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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40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잊혀짐 속에서 보이는 기억의 숲 ● 눈앞에 있는 대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심치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사물을 본다.'는 것을 생물학적인 관점으로 정의하자면 망막에 비친 상이 시신경을 통하여 뇌로 전달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국한한다면 인간이 가진 시각의 기능이란 대상의 있고 없음을 파악하는 단순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수많은 것들을 함께 투영하여 바라본다. 사물을 인지하는 데 있어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억과 시간 그리고 사건 등에 의해 구성된 새로운 사실이 사고를 통하여 받아들여진다. 개개인이 겪게 되는 기억이라는 내면의 은밀한 과정은 쌓이고 지워짐을 무수히 반복하며 시각 안에 스며든다. 우리는 같은 대상을 바라보면서도 사실은 각자의 눈에 비친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김건일은 사물이 가진 정체성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를 의심하고 기억과 망각이 우리의 시각에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질문한다.
작가는 '왜상'이라는 조형기법을 통해 '본다.'라는 익숙한 일상의 행위를 다시금 생각해보고자 한다. '왜상기법(Anamophosis)'은 특정 이미지가 일정한 지점에서만 보이고 다른 지점에서는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는 이 점을 이용하여 작품을 정면에서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위치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보이게 하여 각도에 따라서 변화하는 이미지를 표현한다. 얽히고설킨 잎사귀들의 중첩된 이미지는 기억과 망각의 미로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여줌으로써 본인이 보는 것이 사실이자 곧 진리라고 과신하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다. 김건일의 작품은 조금만 시야를 바꾸면 내가 진리라 보았던 것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 사물의 정체성과 더불어 나의 존재에 대해 철학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가 사용하는 '왜상기법(Anamophosis)'과 더불어 유화물감을 바르고 닦아내는 반복적인 표현방법도 이와 같은 주제를 드러내는 데 기여한다. 작가는 기억을 쌓고 다시 쌓인 기억을 망각하며 사물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만드는 과정을 표현 행위 자체로써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지 위에 유화물감을 여러 번 올리고 닦아내는 과정을 거치며 한 화면 안에 두 개의 이미지를 그린다. 처음 그려낸 이미지에 다시 물감을 완벽하게 뒤덮고 풀의 형상으로 화면을 닦아 내며 두 번째 이미지를 만드는 동시에 물감 밑에 숨겨진 이미지를 찾아 나간다. 첫 번째 이미지를 덮는 행위를 우리가 망각하는 과정과 동일하다고 본다면, 물감을 닦아내며 드러나는 두 번째 풀의 형상은 기억을 곱씹으며 망각한 사실을 찾아가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사실 우리에게 무의식이 있다면 완전한 망각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작가는 이미 이를 전제로 한다. 김건일은 결국 드러나지 않는 이미지를 기억 저편의 의식을 통해 바라보고 있으며 이를 물감의 흔적으로 표현한다.
김건일의 작품들을 보면 본인이 무언가를 시각적으로 본다는 것이 과연 객관적인 사실을 눈에 담는 것인가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우리는 어쩌면 기억이라는 의식에 의해 사물을 바라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망각이라는 미명 하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기억과 망각의 순환은 커다란 숲처럼 우리에게 자리 잡아 기억을 엉키게도 또 풀어내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자신의 머릿속에 존재 하는 기억과 망각의 숲은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가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가져다 줄 것이다. 개인에게 존재하는 숲의 모습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사물의 모습은 어쩌면 스스로가 기억하고 싶은, 아니면 망각하고 싶은 개인의 작은 역사일 것이다. ■ 신지혜
Vol.20130406a | 김건일展 / KIMGEONIL / 金建一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