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90404g | 최원석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110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3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Cross_Fade - 인공의 도시, 생성과 소멸의 알고리즘 ● 인류는 다양한 생존을 위한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생겨난 방법들을 통해 사회를 이루고 언어를 분화시켜 소통하고 또한, 질서를 만들어 자연의 위험요소로부터 구성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영역을 확고히 해 왔다. 이른바 문명의 형성이 그것이다. 인류의 정신적 산물의 집합인 문화에 반해 기술적, 물질적 산물의 집적으로써 문명이 정의되어 왔지만 현재는 문화의 복합체로서 인류 전체의 물질적, 정신적 산물 모두를 문명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문명의 중심에는 항상 메트로 폴리스가 형성되어 왔다. 자체의 문명이 집중되고 타 문명과의 소통과 충돌이 이루어지는 공간, 즉 문명의 거대한 게이트로써 도시가 탄생하고 이 거대 도시로부터 다시 작은 도시로 분화되어 문명 전체에 기술을 전달하고 정신활동을 공유하며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최원석은 사진작업을 통해 이러한 도시의 다양한 모습과 그 속에 존재하고 있는 삶의 흔적과 이면들을 객관적이면서도 때로는 지극히 주관적으로 관찰해 온 작가다.
도시, 제약과 발전에 의한 에너지의 집중 ● 최원석은 도시를 변화와 소통의 공간으로서 그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흔적들 그리고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도시 자체가 만들어 낸 공간의 모습들에 끊임없이 집중해 왔다. 도시는 사람들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도시 자체는 사람들에게 도시화 되기를 그리고 그에 맞는 행동들을 강요한다. 작가는 이 편리하면서도 제한된 삶의 공간에서 생명의 탄생과 같이 고도로 집중된 에너지의 흐름을 쫓아왔다. ● 도시는 삶에 필요한 많은 필요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에너지를 개인의 자유의지와 삶의 공간을 지속적으로 제약하면서 그 제약된 자유를 되찾고자 하는 생산활동, 즉 육체적, 정신적 노동에서 얻는다. 다시 말해 도시에서 살기 위해서 그 도시의 수준에 맞는 의식주를 위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도시는 이러한 노동 에너지의 창출을 위해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문화를 집중시켜 외부로부터 구성원들을 유입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이로써 가치판단의 기준이 다양해지면서 삶의 평등은 깨지게 된다. 이 깨진 평등의 틈에서 약육강식과 같은 경쟁의 논리가 생겨나고 이 논리로부터 자본주의적 모순이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부분의 도시가 스스로의 발전과 팽창을 위해 채택한 제약적 조건이다. 모순적이겠지만, 도시는 발전 에너지 창출을 위해 제약을 통한 무한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 작가가 집중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도시의 양면성이다. 화려함 이면에 감춰져 있는 고단하고 소외된 삶의 흔적들. 그리고 낯선 도시 이면의 풍경들. 작가는 이 거대한 도시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표정들을 가능한 한 넓은 시야를 통해 한 화면에 담고, 그 다양한 도시의 표정들이 어떻게 도시 전체를 이루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가장 완벽한 포인트를 찾기 위해 마치 도시의 이방인처럼 걷고 또 걷는다. 또한, 자신이 바라 본 도시의 감성적 재현을 위해 날씨와 시간을 철저하게 계산하여 작가는 그 시간 바로 그 장소에서 셔터를 누른다.
