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1007g | 권혜원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1219_목요일_06:00pm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보는 GALLERY BONUN 서울 마포구 합정동 354-25번지 1층 Tel. +82.2.334.0710 gallerybn.com www.facebook.com/gallerybonun
1939년 소설가 박태원은 친구 김기림에게 꿈 이야기를 편지로 써서 보낸다. 그는 꿈 속 에서 죽은 이상과 경성거리를 쏘다니고 같이 카페를 갔다는 이야기를 한다. ●「죽은 친구와 꿈 속을 거닐다」라는 작품의 제목은 이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이다. 죽은 친구와 꿈 속을 거니는 것. 그것은 내가 오랫동안 과거의 사물과 공간을 통해 과거의 시간들을 해석하고자 했던 시도를 매우 적절하게 묘사하는 문장이었다. ● 과거를 여행한다는 것은 마치 꿈 속처럼 익숙하고도 낯선 공간속을 헤매는 것이며, 또한 이미 죽어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들을 만나는 일이다. '죽은 친구와 꿈 속을 거닐다' 라는 문장은 그 모호함과 알수 없는 속도에 대한 느낌을 담고 있다. ● 이 작품의 공간인 '익선동' 은 1930년 당시 건설회사 '건양사'를 운영하던 정세권이 도시형 한옥마을로 개발한 것이다. 익선동은 최초의 계획주거 단지이자, 최초의 부동산 개발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1960 ~ 1970년대는 최초의 요정이었던 '오진암' 을 비롯해서 '명월' 과 '대하' 등 고위관리들이 들락거리는 환락가의 중심이었다. 아직도 이 골목 곳곳엔 당시 성업하던 한복집의 간판들이 간간이 눈에 띄인다. 2000년 이후로는 주변에 게스트하우스들이 들어서고, 각 방을 쪼개서 세를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 되었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이 되었다. 서울에서 80년 넘게 보존된 공간을 만나는 것은 무척이나 드문일이다. ● 영상작품「죽은 친구와 꿈 속을 거닐다」에서 카메라는 천천히 그 오래된 골목길을 거닌다. 그러나 골목길을 돌아 돌아 다시 같은 길을 맴돈다. 그 길을 지나는 동안 밤에서 낮으로, 다시 낮에서 밤으로 시간 역시 그 곳을 맴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지만 시간은 흐른다. 과거도 현재도 아닌 그 곳. 하지만, 그곳에서 매번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과거의 시간을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이 전시의 또 다른 영상 설치 작품은「어느 관광엽서의 일생」이다. 이 작품은 이베이에서 구입한 1930년대의 관광엽서 한장에서 시작한다. 이 엽서에는 당시의 관광명소였던 조선총독부의 사진이 실려있다.「어느 관광엽서의 일생」은 엽서가 탄생하기 전, 조선총독부가 만들어지기 전에서 시작해서 실제와 허구 사이를 경계 없이 오가며 다양한 장소와 시간의 연대기를 거쳐서 조선총독부의 잔해가 놓여있는 공원에서 끝난다. ● 나의 의도는 관광엽서라는 사물을 통해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연결고리들을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다. 관습적인 역사쓰기가 가로쓰기라면, 이는 사물을 통한 세로쓰기, 혹은 고고학적인 접근에 더 가까운 것이다. 근대건축과 관광, 사진기술과 인쇄기술, 영화의 재현과 아카이브 필름, 통신의 수단과 미디어,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관광엽서 한 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내러티브 방법과 분류의 개념들을 건너뛰며 '우연한 일치' 와 함께 기대치 않았던 새로운 연결고리들을 건져낸다. ● 그 연결 고리 속에는 조선총독부의 건축가 게오르그 데 라란데와 그의 건축도면, 유리 건판 사진과 인쇄술, 관광엽서와 우편 시스템, 국경을 오가던 엽서와 화가 이중섭, 1920년대 당시를 영상으로 기록한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와 그가 남긴 필름, 국가 기록원의 기록영상과 사진들, 영화『모던보이』속의 근대 복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디어와 사물, 공간이 포함된다. 이것은 관광엽서라는 사물 하나가 펼쳐보이는 새로운 맥락, 혹은 생각의 범주이다.
