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 45년 - 까치에서 천산까지

한진만展 / HANJINMAN / 韓陳滿 / painting   2013_0201 ▶ 2013_0215 / 설날연휴 휴관

한진만_天雪花 The Snowflake of the Heaven_한지에 수묵_136×245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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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201_금요일_05:00pm

공개특강 까치에서 천산까지 / 2013_0206_수요일_05:30pm_한진만(홍익대 동양화과 교수) 한국화의 오늘과 내일 / 2013_0213_수요일_05:30pm_김은지(홍익대 미술대학 교수)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설날연휴 휴관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Hongik Museum of Art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94 홍문관 2층 Tel. +82.2.320.3272~3 homa.hongik.ac.kr

청년 한진만을 화가의 길로 인도한 까치는 화폭에 영산(靈山)과 천산(天山)을 품게 하고 대탁(旲卓) 한진만 화백을 있게 했다. 조선의 세시풍속서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1849)에 언급되는 까치는 길조의 상징이기도 하며, 또한 작갑사(鵲岬寺)에 얽힌 설화에는 까치를 "부처의 뜻"을 품고 전하는 "행운"의 상징으로도 전하고 있다. 그래서 였을까. 20대 중반 창작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순간에 까치의 모습이 담긴 작품은 영예의 수상을 안겼다. 이를 통해 끝일 것 같았던 예술창작은 본격적인 예술가로서의 시작을 있게 했다. 이후 40여년이 지나고, 대탁의 산수화는 동양화의 대표적 진수 중 하나가 되었다.

한진만_金剛頌 The Song of Keum-Gang_한지에 수묵_135×180cm_2007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HOMA)은 한진만 교수의 뜻 깊은 창작세계를 기념하는 초대전을 개최한다. 한국화의 진수는 물론 산수화의 큰 의미이기도 한 대탁(旲卓) 한진만의 45년 예술인생을 집약한 본 초대전은, 학부 때부터 제작된 오랜 작품들인 "까치"에서 부터 현재까지의 "천산"작업 일대기를 본 전시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그래서 "까치에서 천산까지"라는 초대전의 부제목이 설정되었다.

한진만_無願 Free from a Wish_한지에 수묵_180×150cm_1999_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선(禪)을 위한 선(線)으로 집약되는 대탁(旲卓)의 작품 세계는 절제와 단순화 그리고 정적이 수반하는 경건과 숭고 그리고 아름다움과 웅장함으로 특징지어진다. 국내의 크고 작은 산들을 주제로 관념적인 산의 모습을 화풍에 담았던 1980년대, 실경의 산을 보다 자유로워진 자신만의 묵필법에 담아낸 1990년대 그리고 2000년 이후의 영산(靈山)과 천산(天山) 작업 까지 지난 반세기 동안의 귀한 작업과정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내적인 기의 우주와 장자의 도를 품은 영적이고 정신적인 산의 모습에서 동양의 조화를 동시에 서구의 존재와 본질을 담은 대탁(旲卓)의 영위(英偉)로운 대자연이 보다 큰 의미를 전하기를 기대한다. ■ 김은지

한진만_水原城秋 The Autumn of Su-Won Castle_한지에 수묵_210×313cm_1992_삼성미술관 Leeum 소장

지구산수화(地球山水畵) ●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내 가슴속에서 속삭이는 소리 "네가 다시 태어나려면 신(神)이 사는 히말라야(Himalaya)를 다녀와야 해." ● 그래서 2008년 10월 13일 가능한 가볍게 배낭을 꾸려 홀로 떠났다. 집을 나서며 어쩌면 이 곳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아마 조선시대(朝鮮時代, 1392~1910)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 할아버지가 생존하셨다면 세계여행을 하시며 스케치를 하셨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그분의 마음을 조금 안고 가는 기분도 들었다. '그분은 이미 하늘을 날며 금강산(金剛山)을 그리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나를 더욱 히말라야로 향하게 하였다.

한진만_無碍軒 Mu Ae-Hun_한지에 수묵_153×148cm_2006

히말라야에서 높은 에베레스트(Everest)를 등정하던 중 4000m 고지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여 샤워를 한 것이 고산병의 원인이 되어 이후에는 설사와 감기로 산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공포와 두려움이 다가왔으나 이미 각오한 마음과 등정을 포기하면 앞으로 내 자신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무너질 것 같아 더운 물과 마늘죽으로 끼니를 대신하고 사생하며 등정을 계속 하였다. 산 위에 있는 산, 그 위에 다시 전개되는 산들을 향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필름처럼 스치어 지나가는 몽롱한 희비(喜悲)의 순간들. 가족, 친구, 스승…

한진만_念願 Hope_한지에 수묵_108×184cm_2006

어느 순간 히말라야는 또 다시 내 깊은 곳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불러내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속삭이게 했다. 하산(下山)을 하면서 차츰 육체적(肉體的) 고통이 가시자 내 눈에 들어오는 자연세계(自然世界)… 산소가 부족하고 땅이 척박한 곳에 피어난 야생화와 억센 잡초. 비탈진 산등성이에서 풀을 뜯는 검은 바위 같은 야크들. 이를 본 나는 '자연(自然)은 모든 것을 주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어머니'라는 생각을 하며 뒤돌아보니 히말라야는 안개와 구름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문득 천국(天國)에 있는 천산(天山)을 보고 온 느낌이 들었다. 또다시 들려오는 메아리 ● 이제 내가 안고 있던 화두(話頭)가 풀리는 건 아닌지… 많은 외국여행은 아니지만 중국의 황산(黃山), 계림(桂林)·페루의 마추파추(Machu Picchu) 등을 스케치 하였으나 작품화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 그때 그 기분만을 간직하였으나, 이제 그 소재들이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한지(韓紙) 위에서 서로 호흡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진만_朝 Morning_한지에 수묵_132×98cm_1975

하늘과 맞닿은 히말라야에는 페루의 마추파추가 있었고 한국의 금강산과 마이산, 백두산과 한라산이 환생하여 그곳에 있었다. 하나의 돌덩어리인 지구는 그 자체가 산수화 소재가 될 수 있다라는 생각에 한국의 산(山)만을 그려야 한국산수화가 될 수 있다는 굴레를 벗을 수가 있었다. 이젠 마음의 눈으로 하늘을 날며 붓에 날개를 달아 지구(地球)에 있는 모든 것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 천산(天山)! 난 히말라야에서 산설(山雪)이 녹아 증발하면서 내뿜는 하얀 숨결이 우주와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그 하얀 숨결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자리하여 기운을 뿜으며 천산(天山)을 노래하게 한다. 난 이젠 한국의 산(山)에만 얽매여 한국의 정체성(正體性)을 찾았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우주 속에서 호흡하는 수많은 산들을 숨 결에 따라 한지(韓紙) 위에서 춤추게 하고 싶다. ■ 한진만

Vol.20130202e | 한진만展 / HANJINMAN / 韓陳滿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