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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00pm
스페이스 컴 space CUM 서울 종로구 홍지문길 27 Tel. 070.8228.2398
우리는 매일 서로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나의 의도일 수도 있고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대상이 살아있을 수도 아닐 수도 있으며 나의 몸, 혹은 남의 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나의 힘든 시절, 나는 수많은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그들의 위로는 나에게 무딘 상처가 되었다. 나는 전혀 괜찮지가 않았다. 작품 속, 옷의 상표에 놓인 자수나 찍혀진 글씨는 좌우가 바뀌거나 앞뒤가 뒤집혀 분명 '괜찮아'라고 읽히지만 의미는 반대이다. 옷걸이에 걸려 축 처진 옷들은 나인 듯 처량하다. 크고 작은 관계와 사건들 속에서 상처받고 위로받으며 베이고 새살이 돋기를 반복하다 흉터만 가득한 내 마음이 보인다.
작품에 쓰인 옷이나 소독약, 봉합사 등은 이러한 삶의 모습을 은유한다. 옷은 몸 자체이다. 내 몸이 경험했던 사건, 시간, 불규칙한 심장박동, 그리고 그들의 말과 시선의 높낮이, 길고 짧음, 첨도를 그대로 기억해 낸다. 또한 물리적 최전방에 서서 세상의 공기와 맞닿아 존재하게 되는 그 표면의 아려옴 - 마찰의 통증을 견딜 수 있게 묵묵히 감싸주는 그런 것이다. 소독약이나 봉합사는 보이지 않는 마음과 기억의 벌어진 부분을 꿰매고 아픈 부분을 도려내어 제거하는 외과적 수술이나 소독의 행위를 떠올리도록 한다. 그리하여 치유와 회복, 흉터라는 시간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 또한 살고 있는 집에서 여러 흠집들을 발견하며 나와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서로의 같은 모습을 바라봄은 어떠한 긍정보다 큰 위로가 된다. 이제는 나 스스로를,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힘들었을 그들의 기억과 시간을 바라보고 소독하고, 꿰매고, 감싸주고 싶다. 나의 경험이 특별하지도, 그들의 시간이 소홀하지도 않게 말이다. 남들에게 버려진 옷을 가지런히 잘라 붕대를 감는 시간 내내 마음이 아련해 온다.
우리는 그렇게 매일매일 서로에게 크고 작은 위로를 주고받으며 산다. 나의 의도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대상이 살아있을 수도 아닐 수도 있으며 나의 몸, 혹은 남의 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이지향
Vol.20121202j | 이지향展 / LEEJIHYANG / 李知鄕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