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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61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아트파크 ARTPARK 서울 종로구 삼청로 129(삼청동 125-1번지) Tel. +82.(0)2.733.8500 www.iartpark.com
'현재를 즐겨라' 라는 뜻의 라틴어 격언인 '카르페 디엠 (Carpe Diem)'은 고대 로마의 시인이었던 호라티우스 (Quintus Haratius Flaccus)가 지은 송가 중 "현재를 즐겨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 작가 이중근은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이 격언을 실천한다. 그는 다양한 이미지를 캡쳐한 뒤 각각을 재배열하여 새로운 패턴이미지를 형성하고, 이러한 패턴 단위를 반복하여 하나의 화면으로 완성시킨다. 이중근의 작품은 감각적이고도 화려한 색채, 정교하고 섬세한 패턴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감상자는 그의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현재를 즐기라는 격언처럼 그 시각적인 즐거움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된다. ● 섬유미술과 응용미술을 전공한 이중근은 우리가 구별해 오던 순수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다양한 단면과 일상의 풍경들을 사진으로 촬영한 후, 컴퓨터작업을 통해 변화무쌍한 이미지로 재가공하여 평면과 입체, 공간미술의 예술형식을 유연하게 넘나든다. 수공예적 패턴작업과 디지털사진 콜라쥬의 융합으로 탄생한 그만의 디지털 프린팅 패턴작업은 회화의 평면성과 설치미술의 확장성이 대량생산 방식과 절묘하게 결합된 형식이다. 이러한 형식은 평면 작업에서부터 시작되어, 패턴을 전사한 천으로 제작한 의상과 가구,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한 공간설치, 공공미술 등 패턴이 지닌 확산성의 방식으로 현실 공간에까지 확장해 왔다.
전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미술의 시각적이고 개념적인 기능에 있어 유희적이지만 동시에 철학적인 방식의 접근을 시도하는 이중근의 개인전이다. 일상과 예술, 구상과 추상, 유머와 진지함, 평범함과 신성함, 삶과 죽음 등의 이분법적 구분을 와해시켜 융합되는 이미지들은 확산과 확장의 작업형식을 통해 기능적인 것과 비기능적인 것 사이에 순환의 관계구조를 만들어낸다. 종교적 아이콘을 소재로 한 작가의 근래작들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풍경을 재해석된 '신화, 믿음, 몰입'의 이미지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며, 이는 드러난 형상과 숨겨진 형상의 의미를 찾아내며 즐기는 놀이와도 같다. ● 즉각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만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시선들은 작품을 이루고 있는 개별적 이미지들을 놓치기 쉽다. 이중근의 작품을 진열된 상품처럼 대한다면 그 안의 가치를 놓치게 된다. 상품화된 가치만이 인정받는 세태에 대한 작가의 영민한 대안이다. 카르페 디엠은 단순히 현재를 즐기라는 말이 아니라, 현시대에 있어서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작업의 사회적 기능을 보여주는 하나의 태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현재를 살아가는 다양한 일상의 풍경 속에서 삶의 깊은 가치들과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재발견하라는 제언일 수도 있다. 카르페 디엠은 인생의 덧없음에 기인한 충동적이고 허무주의적인 발언이 아니라 오히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지금 현재 살아가는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의 다른 라틴어 격언인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와 일맥상통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상반된 뜻이지만 한 몸을 이루고 있는 이 두 격언은 이번 전시의 신작 제목이기도 하다.「Carpe Diem」은 작가가 2005년부터 작업해온「오감화 五感花」의 연장선상에 있다. 만다라 형상의 아름다운 패턴을 들여다보면 우리 몸의 감각기관인 눈, 코, 입, 귀, 혀의 사실적인 사진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Memeto Mori」는 현대 소비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욕망하는 화려한 보석을 기본 단위로 해서 점차적으로 정교한 패턴을 구성한 것이다. 멀리서 봤을 때는 추상적인 화면으로 보이는 이 작품 역시 들여다보면 숨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패턴을 구성하고 있는 보석들 사이에 아름다운 관을 쓴 바니타스(Vanitas)로써의 죽음의 해골을 발견 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메시지를 무겁게 제시하지 않고 유희적인 표현 속에 담는다. ●「Flir」,「Intuition」과 같은 신작들은 보석 이미지 패턴의 변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 매체가 가진 특성으로 인해 관람자는 작품이 드러내는 시각적 욕구의 충동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한 의도를 드러내듯이 작품의 제목 또한 '우리의 마음을 끄는 것' 과 '직감'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관람자로 하여금 몰입과 명상의 체험을 유도시키는 작품들이다. ■ 안해숙
Vol.20130611g | 이중근展 / LEEJOONGKEUN / 李仲根 / pr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