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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20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2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의미 있는 기호'로 「Remember」연작 ● 함창현은 '기억remember'를 목판에 그리고, 찍는 작업을 반복한다. 그에게 기억은 무엇인가? 왜 그는 현재나 미래가 아닌 과거의 시간과 기억에 그토록 집착하는가? 기억의 배경과 모티브는?... 분명한 것은 목판화로 제작된 그의 「Remember(2010-12)」 시리즈는 추상이 아닌 기억의 형상화이다. 이는 우리 모두의 기억이며 체험과 시간의 시각적 산물로 의미 있는 기호로 나타나고 읽혀진다. 개인의 기록처럼 서술적으로 그려지는 구체적 사물의 형상(옷, 소주병 등)과 단색조 배경(장소)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기억에 의해 되살아나는 사회적, 개인적 삶의 은유와 상징적 기호이다. ● 사실 그의 판화는 이미지 복제보다 내용이 강조되고 있다. 전지 크기의 목판화로 제작되는 근작 「Remember」 시리즈는 단색조 배경과 모티브의 단순한 형상으로 삶의 '기억'을 3부작이나 4부작 등 시리즈 구성으로 개인적 이야기를 담는다. 초기 추상표현 양식의 판화 작품이 기억의 내면화로 미의 순수성에 매달린 내용 부정의 작업이었다면 최근 표현형식에서 큰 변화를 보여주는 「Remember」 연작은 소통이 강조되는 내용 중심의 구상적 회화인 것이다. 은유의 기호적 표현으로 그의 작품은 목판이라는 매체적 특성을 살리면서 서술적 형식의 '경험적 독백'으로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함창현의 「Remember」 시리즈는 어린 시절 사용하였던 '황금박쥐 가방'이나 두꺼비 상표의 진로 '소주병', 얼룩무늬의 '교련복' 이미지, 그리고 최근에 '몸빼' 바지와 자개장에 나타난 '전통문양' 이미지를 단순화시킨 전지 크기 목판화이다. 판화 제작에서 2-3개의 적은 에디션을 고집하는 그의 시리즈 작품은 독립적인 이미지들로 개인적 삶의 내용이 담긴 기억의 흔적으로 기호화된다. 이것이 추상적 기호에서 벗어나 사물의 구체적 형상으로 드러내면서 사물의 형태와 배경의 색채를 구성하는 회화적 질서(조화)를 생각하게 한다.
여기서 형상은 볼륨이 제거된 평면성과 단순함으로 기호적이다. 즉, 작가는 사물의 의미를 단순한 형상인 이미지를 보편적이며 동시에 특수한 개인적 기억의 기호로 변환한다. 가방에서 교련복, 전화기와 꽃, 몸빼 등의 이미지들은 의미 있는 기호들로 어린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작가 자신이나 어머니와 주변 인물과의 관계 등 지극히 개인적 기억들이다. 아울러 이는 작가의 개인적 '기억'을 뛰어넘어 사회적 의미를 갖는 상표나 전통적 형상의 이미지로 우리 모두의 기억이 되기도 한다. 그의 작업은 이처럼 작가 자신의 고유한 기억이 공통의 기억으로 전환되면서 소통의 기호로 변신이 가능해진다.
