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91127f | 유기종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227_수요일_06:00pm_인사아트센터
2013_0227 ▶ 2013_0305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B1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2013_0311 ▶ 2013_0331 관람시간 / 10:00am~07:00pm
사진공간 목화 space photo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1가 Tel. +82.63.283.7478
감각의 지점 너머에 있는 어떤 상태. 결정의 이전이라고도 미결정의 세계라고도 말할 수 있는... 점의 시간, 씨앗 혹은 종자의 시간이란 그런 것이겠다. 싹이 움트고 여린 줄기에 잔 근육이 그어지더라도 절정의 순간은 아련한 예감뿐으로 존재하는 그것. 오랫동안 눈여겨 지켜보아야 비로소 드러나는 저 아름다운 것들의 실체.
기록한다는 것은, 지켜본다는 것은 결국 같은 말. 같은 태도. 포개 놓을 만한 관계동사. ● 상식 아닌 상식적인 원리 하나. 햇살의 달콤함이 제 아무리 황홀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한 알의 사과는 결실하지 않는다. 사선으로 그어지는 빗물의 잔치와 바람의 소요가 제 몫을 다할 때, 이를테면 저마다 각자 일을 미루지 않고 시간의 궤적을 따라 때때로 우연과 필연을 반복하며 나아갈 때, 한 알의 과실은 그제야 제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 어느 날, 씨앗이 품고 있는 미지의 시간을 곰곰이 들여다본다. 시간이라는 결과 무늬는 제각각이지만 목적은 동일하게 관찰된다.
점과 점 사이의 거리는 심연처럼 멀고 허공처럼 아스라하지만 관계를 이루겠다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점과 점들은 어느 순간 돌연 길고 단단한 선을 잇고야 만다. 그랬다. 점과 점들이 이어져 선을 이루고 선과 선이 포개져, 이윽고 어떤 세계가 비로소 완성되는 것. 그것은,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오롯한 존재로의 개화! ● 이 경탄의 시간을 작가는 미학적으로 표현하려 잠을 설치고, 이는 또한 근원에서 출발해 과정을 지나 마침내 분명하고 확실한 결실에 이르는 뭇 생명들의 지난한 존재의 완성을 미술적, 실존적으로 탐색하려는 긴 여정이라 말하련다.
그래서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원래의 형태로 촬영과 인화 또는 채색하는 것에서 벗어나 배태의 순간부터 개화와 결실까지 작가의 손끝으로 빚어낸 창작의 영역 안에 둔 까닭이 앞서 말한 이유이며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한 지금/현재의 대답이라 여기련다.
언젠가부터 세계는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을 두고 논하는 간편한 논리에 감염된 지 오래다. 결과론에 발목 잡힌 세계에서 근원과 과정에 관한 탐구란 비효율의 구태로 오해되기 쉽다. 물질적 가치라는 일방적 신념을 통해 세상을 판단하는 한 인간은 영원히 발화하지 못하는 화석 안에 갇힌 한 점 씨앗과도 같지 않을까? ● 그러나 희망의 근거는 언제나 그렇듯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온유한 바람이 먼데서 온 손님처럼 불현듯 찾아온 봄날 아침, 창공에는 깨알보다 더 작고 작은 씨앗들이, (작지만) 우주만 한 무게를 지니고 흩날리고 있겠다. (이를테면) 닫혀있던 천 개의 창문이 열리는 풍경이다. 스스럼없이 마중 나가자. 어쩌면 천국보다 낯선 세계를 만날 수도 있을 테니. 그러나 우리 지상으로 가자. 씨앗의 시간이란 결국 삶의 시간이겠으니... ■ 유기종
Vol.20130227b | 유기종展 / YOOGIJONG / 劉基鍾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