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방 comfort of the room

이지향展 / LEEJIHYANG / 李知鄕 / mixed media.installation   2009_0411 ▶ 2009_0420

이지향_위로의 방_내복, 이불솜, 실_240×160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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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411_토요일_05:00pm

관람료_100원

관람시간 / 월~토_11:00am~06:30pm / 일_12:00pm~05:00pm

갤러리 담_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안국동 7-1번지 Tel. +82.2.738.2745 cafe.daum.net/gallerydam

나의 힘든 시절, 나는 수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나는 지금 괜찮고, 괜찮으며 곧 괜찮아 질 것이라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괜찮지 않았으며, 전혀 괜찮아 질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작은 구석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뒤척이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던 그 순간을 떠올린다. 주위 사람들의 생각처럼 두려움이나 죄책감, 슬픔, 절망감 보다는 괜찮다는 의미 없는 위로에 힘들어 했다. 사람들은 어리석다. 내 몸은 좀 피곤했고, 내 마음은 힘들었고 그리고 꽤 긴 휴식이 필요했다. 지금의 내가 그 때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상처를 들춰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라보기 위함이다. 지금의 나는 7년 전의 나에게 어떠한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이지향_위로_디지털 프린트_76×114cm_2009
이지향_위로_디지털 프린트_100×70cm×2_2009

'위로의 방'은 꿈에서 내가 나를 바라보듯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이다. 이불 위에 수 없이 누벼진 '괜찮아'라는 말은 그 속에서 끊임없이 외쳤던 내 독백이다. 그녀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곱게 놓인 자수는 좌우가 바뀌거나 앞뒤가 뒤집혀 분명 '괜찮아'라고 읽히지만 의미는 반대이다. 옷걸이에 걸려 축 처진 옷들은 나인 듯 처량하다. 크고 작은 관계와 사건들 속에서 상처받고 위로받으면서 베이고 새살이 돋기를 반복하다 흉터만 가득한 내 마음이 보인다.

이지향_괜찮지 않아_옷, 실, 봉합사, 포비돈 요오드액_56×80×56cm_2009
이지향_소독된 마음_석고붕대, 봉합사, 유리병, 포비돈 요오드 액_각 16×10×10cm_2009

내복과 옷들은 내 몸이 경험했던 사건, 시간, 불규칙한 심장박동, 그리고 그들 - 말과 시선의 높낮이, 길고 짧음, 첨도를 기억해 내는 저장장치이자 육체의 존재성에 관한 피상적인 개념을 현실로 연결 해 주는 다리와 같다. 물리적 최전방에 서서 세상의 공기와 맞닿아 존재하게 되는 그 표면의 아려옴 - 마찰의 통증을 견뎌낼 수 있게 묵묵히 감싸주는 그런 것이다. 이 파편화된 천 조각들이 머금고 있는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시간은 퍼즐처럼 한 덩어리로 맞춰지고 재현된다. 모든 것은 아물었다. 그러나 여전히 흉터로 남아있다. 남의 시선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감추기에 바빴던 나의 감정을 이제는 맘껏 누릴 수 있도록 허락한다. 이것이 바로 지난날의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이다.

이지향_할머니 인형_옷, 실, 단추, 솜_93×80×70cm_2009

나뿐일까. 나와 같은 많은 이들을 위해 실컷 울 수 있게 내 기억의 이불을 내어주고, 상처 난 마음을 꿰매 소독약을 발라준다. 할머니 옷으로 만든 인형을 안고 있으면 우리 아들이 할머니에게서 받는 순수한 위로와 사랑이 전해질까. 손주의 까맣게 썩은 이빨 사이로 내미는 사탕과 주름진 웃음, 할머니가 없는 나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종류의 그런 달콤한 위로 말이다. 이 모든 기억과 감정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잇고 수놓는 과정은 루이스 부르주아의 말 처럼 나에게 있어서도 '바늘의 관대함'으로 완성된다. 손상 없이는 절대 그 마술적 힘을 발휘할 수 없는 바느질은 상처와 치유라는 작업의 중의적 의미 자체이기도 하다. 바늘 땀을 따라 수도 없이 바라보고, 떠올리고, 느끼고, 꼭 품어서 만들어 지는 작업의 과정과 마음의 움직임이 어쩌면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의미 있는 위로의 해답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온기 있는 시선과 손길, 그리고 공간이 필요하다. ■ 이지향

Vol.20090411b | 이지향展 / LEEJIHYANG / 李知鄕 / mixed media.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