특히 근작에서 교련복이나 몸빼, 자개장에 나타난 단순 이미지들은 과거 우리 사회를 상징하는 이미지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것이 단색조의 배경과 함께 사회적 의미를 담게 되면서 조형적 독자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화면의 구조변화는 형상을 담는 단색조 배경에서 시작한다. 연두와 분홍, 회색조의 부드러운 색채로 배경을 가득 채운다. 때로 모티브가 전화기나 식물 문양, 꽃의 형태가 등장하는 배경은 수직으로 이등분하여 분리되기도 한다. 이등분된 배경과 같이 형상 역시 이등분되면서, 사물의 실재와 허상을 구분한다. 마치 기호학에서 기의와 기표의 관계처럼 이등분된 화면은 기억의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처럼 함창현의 근작 「Remember」 시리즈에서 배경과 형상은 개인과 사회적 관계를 구조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내용은 작가 자신의 개인적 기록처럼 등장한다. 목판화로 제작된 기억의 기록들은 배경과 형상, 내용이라는 3가지 요소가 중요시된다. 배경은 말 그대로 형상을 담는 바탕이며, 그릇이고 장소성을 갖는다. 대부분 그의 시리즈는 단색조를 배경으로 단순화시킨 형상(가방, 교련복, 몸빼 옷, 소주병, 자개장 문양)이 나타나며, 이들의 배경으로 연분홍이나 연두색, 회색 등 중간 톤의 부드러운 원색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러한 배경 위에 교련복이나 몸빼 옷 등 형상은 흑백의 얼룩무늬로 그려져 배경과 대조를 이룬다. 소주병이나 식물, 꽃 등 단순한 이미지들도 흑백이나 배경과 동일한 단색조로 대립보다는 사물과 배경과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내용에서 배경과 형상은 이분법적인 상징 구조를 갖는다. 즉, 빛과 그림자와 같이 생명과 죽음,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과거와 현재 등 대립적 관계의 내용을 상상하게 한다. 작가가 즐겨 그리는 기억의 모티브는 구체적으로 설명되거나 서술하고 있지는 않다. 단지 가방이나 교련복, 소주병 등 이미지와 배경의 색채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의미를 상상하게 한다. 단색조의 배경이 체험의 장소가 되고, 옷이나 소주병 등 구체적 모티브가 개인적 기억이나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언급하게 하는 것이다.
2012년 대표적 작업으로 소주병 형상을 통해 보여준 「Remember」 연작은 술 권하는 사회, 소주를 즐겨 마시던 과거의 흔적이 구체화된다. 진로 상표로 알려진 두꺼비 모습이 소주병 속에 등장시켜, 과거의 흔적을 명확하게 그려나간다. 하나의 작품이 3-4개 연속 구조로 제작된 '소주병' 시리즈는 기억의 불분명함을 다룬다. 연작에서 보듯 병 속에 그려진 두꺼비 형상은 점차 사라지면서 화면은 단색조로 뒤덮인다. 마치 희미한 기억처럼 화면은 비어있다. 형태가 사라지면서 기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기호로 읽혀진다. 이제 술을 마셨다거나 기억조차 없는 잃어버린 시간의 흔적이다. 소주병을 모티브로 제작된 '기억'은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상의 기호이다. 자신을 찾고자 하는 기억에서 작가나 감상자는 상상력을 발휘 할 뿐이다. ● 이처럼 상상력을 바탕으로 제작과 감상이 이루어지는 함창현의 「Remember」 목판화 연작은 다양한 기억의 표상이다. 이는 사건이나 시간의 흔적을 상징하는 구체적 사물의 형태, 그리고 장소성을 암시하는 단색조 배경, 나아가 형태와 배경이 어울려 '의미 있는 기호'로 만들어지는 화면 구조를 가진다. 초기 추상표현의 모험에서 시작된 그의 작품이 근작에 와서 이처럼 구체성을 가지며 자신의 이야기와 삶의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그의 작품은 기호학적 이론을 배경으로 기표와 기의라는 구조분석과 연결되고, 나아가 '기억Remember'가 분석되고 있다. 화면에 나타난 단순한 사물의 형태와 단색조 배경, 그리고 의미 있는 기호들은 이제 개인에 머물지 않고 소통을 목적으로 영역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판화가로 그의 작품이 목판이라는 매체적 특성을 살리면서 기억의 기호화로 그려지는 본격적인 이미지 탐구는 매력적인 동시에 고통이 동반되는 시작인 것이다. ■ 유재길
Vol.20121204k | 함창현展 / HAHMCHANGHYUN / 咸昌賢 / 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