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의 양극 Opposite Poles of a Unity

심아빈展 / SHIMAHBIN / 沈雅彬 / video.installation   2013_1203 ▶ 2013_1222 / 월요일 휴관

심아빈_직선의 의미 Meaning of a Straight Line_캔버스에 실_45×45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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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203_화요일_06:00pm

철학자 강신주 토크 / 2013_1207_토요일_02:00pm 사전예약(총 40석)[email protected]

후원 / 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화~금_02:00pm~08:00pm / 토~일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225-67번지 B1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단일의 양극』이라는 전시 제목에서 우리는 작가가 진지한 태도로 전시를 의도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영상 작품 「너와 나(You & I), 2012-2013」 시리즈는 어찌 보면 아주 순진하면서도 직접적인 장치들로 구성되어있다. 비디오 화면은 거울과 맞붙어 데칼코마니적 이미지를 생성하기 때문에 화면 속 등장 인물은 건너편 거울 속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2013년 작에서 등장 인물은 낚싯대를 잡고 물고기가 낚이기를 기다리며 잠깐 졸기도 하고, 하품도 하고, 지루함에 몸을 비틀며 긁적이기도 하는, 낚시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소한 행위들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마치 물고기가 잡힌 듯 낚싯줄이 당겨졌을 때 인물은 팽팽한 낚싯줄에 맞서게 된다. 이 모습은 화면 바로 아래 설치된 거울에 반사되어 있기 때문에 인물이 마치 수면 아래 비치는 자신을 낚으려는 듯이 보인다. 같은 시리즈로 2012년 작에서는 화면의 등장 인물이 밧줄을 사이에 두고 거울 속의 자신과 힘겨루기를 한다. 양극에 마주한 자신의 모습 사이에서 밧줄은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낸다. 밧줄과 낚싯줄이라는 매개체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는 이것들이 양극의 지점들을 볼 수 있게 하는 장치들이기 때문이다. 즉 서로를 타자화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것이다.

심아빈_너와 나 You & I_비디오 설치(silent), 거울, 모니터_ 거울 14.8×22.8cm, 모니터 14.8×22.8×3cm_2013
심아빈_너와 나 You & I_비디오 설치(silent), 거울, 모니터_ 거울 18.5×27.3cm, 모니터 18.5×27.3×2.6cm_2013

관람객이 바닥에 엎드려 들여다 본 구멍 속에서 다시 엎드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탄생(Birth), 2013」이라는 작품 또한 양극에 위치한 존재가 결국에는 자기 자신, 즉 하나임을 인식하게 한다. 허공에 매달린 골프채를 시작으로 그 옆 기다란 선반 위에 놓인 모니터에서는 벌거벗은 여자가 엎드린 채 몸을 앞뒤로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영상이 나온다. 이 모니터의 반대편 끝에는 구멍이 나있고 그 구멍 아래 바닥에는 깨진 달걀이 놓여 있다. 깨진 달걀 사이에서 나와 시작되는 붉은 실이 이리저리 뒤엉키면서 바닥을 가로질러 향하는 곳은 맞은 편에 세워진 벽의 구멍 속이다. 이 구멍 앞에 놓인 인조 잔디는 관람객들의 무릎을 꿇리고 엎드려 구멍 안을 들여다 보게끔 하는 또 하나의 장치이다.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구멍을 들여다 보고 있는 관람객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은 천정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에 의해 전송되고 있는 실시간 영상인 것이다. 잠시 생각에 빠진 관람객은 깨닫는다. 아, 처음에 모니터에서 본 누드가 나인 게로군……

심아빈_탄생 Birth_비디오 설치(silent),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3
심아빈_탄생 Birth_부분

우리는 설치 작품 「강태공(Jiang Taigong), 2013」에서 조금 더 직접적인 사유의 장치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전시 공간 바닥에 세워진 100호짜리 캔버스는 바닥에 놓인 동일한 크기의 거울과 직각을 이룬다. 캔버스를 관통하는 낚싯대와 낚싯줄은 거울 위에 드리워져 있고 낚싯줄 끝의 찌는 거울 속 심연과 맞닿아 있다. 이 작품은 작업하는 행위가 낚시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작가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물고기는 작가에게 영감과 동기 그리고 기회이다. 그것이 언제 잡힐지 모르나 작가는 자신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어야 한다.

심아빈_강태공 Jiang Taigong_캔버스, 거울, 낚싯대_캔버스 162×111.6cm, 거울 162×111.6cm_2013
심아빈_탄생 Birt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볼_각 24.2×33.4cm, 가변설치_2013

심아빈의 그림에는 초록색이 유독 많다. 그리고 그 위로 구멍이 그려져 있다. 이는 골프를 연상케 한다. 이번 전시에도 골프의 요소들이 많다. 골프 채, 골프 공, 인조 잔디, 구멍. 왜 이러한 이미지가 반복되어 사용되는지 작가에게 물었다. 작가는 골프가 욕망의 상징으로 읽혀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욕망…… 인간이 행하는 구기 스포츠 중에서 골프는 그 사용 면적이 가장 넓다고 한다. 이 운동의 목적은 작은 구멍에 더 작은 공을 넣는 것이다. 마지막 목적지인 작은 구멍을 향하여 광활한 대지를 가로지르면서 그 안에서 내기를 하고 사교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이 작가에게는 사뭇 우스꽝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인간이 벌이는 게임의 풍경 속에서 철학적 사유를 끄집어 내었다. 작은 구멍을 향해 골프 공을 때리고 굴리며 공을 찾아 다니다가 다시 공을 발견하면 또 다시 멀리 보내어 찾는 반복된 행위의 끝은 누가 몇 타 만에 구멍에 공을 집어 넣느냐이며 이러한 승부는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한 성취감을 맛보게 한다. 이는 어쩌면 인간이 인간을 낳는 탄생의 원초적 과정과 많이 닮아있다. 작가에게 구멍은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이기도 하고 다른 세계로 향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공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 김인선

Vol.20131203f | 심아빈展 / SHIMAHBIN / 沈雅彬 / video.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