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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블로그_blog.naver.com/painter1234
초대일시 / 2012_1107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2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동물로 담은 실존의 자화상, 그리고 우리의 초상 ● 1.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풍경은 살갑지만 때론 비애이기도 하다. 묵묵히 걷고는 있어도 진정성은 늘 의심스럽기 일쑤고, 나와 타자의 관계는 곧잘 모순성과 그에 대한 구조적 대립성을 지니곤 한다. 우리는 그렇게 현대라는 거대한 브랜드에 감춰진 소외(Entfernung)를 느끼며 객체 누구나 갖고 있는 의식 혹은 이념이 일종의 변증법적으로 운동을 거쳐 발전하는 과정에 있어 본래 자기가 의도한 것과는 다르거나 원래와는 반대의 것으로 전화(轉化)하는 과정을 목도하곤 한다. 즉, 이념은 즉자적 운동의 최후 단계에 머무르며 이상적이어야 할 정신적인 자아를 부정하거나 혹은 상실한 인간들은 자기를 소외한 채 물질적인 자연으로 외화(外化)하는 현상을 접하며 삶을 영위한다고 할 수 있다. ● 필자는 작가 김영미의 작품에 내재해 있는 그 본연의 내면성(內面性), 그것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읽는다. 근대 문명이 성숙기에 들어간 이래 완성된 '자기소외적' 현상에 대한 탐구와 인간 삶과 관련된 다양한 의문, 그리고 나라는 존재성에 관한 시선과 그 사이를 배회하듯 부유하는 고뇌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현대문명 속 불안한 인간의 위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현대인의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 그리고 그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자연의 내재된 의미를 통해 존재의 근원적인 것과 변하는 것 사이에서 드러나는 여러 심상들의 교집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은 그것을 대리하는 상징적인 기호이자 인간의 본원적 감정을 대변한다.
2. 작가 김영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엔 '현대문명과 인간소외의 현상에 대한 규정(provision on contemporary civilization and a phenomenon of human isolation)'과 그에 따른 실존주의(existentialism)에 관한 탐미가 녹아있다. 실제로 그의 그림에선 삶의 현장에서 작가가 느끼는 뜨거운 감정들이 실존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부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신체의 몸부림이 인상적인 작품들이나 LP판 설치작품(이번 전시엔 출품되지 않지만), 그리고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동물로 의인화된 작품들처럼 때로 특수하고 개별적으로 자리한다. 각각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부엔 '존재 의미'에 대한 탐구와 '평화주의'는 공통의 분모라 해도 그르지 않다. 여타 다른 신체 작업이나 동물들로 의인화된 작업은 형상은 달라도 결국 현존재(Dasein)로 일컬을 수 있는 '인간'을 대리하고, 살아간다는 의제 앞에 작가 자신을 비기어 표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 김영미의 이러한 탐구적 태도는 사실 체험과 더불어 다독(多讀)에서 비롯된다. 그는 실로 많은 책을 읽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작업들을 보면 슈펭글러(Spengler)나 마르크스(Marx),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 등이 각 분야에서 주창한 현대 사상들과 접목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과 생명, 인간 실존주의에 기초한 토대를 현장과 이론에서 동시에 엿보이는 이들의 사상은 그의 작업을 채우는 밑동이자, 궁극적으로 자연과 생명을 비롯한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내용들로 자라는 분동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분동의 끝엔 다른 시선을 통한 내외적 자문이라는 또 다른 의미가 배어 있다. ● 따라서 하이데거(Heidegger)의 '일상인(das Mann)'이나, 사르트르(Sartre), 카뮈(Camus)의 이론에 대해 분석하는 철학성을 바탕으로 한 그의 작업은 시지각적 측면에 있어 여전히 자문적일 수밖에 없다. 현시대에 있어 '진정한 인간상(true human form)'은 무엇이고 근본적인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문자답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동물들이 등장하는 그의 그림들은 결국 경험과 사유, 위와 같은 철학적 배경 아래 작가 나름의 의지와 주관대로 밀도 있게 분석하고 있는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3.