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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2 이랜드문화재단 2기 작가공모展
관람시간 / 09:00am~07:00pm / 주말 휴관
이랜드 스페이스 E-LAND SPACE 서울 금천구 가산동 371-12번지 이랜드빌딩 Tel. +82.2.2029.9885
본다는 것과 인식한다는 것-최영의 집요한 그리기 ● 극사실회화다. 매끈하게 마감된 화면의 배경에는 그리는 대상과 그리는 손이 간결하게 그려져있다. 작품 대부분이 연필같은 드로잉 도구를 움켜쥔 손으로 무엇인가를 그리고 있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캔버스에 유화로(근작의 드로잉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오일스틱(oilstick) 사용) 제작된 작품은 손등의 핏줄이라든지 살결, 손의 주름, 혹은 그리고 있는 대상의 질감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낸 그림들이다. 사진처럼 리얼하게 묘사된 최영의 작품은 이것이 사진인지 실제 그림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집요하게 그린 극사실회화다. ● 작품의 소재로 등장하는 것들은 대개가 작가의 취향으로 선택된 명화나 서양의 조각상들인데, 근작에서는 앵그르(Jean Auguste Dominique Ingres)나 다빈치(Leonardo da Vinci) 같은 대가의 드로잉도 작품 소재로 그리고 있다. 각 작품은 단독으로 그려지기도 했지만, 두 점이 한 세트를 이룬다. 이때 두 개의 화면이 동일한 구도와 소재를 보여주고, 그 초점이 그리는 손에 있는 것과, 그려진 작품에 있는 두 작품이 서로 상관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니까 보는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시점의 차이 즉, 오른쪽과 왼쪽 눈의 사이에서 이뤄지는 굴절인 '양안시차(binocular disparity)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원래 회화라는 것은 3차원의 공간을 납작한 평면 위에 재현시키면서, 시각적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회화가 재현한 이미지는 일루젼(illusion)일뿐이고, 캔버스 위에 들러붙은 것들은 물감덩어리라는 극명한 사실을 인식시켜주는 것이다. 이처럼 사진을 보는 듯하게 치밀하게 묘사된 최영의 작업은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거대담론을 다루는 동시에, 사진과 회화 사이의 관계 혹은 차이에 대한 물음을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 추상미술이 주를 이루었던 1960년대 말, 미국과 서유럽에서 새롭게 등장한 극사실주의는 1970년대에 국내에 유입되면서 국내ㆍ외를 구분하지 않고 대대적으로 붐을 이루었다. 이는 사진으로 촬영된 이미지를 다시 캔버스에 수작업으로 옮기는 방식인데, 사진기계의 힘을 빌러 포착한 이미지를 다시 회화로 번안하는 작업들이어서 포토리얼리즘(photorealism), 혹은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이라고 불렸다. 포토리얼리즘은 당시 추상회화가 주를 이루었던 국제 화단의 주류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았고, 극명하고 확실한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새롭게 부상하던 장르였다. 이러한 작업들은 다시 2000년대 초ㆍ중ㆍ반을 지나면서 새로운 붐을 이루었는데, 최영의 작업도 그 작품군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최영은 사진과 회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대미술의 현상에 대해 생각해보고, 사진과 회화 관계를 규명하며, 사진 같은 회화작업을 선보인 것이다.
회화작품에 사진기의 원리를 이용한 역사는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르네상스시대 화가들이 사진기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를 이용해서 작업을 선보였던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어두운 암실에 구멍을 뚫고 그 반대 벽에 실제 이미지 상을 거꾸로 찍어내는 장치로 원근법 실험에 이용하기도 했다. 이후 18~19세기가 되면서 회화작업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되며, 서양미술의 사실주의를 꽃피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카메라의 이용이 회화에 적극적으로 사용된 것이 바로 극사실회화 작업인 셈이다. 최영의 작업은 카메라 렌즈로 포착한 이미지를 캔버스에 그대로 옮기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극사실회화이지만, 기존의 다른 극사실회화 그림과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양안시차'에 관한 관점을 시각화 한 부분이다.
최영의 그림은 왼쪽눈과 오른쪽 눈의 거리와 차이로 생기는 착시현상을 그림으로 제시하는, 그러니까 입체경의 원리를 그림으로 번안한 작품이다. 왼쪽과 오른쪽 눈 사이 작은 거리로 인해서 보는 대상에 대한 왜곡이 생김을 통해, 본다는 관점에 따라 인식의 대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느냐에 대한 메시지를 작품에 담고 있는 것이다. 즉, 실제 보는 것과 인식되는 것의 굴절과 왜곡에 대한 문제를 최영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셈이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이러한 주제의식과, 양안시차를 화면에 담아내는 방식은 최영의 작업을 다른 극사실회화 작업과 구분시켜준다. 최영은 서양의 대가의 그림을 자신의 작품 안에 재등장시키는데, 그리는 대상에 관한 소재선택의 당위성, 이러한 소재가 갖는 작품 주제와의 상관성 문제, 그리고 같은 이미지를 꼭 두 작품으로 풀어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 등은 작가가 앞으로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과 이해, 그리고 작가만의 의도가 분명해진다면 최영의 집요한 그리기는 더욱 빛날 것이며, 나아가 그의 작업에 회화적 힘이 한층 돋보일 것이다. ■ 고경옥
Vol.20121204d | 최영展 / CHOIYOUNG / 崔永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