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0420h | 홍장오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12:00am
갤러리 현대_윈도우 갤러리 GALLERY HYUNDAI WINDOW GALLERY 서울 종로구 사간동 80번지 Tel. +82.2.2287.3500 www.galleryhyundai.com
흐르는 강물에 떠 있는 작은 배 위에 당신 자신을 그려봐요. 오렌지 나무가 있고 마멀레이드 빛 하늘이 있어요. 누군가 당신을 부릅니다. 당신은 천천히 대답하죠. 만화경 같은 눈을 가진 소녀가 거기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를 들고 하늘에 떠 있는 루시랍니다. 다이아몬드를 들고 하늘에 떠 있는 루시랍니다. (비틀즈의 1967년 『Sergent Pepper's』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중에서) ●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2004년, 지구로부터 50광년 떨어진 우주에 다이아몬드와 같은 성분인 탄소 결정체로 이루어진 백색왜성이 발견되었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비틀스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를 본떠 'Lucy'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Lucy'는 별 전체가 다이아몬드와 같은 성분으로 탄소 결정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행성의 크기는 지름 4,000km에 다다른다고 한다. '10의 34제곱 캐럿'에 해당하는 다이아몬드 행성 'Lucy'는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꿈의 행성'임인 동시에 우주 공간 속에서는 하나의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LUCY in Seoul ● 2008년부터 시작된 홍장오의 'Lucy' 연작은 특정 공간에 다이아몬드 구조물 혹은 이미지를 설치하는 지속적인 프로젝트이다. 국내외를 넘나들며 지금까지 총 7차례 'Lucy'는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며 우리 앞에 떠올랐다. 'Lucy'는 설치되는 장소의 건축적, 구조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공간만이 지니는 지역적, 지리적 맥락에 맞추어 그 재질과 형태를 매번 달리한다. 투명한 실로 다이아몬드의 커팅 면을 선적으로 재현한 첫 번째 'Lucy'를 시작으로 'Lucy'는 때로는 200여 개의 플라스틱 반지케이스로 구성되기도, 때로는 화이트큐브의 벽 일부가 변형되어 튀어 나온 듯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나무 합판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목재공장을 개조한 런던의 area10에서는 버려진 폐목재로 대형 'Lucy'가 탄생하였으며 최근에는 페인팅과 라이팅 작업이 결합한 설치작업으로 'Lucy'는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다양한 매체와 형태로 등장하고 사라지는 'Lucy'는 작가에게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얻게 하는 존재인 동시에 관람자에게는 지구라는 한정된 시공간의 가치와 인식의 문제를 질문하는 하나의 창으로 작용한다. 사물의 각 지점을 연결해 투명 실로 긴장감 있게 공간을 가로지르는 'Lucy'의 형상은 장소의 특수성과 사물의 관계를 새로이 탐구하게 한다. 투명한 싸구려 플라스틱 케이스 덩어리를 직관적으로 다이아몬드로 인식하는 순간 관람객은 내가 바라보는 것이 다이아몬드인가? 혹은 예술작품인가? 라는 질문에 스스로 빠져들며 예술과 인간의 가치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스스로 경험하게 되는데 이러한 인식의 순간은 역시 'Lucy'의 일부가 된다. 서울에 도착한 'Lucy'의 모습은 어떠한가? 검은 유리거울로 변신한 'Lucy'의 주위에는 LED 투광기가 설치되어 전방을 투사하고 있다. 강한 윈도우의 빛은 작품이 아닌, 윈도우 너머의 공간을 환하게 비추게 된다. 차마 눈을 뜨고 정면으로 마주 할 수 없는 블랙 다이아몬드 'Lucy'가 빛나고 있다.
LUCY in Black ● 2010년 『Blackout_정전』이라는 타이틀로 등장한 '검은 다이아몬드', 「Lucy in black」을 마주한 관람객은 흑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채 발견하기도 전에 이내 당황하며 고개를 떨구고 만다. 작품을 돋보이게 해야 할 전시장의 조명은 작품을 은은하게 강조하고 분명하게 돋보이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품의 경계를 흐리고 우리의 지각을 가로막는다. 사물을 인지하고자 하는 의지와 밝고 어둠의 구분을 통해 시공간의 의미를 찾던 우리의 인식은 'Lucy'를 비추고 있는 조명에 의해 도전을 받는다. 현대인에게 블랙아웃, 즉 정전된 상태는 어떤 것일까? 화려한 네온사인이 수놓은 도시에서 정전의 상태는 칠흑 같은 어둠이 아닌, 빛이 가득 차 오히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밝고 화려한 세상이 아닐는지. 「Lucy in black」은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검은 다이아몬드를 마주하게 하여 '인식과 가치의 정전', '정신적 블랙아웃'의 경험을 제공한다. 프랑스의 상황주의자 기 드보르는 현대사회를 '스펙터클 사회'로 정의하였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세상,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 속에 우리는 살아간다. 더 이상 판타지를 실현하기 위해 영화관에 갈 필요가 없고, 일탈을 경험하기 위해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비슷비슷한 옷차림과 표정, 생각과 행동, 가치관까지 모두가 동질적이다. 하지만 스펙터클 사회의 이러한 공간적 공존과 외면적 동질성은 우리에게 진정한 관계를 보증하지는 못한다. 우리는 대형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구경꾼에 불과하며, 구경꾼들을 단지 구경꾼으로서 같이 존재하기만 할뿐 결국 스펙터클 사회가 제공하는 스펙터클적인 관계 속에서 늘 소외되고 파편화 되어 간다. 우리의 눈앞에 펼쳐졌다 이내 사라지는, 하지만 밝게 빛나는 검은 'Lucy'의 형상은 스펙터클 사회를 이루는 또 하나의 표상과 허위의식의 기호로 작용할 뿐 결코 우리의 삶과 하나를 이루지 못하고 '별개의 거짓세계, 한갓된 관조의 대상'으로 우리의 눈앞에 펼쳐져 있을 뿐이다. 우리는 'Lucy'를 소유하고 욕망하며 스펙터클한 세상의 질서와 긍정성을 주입 받는다. 꿈과 환상의 스펙터클한 현실은 막대한 힘을 지니고 있어 우리의 눈을 일시적으로 가린 채 칠흑같이 어두운 '정신적 블랙아웃'의 상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환상적인 블랙아웃의 경험을 통해 스펙터클한 세계 속 소멸과 상실이 아닌 주체의 진정한 회복으로 전복되기를 기대 할 뿐이다. ■ 조혜리
Vol.20130827d | 홍장오展 / HONGJANGOH / 洪暲晤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