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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40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_GANA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3층 Tel. +82.2.734.1333 gana.insaartcenter.com
After Fantasy ● 도시는 변덕스럽고 언제나 변하고 끊임없이 요동치는 신기루이며 현재진행형인 유적지이다. 현재 50%가 넘는 인구가 도시에 살고 있으며 2050년에는 전 세계 인류가 75%까지 도시로 모여 살 것이라고 한다. 한세기 전에는 전인류의 10%가 도시에 거주했지만 도시의 욕망에 의해 인구를 기하급수적으로 도시에 편입시키고 있다. 즉, 도시는 정적인 실체가 아니라 마치 하루가 지나면 진부해지고 바로 새로워지는 광고처럼 출현과 사라짐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불안정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도시와 광고는 그런 측면에서 서로 상부상조하는 기생관계이다. 오늘날, 허상의 공간인 도시에서 공허한 기호인 광고는 무수히 많고 많은 자본주의의 파편을 무자비하게 도시 곳곳에 뿌리고 있고, 현대인들은 이것의 잔해들을 잠자는 시간외에는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된 것이다. 언제나 새롭게 변하는 빌보드가 박하사탕처럼 즐비하게 쌓아 놓여진 대도시는 우리에게 지갑을 열도록 끊임없이 강요를 한다. 그렇다면 광고는 도시가 배출한 '정복군'일까? 혹은 '구세주'인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인간 본인의 모습을 비추어 보던 거울을 이제는 광고판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은 우리, 혹은 사회를 비추는 것이 아니라 빨아 들여서 삼켜 버린다. 결국 광고는 풍요로움이라는 허구의 표상을 추앙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교묘하게 사회, 문화에 연결 고착시켜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를 기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적 가치를 현대인들은 광고라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리 안에 강제로 존재하도록 자신들에게 최면을 걸면서 광고가 우리의 삶을 윤택하고 충만하게 해 줄 구원자로 망각하며 살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페러독스와 그 안에 기생하는 폭력적 권력에 정복당한 현대인들은 잘 길들여진 대중일 뿐이다.
하지만 광고를 인류의 쓰레기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찬사와 물질 만능주의에 대한 동경이 뿌리깊게 퍼져있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그 것에 대한 모순을 깨닫지 못하고 항상 찰나적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나 역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창조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자본주의 꽃이라고 불리는 광고회사에서 미디어에 의해 조작되고 상징으로 표현된 허상의 공간에서, 모순으로 포장된 현대문명에 대한 대리체험을 직접 경험하고 앞장서 왔었다. 물론 나 혼자만 동참한 것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대중들이 그런 공허한 외침에 환호하고 열광하는 것을 관찰자로서 직접 목격했다. '현대사회는 광고의 메아리에 의해 즉각적으로 만족되어진 사회적인 것의 요구라는 단순화된 형태로 되어 있고, 사회적인 것은 시나리오와 같고 우리는 이 시나리오에 미쳐 날뛰는 관중'이라고 보들리야르가 말한 것처럼… 그러나 자본주의가 유일한 규정이면서 역사적 체제로 자리잡고 있는 오늘날, 도시들도 자본의 힘으로 상품화되고 서열화될 수 밖에 없다. 그 안에서 광고는 중간계층을 더욱 압박한다. 위성도시와 소도시는 대도시에 기생하면서 오로지 '현재'만을 위한 도시가 될 수 밖에 없다. 어느 도시이든지 항상 '미래'를 향하지만 자본의 논리에 소외된 도시는 여전히 '지금'일 수 밖에 없는 하루살이 도시인 것이다. 과거 유명한 광고카피는 '누구도 2등은 기억해주지 않는 다'라고 말했다. 현대문명이 버린 2등, 혹은 3류가 되어 버린 짝퉁도시에서 안쓰럽게 버티고 있는 빌보드는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모호한 일회성 환타지와 시각적 페러독스를 제공한다. 미쳐 날뛰는 군중은 사라지고 복제된 광고 모델들이 텅 빈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아이러니한 풍경은 비록 현대성을 경험했지만 결코 사유할 수 없었던 우리 주변의 일상풍경인 것이다. ■ 최원석
Vol.20090404g | 최원석展 / CHOIWONSUK / 崔原碩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