솜씨 좋은 목수가 만든 창문과 함께 전시되는 영상「투어 머신」은 어떤 창문을 통해 내다보이는 풍경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풍경은 느린 패닝샷을 통해서 끊임없이 새롭게 펼쳐진다. 마치 달리는 버스나 기차에서 풍경을 내다보듯, 창문 프레임을 통해서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명소였던 풍경들을 보게 된다. 근대에 탄생한 '관광'이라는 개념은 지금 현재에도 여전히 우리가 풍경을 보고 여행을 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관광의 '풍경' 의 근원은 대부분 조선총독부가 기록한 유리건판 사진과 이를 출판한 관광엽서, 혹은 관광사진집을 통해서이다. 이 아름다운 장소와 풍경들은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장소이다. 많은 다른 근대 문화가 그렇듯이 '근대 관광' 역시 새로운 방법으로 풍경을 보는 것, 혹은 경험하는 것에 대한 열망과 일본 제국주의라는 타자에 의해 주도된 것이라는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이 공존하는 대상이다. 또한 이「투어 머신」은 적외선 촬영이라는 특수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군사적 목적이나 범죄 감식반, 그리고 역사적 유물의 복원에 쓰이는 촬영기법이다. 현재의 풍경을 적외선 촬영한다고 해서 과거의 풍경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역사적 유물에서 숨겨진 과거의 흔적을 발견해내기 위해 사용하는 원래의 용도를 포함하며, 또한 과거도 현재도 아닌 시간을 담아내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또한「투어 머신」의 창문은 미디어에 대한 원형을 찾고자 하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 관광엽서나 사진집을 만들어냈던 아름다운 풍경들은 당시의 유리건판 사진으로 기록된 것이었고, 이 유리건판 사진은 여전히 당시의 유리산업과 카메라 발명의 시작점이었던 카메라 옵스큐라에 대한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던 매체였다. 밖에서 들어오는 조그마한 빛이 방안에 풍경을 펼쳐보이던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와 유리 산업의 발달, 그에 대한 창문의 변화 등은 우리가 풍경을 어떻게 보는가, 혹은 그 경험을 어떻게 시각화하고 물질화해서 소유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원형을 생각해보게 한다.
설치작품「기념품 도시」는 근대 관광엽서에서 발췌한1930년대 경성의 건축물들을 마치 조그만 관광기념품처럼 만들어 설치한 작업이다. 관광기념품처럼 만들어진 29개의 건축물들은 테이블 위에 전시되어 마치 조그만 도시의 미니어처처럼 보인다. 관광기념품으로 구입하는 미니어처 건축물들은 우리가 관광에 대한 경험, 혹은 풍경에 대한 기억을 소유하는 방식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념품을 통해 재구성된 경성의 이미지는 우리가 시각화된 미디어를 통해 인식하고 있는 경성의 이미지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과거의 경성 뿐만 아니라 서울이나 파리, 뉴욕이나 런던과 같이 유명 관광지가 된 도시들이 갖게 되는 또 하나의 이미지다. 도시에서의 경험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풍경의 소유물을 통해서, 단순하며 소유가능한 형태로 축소된 또 다른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권혜원
이번『조선 관광단 프로젝트_경성편』展은 1930년대의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조금이나마 찾을 기회가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국가기록원의 영상, 컬렉터 최현중씨의 사진집 등을 통하여 작업의 시작점을 찍게된 권혜원 작가의 이번 프로젝트는 과거와 현재사이의 무수히 많은 점들과 선을 이어 경성-서울의 관광지를 하나의 도형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겠다. ● 1930년 그리고 2013년 12월, 우리는 세월의 흐름에 대하여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에 대해 인물이나 상황 중심으로만 단순히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받아들여 버리는 경향이 있다. 허나 단순한 인식에 대하여 네거티브한 시각을 갖자는 것은 아니다. 요리를 할 때 수많은 양념과 레시피를 쓰게 되는데 그 양념(오브제)과 레시피(매체)가 기존과 어쩌면 크게 다르지도 않을 수 있다. 단순히 포퓰리즘의 비하도 아닌 과거와 현재의 상응관계를 되짚어 보자는 것이다. ● 서울은 일제시대에 '경성'이라는 이름의 뼈아픈 역사가 있다. 그 시대에 외국인들은 일본인들이 발행한 '일본 관광엽서'를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접한다. 하지만 그 엽서의 모습은 '서울의 대표 관광명소'의 사진들이 박혀있다. 현재 우리의 모습은 그 아픈 과거의 역사적 사실마저 무심히 지나치며 현재에 충실히 살고 있다. 하지만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연결고리에 빠져서는 안 될 증명된 사실들 뿐이다. ● 권혜원 작가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시작은 있지만 끝맺음은 없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에 대하여 탐구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그중에도 특히 물질적인 것, 즉 오브제와 사람과의 필연적인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금 짚어보고자 한다. 유리건판, 최초의 카메라의 기술산업과도 연관되는 옵스큐라 등 현재와 과거의 연결고리가 되는 오브제를 탐닉한다. 관객은 1930년대의 일본인들이 기대를 품고 경성으로 관광을 온 것처럼 과거로의 관광을 떠난다. 이동의 축은 시간적, 공간적인 축이냐의 차이에서 연결점이 오브제-엽서일 뿐이다. 엽서에 박혀진 관광물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는 과거의 이중섭이나 이 영상을 바라보고 있는 현재의 관객이나 어쩌면 그 관광지까지의 거리감은 동일할지도 모른다. 동일한 오브제가 갖가지 환경에 처하면서 다양한 양상을 나타내는 모습을 묘사한다. 역사 속에서 또 한가지는 우두커니 놓여있는 현재는 사라 도시 또는 건물의 특성이다. 현재에 없어진 '조선 총독부'는 엽서라는 오브제로 우리에게 존재한다. 어쩌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현재에도 존재하는 역사의 잔해물이다. ■ 조현진
Vol.20131219d | 권혜원展 / KWONHYEWON / 權慧元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