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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선展 / OHHYESEON / 吳蕙先 / installation   2013_0904 ▶ 2013_0910

오혜선_face(red)_지퍼_가변설치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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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904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화봉 갤러리 2,3전시실 HWABONG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B1 Tel. +82.2.737.0057,1159 gallery.hwabong.com

내가 정말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 피부의 겉으로 돌출되어있는 안구들처럼 - 나는 외부에 노출되어 보이는 존재이자 나를 둘러싼 외부를 볼 수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시대인들이 그러하듯이 '본다'는 행위를 넘어서 '보일 수 있다'는 시선에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 둘의 관계는 팽팽한 듯 보이지만 실상 어느 한 쪽이 우위를 점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바라보면서 보이는 존재, 그리고 그것들이 둘 다 진짜일수도 혹은 가짜일 수도 있다는 사실, 이것이 이번 내 작업의 시작점이다. 내가 누군가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나는 때때로 본래의 내 모습보다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자신으로 변신한다.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치 않다. 보여주는 내가 진실이라면 진실이고 거짓이라면 거짓이다. 가끔, 아니, 사실 자주 그런 일을 겪는다. 그리고 나는 나 이외의 많은 사람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발견한다. 우리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고 나만은 그 어떤 '다른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우리의 시선은 이렇듯 상당히 이기적이다.

오혜선_자라나는 시선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3

내가 정말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작업을 보면 많이 '불편해'한다. 그것은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시각적 불쾌감이나 혹은 충격, 또는 그로테스크한 미적 추구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때문에 일부러 이런 혐오스런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냐는 관객들의 평은 나와 관객, 혹은 타인과의 시선의 차이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목적은 다소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통해 관객에게 충격요법을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내가 하는 작업들은 내 안에 있으나 내가 볼 수 없는 것들, 나의 일부이면서 한편 한없는 생경함을 일으키는 나의 '한 부분'을 통해 어떠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내 안에 있으나 볼 수 없는 것, 나의 것이라기엔 한없이 이질적인 신체의 일부를 직접 볼 수 없기에 다소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재해석한 신체의 일부분이 나의 작업의 소재이다.

오혜선_불안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3

나의 작업의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로 지퍼와 신체, 두 가지이다. 나 자신의 일부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신체 한 부분에 어울리지 않는 지퍼를 달아 주머니처럼, 외부로 끄집어내어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지퍼는 그 고유의 성질인 열고 닫힘의 기능에 착안하여 통로, 출구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나는 작업을 시작할 때 의과대생의 어려운 전문용어로 가득 찬 해부학 책을 탐독한다. 하지만 아무리 책으로 봐도 그 이미지가 참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 자신의 일부이면서 생명연장을 유지시켜주는 그 한 부분 부분들이 참으로 소중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이 나의 작업을 보고 불편해 하는 것은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 일지도 모르겠다. 평생 각자의 안에 가둬두고 바라보지 못했던 한 부분을 보며 당황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오혜선_섬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3

나의 작업은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다소 변형된 장기들을 통해 최대로 완벽하게, 잘 가공하여 '날 것' 의 느낌을 느끼게 한다. 그 '날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의 일부이다. 때문에 그 생경함은 무척이나 역설적인 것이다. 나는 그간의 작업을 통하여 신체 장기에 여러 가지 의미를 비유하여 작업을 해 왔다. 구불구불한 뇌 주름을 통해 생각과 사고의 열고 닫힘을, 그리고 여러 개의 변형된 심장을 통해 은유된 '마음'의 열고 닫힘을, 그리고 이번에는 눈과 얼굴의 형상을 통해 '시선' 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오혜선_두 개의 시선_지퍼_21×17×14cm_2013

나는 내 안에 있는 한 '부분'들이 한없이 궁금했었다. 그 형태와 기능 뿐 아니라 사실 그 한 부분 부분들이 하나의 인격체처럼 느껴지면서, 그 녀석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했었다. 나 자신이면서도 나 자신이 아닌, 통제 불능의 그 녀석들이 궁금하고 실은 한편 솔직한 마음으로 그러한 '부분'들에 통제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나의 작업들은 이러한 나의 부끄러운 허세에 시작된 것 일지 모른다. 언제나 그렇듯 나의 작업은 자기 고백이며 속이거나 가릴 수 없는, 온전한 나의 모습이다. 때문에 치부를 드러내는 나의 작업들은 늘 부끄럽고 애틋하다.

오혜선_face_지퍼_가변설치_2013
오혜선_LOVE_지퍼_31×92cm_2013

섬처럼 둥 둥 떠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과 시선을 고정하며 그 자리에 '떠' 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언제든 닿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언제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바라본다'. 나는 여기에 있고 너는 거기에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나는 너를 바라볼 수 있고 너는 나를 바라볼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연결되어있다. 나는 이것이 지금의 우리들 모습이라고 생각해보았다. ■ 오혜선

Vol.20130907d | 오혜선展 / OHHYESEON / 吳蕙先 / 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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