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時時刻刻

유안나展 / YOUANNA / 劉안나 / installation   2013_0816 ▶ 2013_0826 / 월요일 휴관

유안나_시시각각_아크릴채색, 폴리카보네이트, 잉크_200×150×20cm_2013_부분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0305i | 유안나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816_금요일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15번지 SPACE 15th 서울 종로구 통의동 25-13번지 Tel. 070.7723.0584 www.space15th.blogspot.kr

초등학생 시절, 과학 상상화 그리기 숙제를 위해 도서관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당시는 한 가정에 하나의 무선 전화기가, dos 운영체제의 컴퓨터에 천리안과 같은 인터넷 통신이 일반적인 때였다. 하지만 책에서 찾은 최첨단 미래는 소지하여 외출까지 가능한 일인당 하나의 전화기와 무선 노트북, 화상전화가 있는 신세계였다. 그리고 불과 10년 뒤, 이것은 현실이 되었다. 지금은 추억이 된 그 시절에 잠시 했던 상상 한 조각이 지금의 일부가 된 것이다. 현실은 과장된 과거의 상상 조각이다. 우리는 과거에 수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향해 상상하고 예측하며 계획한 것들 중, 하나의 실현된 가능성 안에서 살고 있다. 보이는 모든 것이 사방이 있는 수수께끼 같아서, 나는 습관적으로 '그것이 무엇이든 해체하고 쪼개어'본다. 그리고 이렇게 보는 하나의 조각은 전체의 기억을 잃지 않도록 하며, 다른 각도의 전체를 가늠하게 한다. 해체하여 살펴보는 불확실한 현재의 조각이 추억이 된 과거의 낱장이며 미래를 더듬는 서문일 수 있다.

유안나_시시각각_아크릴채색, 폴리카보네이트, 잉크_200×150×20cm_2013

나는 무언가를 해체시켜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작품 속에 곤충의 눈처럼 여러 겹눈 중의 하나의 눈이 전체 중의 부분을 볼 수 있고, 구석구석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 미로를 만들었다. 하지만 거울은 어딘가 모르게 기괴한 구석이 있어 사실 언뜻 비추는 것 정도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언뜻 빛나는 벽. 눈부신 하얀 공간 가운데를 산란스럽고 번득이는 파편들로 이루어진 붉은 형상이 가로막고 있다. 공간에 비스듬히 선 이 두 개의 벽은 하나의 통로를 만든다. 통로가 된 작품의 사이를 들어섬과 동시에 몸은 하나의 이미지로 작용한다. 그리고 벽을 통과하는 몸의 움직임은 시시각각 분절되어, 그 몸의 부분을 노려보는 거울에 언뜻 비춰진다. 이렇게 해체된 모자이크 형태의 움직임은 한 순간의 환영처럼 감쪽같은 닮음을 보여주고, 금새 사라진다. ● 그리고 텍스트. 나는 텍스트처럼 오랫동안 하나의 체계 안에서 덧붙여지고 변형되고 잘려지며 유지되어 온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해체된 상태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것과 어떤 위치에 놓이는지에 따라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 seeing is believing.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오랫동안 여러 사람의 입에 의해 전해져 내려온 말이다. 더할 나위없는 믿음으로 읽혀지는 이 격언은 사실 해체하여 관계를 바꾸어도 의미 있는 문장이 된다. believing is seeing. 믿는 것이 곧 보는 것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보니 '보는 것'과 '믿는 것'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보이지만, 결국 상호보완의 관계로 동전의 전체를 구성한다. 견고한 문장일수록 켜켜이 드러나지 않은 의미와 가능성을 축적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러한 의미들을 풀어내고 재조합하여 형상을 만들고, 형상들이 겹쳐지고 빛과 작용하며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보여 지도록 하였다.

유안나_theory in art_아크릴채색, 폴리카보네이트, 잉크, LCD_41×34×20cm_2013

책이라는 사물은 탄탄한 구조를 갖추고 시간 안에서 연속적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움직임이다. 읽는 자의 공간에서 해체되고 재조합 되어 '아는 것'으로 재탄생하는 이들은, 이후 또 다른 변환을 거쳐 다양한 의미작용을 하게 된다. 이렇게 발췌된 사실과 허구의 기록인 책의 해체된 일부는 또다시 재조합되고 변형되어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여 지기도 한다.

유안나_as art_아크릴채색, 폴리카보네이트, 잉크, LED_37×30×10cm_2013

언어는 인간이 상호소통을 위해 만들어낸 도구이다. 하지만 이들이 체계와 구조를 갖춰갈수록 사용하는 자를 보호하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역할 또한 강력해진다. 어쩌면 존재의 집보다도 존재의 갑옷이나 무기를 꿈꾸는 듯 보이기도 한다.

유안나_drammatology_아크릴채색, 폴리카보네이트, 잉크, LCD_41×34×20cm_2013

이번 전시에서 시간의 흐름 속 현재, 이미지와 텍스트, 격언, 책, 예술(art)과 같은 몇몇의 찰나 속 의미를 이들을 해체하는 작업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 유안나

Vol.20130823a | 유안나展 / YOUANNA / 劉안나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