도시, 인위적 풍경의 미적 가치 ● 시각예술에 있어 풍경이 지니는 의미는 자연과 인간의 단순한 이분법적 관계에서 벗어나 바라보는 대상인 자연을 동경하거나 혹은 동화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풍경은 바라보는 주체의 심리적 상태와 관심의 정도에 따라 매우 다르게 보여진다. 물론, 객관적으로 그것은 존재하고 있는 실재이기는 하지만. 무엇을 얼마만큼 왜 보고자 하느냐에 따라 보여지는 디테일과 볼 수 있는 시야의 폭이 달라진다. 이렇게 풍경은 자연으로서 그 자체의 존재 가치와 함께 우리의 감성을 투사하고 투사된 감정을 정화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풍경은 오랫동안 시각예술의 대상이 되어왔고 또한, 그 표현의 폭이 시각예술의 변화만큼이나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 최원석은 사진 작업을 통해 인위적으로 구성된 도시의 풍경을 표현해 왔다. 그에게 있어 도시는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생명체와 같이 끊임없이 무엇에 의해 변화하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대상이다. 그가 바라본 도시는 사람들의 활동이 끝난 시점이라든지 아니면 시작하기 직전의 모습들이 보여주는 느슨함과 긴장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풍경들이었다. 작가는 여전히 이러한 양가의 감정들이나 상태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사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상대성을 통해 서로를 증명하고 존재할 수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2011년부터 작가는 세종시에 집중했다. 거기엔 새롭게 생성되고 있는 도시와 그 생성을 위해 소멸되는 도시가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하천을 따라 교통과 소통이 원활한 지역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시가 아니라 목적에 의해 계획적으로 구성되는 도시인 세종시는 도시 형성의 과정을 빠르게 경험할 수 있는 작가에게는 그야말로 맞춤형 대상이 된 셈이다. 작가는 목적지향적인 새로운 도시의 생성을 위해 자연스럽게 소멸된 이전 도시의 흔적들에서 삶과 죽음이 단지 존재형태의 변화일 뿐임을 발견한다. ● 도시 건설을 위해 쌓아놓은 흙무더기들과 아직 이장이 채 끝나지 않아 산을 깎아내지 못하고 남아있는 산등성이들은 각각 같은 형태로 생성과 소멸을 상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최원석의 뷰파인더는 예리하면서도 그 디테일이 상당해서 그의 작품 구석구석에 던져져 있는 그의 사고들, 즉 드러나는 것과 드러나지 않는 것들. 그러나 그것은 항상 동시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는 주로 일몰이 시작되는 시간과 일출이 시작되는 시간을 선택하여 우리 감정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아직 꺼지지 않은, 아니면 이제 막 켜지기 시작한 도시의 불빛들을 통해 시작과 끝의 모호한 경계를 조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생성과 소멸의 규칙과 혼합 ● 생성과 소멸은 반의어가 아니라 같은 존재의 다른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최원석은 자신의 화면에 이 두 가지 의미들을 상징하는 요소와 몇 가지의 장치들을 발견하고 그것이 지닌 의미들을 전체 풍경에 연결하고 있다. 그가 발견한 풍경들은 전체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대규모 건설현장의 사전 작업처럼 보여지지만 그의 시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진지하고 따뜻하며 지극히 인간적이다. 작가는 자신의 화면의 다양한 색감을 위해 각 계절의 표정들을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냈다. 얼핏 같은 장소의 다른 계절과 같이 지루하고 동어반복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거기엔 엄밀한 인위적 가공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흔적들이 역력하다. 작가는 오히려 동어반복과 같은 다큐멘터리 속에서 시간과 공간이 혼용된 세계를 발견한다. 즉, 같은 장소의 같은 흙무더기지만 계절이라고 하는 시간과 여전히 현재진행중인 건설의 공간을 동시에 느낀다. 달라진 시간과 같은 공간이지만 저 멀리 보이는 낯선 배경들. 같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전혀 다른 감정. 작가에게 이 감정이야말로 완벽한 앵글을 찾아 쉼 없이 움직이는 작가의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 ● 건설현장에 아무런 의미 없이 꽂혀져 있는 깃발이나 안내판은 없다. 작가 역시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현장에 놓여져 있는 자재들과 깃발들을 작품 전체의 의미들을 잇는 오브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 오브제들이 가지고 있는 조형성도 조형성이지만 그것들이 내포하고 있는 상징적 의미들 역시 중요한 이야기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고가도로는 대상이 주는 강한 이미지와 완벽한 타이밍으로 연출된 말 그대로 그 자체 뛰어난 조형언어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지만 어쩌면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에 대한 순환을 보여주고자 했던 작가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인 듯 하다. 삶과 죽음은 아직 이어지지 않은 고가도로처럼 단절되어 있는 듯 하지만 결국 그 둘은 고가도로가 이어져 소통되듯이 변화된 존재를 일컫기 위해 말은 다르지만 의미는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생성과 소멸의 규칙은 바로 이러한 순환의 고리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규칙들이 어떻게 혼합되어 우리의 삶에 반영되고 실천의 근거가 될지. 그것은 아마도 최원석이 바라보고자 한 원경의 세계, 즉 가능한 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무대의 크기를 최대한 넓게 그리고 디테일하게 바라볼 때, 그 혼합된 규칙들이 우리의 삶을 보다 더 의미있게 연산해 주지 않을까. ■ 임대식
Vol.20131106b | 최원석展 / CHOIWONSUK / 崔原碩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