있습니다. 맑은 에너지로 충만한 바로 그 순간, 나는 외계의 마법사로 빙의되지요. 그냥 쉽게 생각하세요. 아이처럼 의심하지 말고 상상해보세요. 휘리릭-휘리릭-, 신에 가장 가까운 도구인 손마디로 사멸死滅의 구름을 훌훌 걷어냅니다. 그 시간의 결들을 둥글게, 차지게 빚어내지요. 곧, 눈앞엔 돋을새김의 커다란 점자點字하나가 피안으로 넘어간 시간들을 향해 손인사를 합니다. 안녕- 안녕-." ■ 조지연

Vol.20131218a | 조지연展 / CHOCHIYUN / 趙智衍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