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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51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토요일_10:00am~06:00pm / 일요일_11:00am~06:00pm
갤러리 에뽀끄 GALLERY EPOQUE 서울 종로구 재동 38-1번지 B1 Tel. +82.2.747.2075 www.galleryepoque.com
심각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세상 속에서 종종 우리는 스스로 어찌할 수 없다고 느끼는 상황에 맞닥뜨리고는 한다. 그러나 이 때 느끼는 감정도 의자나 컵 따위의 물건과 같아서 그 자체로는 하나의 감정일 뿐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 맥락이 달라진다. 이 점은 마치 내가 그 상황을 조금은 일부러 어찌하지 않고 있다는 야릇한 생각을 들게 한다. 그림을 그리는 나는 이러한 생각에서 캔버스를 사용할 때에도 캔버스의 조형적인 공간을 비유적 표현방법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캔버스의 구획된 프레임 안에 인물이 등장하는 사건을 그려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하나의 상황이 캔버스의 프레임이라는 요소와 상호작용하면서 보는 이에게 인식의 교차운동이 일어나기를 원한다.
나는 캔버스의 조형적 공간을 이미지의 공간과 결합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캔버스는 이미지를 무한히 펼쳐낼 수 있는 흰 표면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일정한 무게와 면적을 갖고 그 위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제한하는 물건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네모」나 「피할 수 있는 곳」처럼 캔버스가 규정하는 범위 안에 들어가는 이미지가 임의의 힘에 의해 제한 받고 있다는 암시를 주거나, 「2/3」이나 「모서리」처럼 캔버스를 붙이거나 띄어 놓는 설치 방식에 따라 의미를 확장시키기에 적합한 용도로 활용한다.
여기에 날렵한 붓질로 사라져버리거나 부서져버릴 것 같지만 안료로 딱 붙어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 넣는다. 이 때 캔버스에 낮은 채도의 색상으로 발라지는 얇은 물감의 마티에르는 그려진 존재가 가벼워 보이면서도 캔버스의 프레임이 잘 드러나도록 돕는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연약하지만 아슬아슬하게 행위를 지속시키고 있는 상황을 조금은 떨어져서 바라보듯이 담담한 시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 또한 흘러내린 물감안료와 뿌려진 흔적을 이용하여 그것이 물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언덕이나 폭설, 또는 밀어도 더러워지는 밀대질의 흔적 등으로 보일 수 있는 여지를 주도록 하였다. 이것 역시 캔버스의 조형적 공간과 이미지의 공간의 결합처럼 물감을 묻혀 만들어낸 실제 흔적과 상상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미지 사이의 인식의 교차를 이끌어내는 장치로 활용한다.
나는 자신의 자리를 오래도록 양심적으로 지키고 있는 것들에 가치를 둔다. 현재의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 역시 그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들만의 장인정신을 발휘하게 되는 순간이 아마 모든 이가 예술가의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내가 회화를 고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제나 제약은 있지만 그러한 상황에서 너그러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인식에 관심이 있다. 작업을 해나가며 나부터 스스로를 좀 더 가치 있게 여기기를 원한다. ■ 이겨레
Vol.20130515b | 이겨레展 / LEEGYEORE / 李겨레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