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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728_화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울대학교 우석홀_WOOSUK HALL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50동) Tel. +82.2.880.7480 blog.naver.com/woosukhall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께서 가져오시는 이면지에 그림게임을 만들면서 놀고는 했다. 중학교 때도 연습장에 수많은 게임을 그렸는데 여기에 친구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함께 즐겼던 기억이 난다. 조용한 성격의 나에게 내가 그려놓은 게임은 흔치 않은 외부와의 소통수단이었고, 내가 화가라는 장래희망을 굳히게 된 근거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훌쩍 커버려 대학생이 되어서 작업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대부분 모델을 필요로 하거나 참여자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작업과 몇 차례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전과는 달리 무언가 굉장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마도 당시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이 작업에 반영된 것 같다. 이러한 두려움의 근원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던 중, 그것을 내가 작가의 입장에서 벗어나 참여자가 되어서 풀어보자는 생각으로 다른 미대생들의 작업들을 돕기 시작했다.
작업을 돕고 기록을 위해 그들에게서 사용확인서를 받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느낀 것은, -당연하게도-내가 작업을 하는 이상 작가의 입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러한 생각들에 대한 정리와 극복의지를 담아, 내가 개개인에게 도움을 준 퍼센테이지만큼의 이미지를 받아와서 나의 그림인양 사인한 후 전시를 여는 방식을 택했다. 결국 '사용'이 다시 '작업'으로 돌아온 것이다.
올해 초에는 태백 지역의 아이들에게 미술지도를 위해 강사로 참여하고, 학기 중에는 교생실습이라는 경험을 해 볼 수 있었다. 그러한 경험들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가르치는 것 보다는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살아간다. 작업 또한 그럴 수밖에 없다. 혼자만의 작업도 없고, 혼자서 만든 작업도 없다. 그러한 관계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러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한 줄 알고 감사해야겠다. 이후에 바람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작업들이 비교적 직접적으로 나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 전시를 계기로 또 다른 주변의 '나'들을 좀 더 드러낼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 이겨레
Vol.20090728c | 이겨레展 / LEEGYEORE / 李겨레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