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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모 홈페이지_www.seungmopark.com 인스타그램_@seungmo_park
초대일시 / 2012_1217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분도 Gallery Bundo 대구시 중구 대봉동 40-62번지 P&B Art Center 2층 Tel. +82.(0)53.426.5615 www.bundoart.com
박승모의 조각 작품은 단순한 파격이 아닌, 절제된 속박으로 우리를 얽매어 놓는다. 이 속박은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있는 명확한 의미를 담기도 하고, 때로는 오직 작가만이 알 법한 비밀스럽고 독선적인 무언가를 품고 있기도 하다. 단단함을 상징하는 쇠는 작가의 손을 통해서 끝없이 돌려 감긴 입체 작업으로 완성된다. 또 그 쇠는 망처럼 촘촘하게 엮여져 명암이 어우러진 회화적 작업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무거운 침묵 속에 견고하게 고정된 금속의 이미지는 그 너머로 귀 기울이면 나지막이 울리는 세상의 빛과 어둠의 파동을 삼킨다.
그의 입체 작업은 사람이나 물건 같은 구체적인 대상을 표현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작업은 동시에 대상을 휘어감은 형태에서 남은 틀을 재현한 것이기도 하다. 실재 인물들을 본떠서 거기에 다시 금속 와이어를 두른 작업은 감겨진 선의 굴곡과 양감을 통해서 대상의 형태를 간략히 나타낸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일체의 꾸밈이나 가림 없이 드러난 현존 그 자체를 보지만, 실은 그것이 존재를 감싼 경계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 여러 장의 금속 망을 겹쳐서 최종적으로 실존 인물의 초상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결과적인 면을 봤을 때 회화적 효과에 닿아있다. 작가가 여기에 표현하는 모습은 우리의 희로애락 가운데 환희나 웃음 같은 밝은 면보다 슬픔이나 사색과 같은 감성을 더 잘 보여준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밀도 있는 인상은 우리가 설령 작품 속 인물을 안다고 하더라도 낯설음과 신비로움이 비켜날 수 없게끔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박승모의 작품으로 표상되는 인물들이나 물건들은 쇳 속에 가둬진 인상을 전한다. 나는 작품 속인물이 예컨대 관료제 속에서 살아가는 근대인들을 철장(iron cage) 속에 가둬진 인간으로 표현한 막스 베버(Max Weber)의 비유와는 다른 것이라고 본다. 작가는 예술과 사회의 관계보다 예술과 작가 본인의 관계에 스스로를 더 구속한다. 작가에게 현실이란 오로지 작품에만 실재하는 금속으로 된 선과 망의 중첩이다. 작품이 풀어내는 현실은 끝없이 겹쳐지고 감겨진 패턴으로 인해서, 그것이 우리가 관찰하는 실체와는 다른 껍데기일지라도, 결국은 수천 년을 이어 온 조각의 역사에서 새로운 기법이 이끌려 나온 것이다.
박승모의 조각은 단지 하나의 창작 기법을 세워서 만들어진 연작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기교가 가지는 의미를 탐구하는 실험체로 기능한다. 여기에는 비평의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의 예술세계에 대한 해석은 이를테면 상동성을 가진 다른 작가, 사조와의 비교에 치중하는 예술사적 방법론이나 논리 전개가 빈약한 상태에서 그럴듯한 개념을 가져다 와서 이론 배경으로 둔갑시키는 미학적 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에게는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지금 나로서는 그 새로운 것이 뭔지 모르겠다. 단지 내가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열쇠는 반짝거리는 작품의 표면과 형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되고 그 속에 빈 공간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인식이 닿아야 할 중요한 핵심이란 점이다.
내부로부터 바깥으로 퍼져가는 이미지의 매혹은 철선이 똬리를 틀수록, 철망의 음영이 겹쳐질수록 그 내밀한 중심을 향하여 다시금 전이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신비로움과 낯섦, 혹은 슬픔이 작가가 스스로를 단속하며 표준화된 노동 과정에만 침잠한 결과가 아니라, 작가가 꿈꾸는 환상(그 꿈 자체도 일관성 있는 규칙이 있을지도 모르지만)에 의해서 구현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다른 많은 조각들처럼 평이한 과정을 통해 완성되지도 않고, 형태를 구성하는 처음과 끝을 추적하는 일이 무의미해 보이는 불완전성의 자기완결성이 있다. 박승모의 작품은 희소성이 있고, 한편으로는 덧없다. 작품은 겨울철의 차가운 금속의 촉각이 시각에도 그대로 전해져 마치 얼음조각이 가지는 몽환적이며 애수에 찬 감성을 우리에게 호소한다. ■ 윤규홍
Vol.20121217d | 박승모展 / PARKSEUNGMO / 朴勝模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