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상황에 처해지는 인간의 오늘, 생의 한 순간 한 순간 선택하고 몸을 맡겨야 하는 운명 같은 그림자들이 놓여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인간과 다른 사물 및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 구성되는 세계 내 존재가 이입되어 있음도 들여다보게 된다. 이와 함께 모든 생명을 고르고 동등하게 대하는 작가의 태도도 고찰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김영미의 작업을 '현대문명과 인간소외 현상에 대한 시선'을 명제로 한 '자연주의와 만민 평등주의'를 기표로 내세워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하여, 이 둘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바로 작가가 평소 주창하고 실천하려 했던 평등사상과 맞닿아 있음을 읽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며, 동물은 그 매제로써의 기준으로 적절히 소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동물들은 나를 비롯한 우리가 자기의 본질(本質)을 의심케 하는 문명의 방해물들이 진정한 자기상실(loss of self identity)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 반대 선상엔 자연주의(생명성에 관한 본질주의)에 대한 애착이 이입되어 있다. 풀 한 포기조차 귀한 생명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과 시선이 동물이라는 하나의 기호를 통해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으로 이 동물들은 우리의 초상을 그려놓곤 한다. 다층적 자문을 엮는 상징으로서의 기능도 그들 동물의 몫이다. 일례로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개는 작가의 다른 분신이며 애정의 기표이다. 또한 어리석음을 말하는 당나귀, 우직한 일꾼이자 친근한 소, 언제나 종알종알 노래하는 듯 하지만 애써 날갯짓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새, 영리하지만 영악하기도 한 원숭이 등도 같은 맥락이다. ● 가만 보면 이 동물들은 하나같이 무표정한 듯 어떤 표정을 하고 있다. 우린 그 표정 속에서 현재 진행형이며 늘 의문부호로 채워지는 오늘을 본다. 그것은 때로 부정적이고 욕구에 대한 불충분의 요소를 지니기도 한다. 반면 기쁨과 슬픔, 행복과 아름다움도 그들의 표정 속에 녹아있다. 인간의 오만감정을 그들의 표정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긍정적이고 평화적인 차원에서 드러나길 바라는 표정이 많다. 우울함을 지워낸 밝고 화사함이 희망을 담보로 하고 있음이 더욱 강렬한 편이라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작가의 미래이자 이상향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고르게 전달될 진정한 가치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인간들은 현실에서 자기 자신의 의미에 대해 성찰 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겼으며 수단화한 정신은 자기를 독자적 가치, 근원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자신은 물론 타인도 믿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그 사이엔 '평화'와 사랑, 이해와 배려와 같은 인간사회의 절대가치가 쉽게 들어서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현 시대에 있어 우리가 진정한 생명의 기쁨이나 동반자로써의 관계성을 맛보기가 힘들다. ● 이와 관련해 작가는 (그림과 다독을 통해)사는 것은 어쩌면 그 자체로도 행복한 것이고, 근원인 자연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미학의 원천이자, 본질을 배우는 근본이라고 말한다. (체험과 양서가 빚어낸 의미들을 이해하곤)비록 기계로 대변되는 문명과 대중 속에서 그 본래적인 자아를 소외, 상실한 채 살아가고 있지만 행복이나 희망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동물'이라는 또 하나의 친근한 상징을 통해 우회적으로 설명한다. ● 때문에 김영미의 작품들은 일차적으로 동물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 인간이 그린 동물이라는 매개교환을 가리키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자아, 본래적인 자아를 포함한 실존적 자각에 관한 일깨움이 이입되어 있으며, 회복하여야할 진실한 인간적 가치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타인의 세계, 그 귀중한 배려와 관용의 세계를 지정하고 있다 해도 다른 해석은 아닐 것이다. ■ 홍경한
Vol.20121107b | 김영미展 / KIMYOUNGMI / 金英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