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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STORY ART 후원 / 충청북도_충북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이드 GALLERY ID 충북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2가 80-4번지 충북빌딩 1층 Tel. +82.43.221.2199 cafe.naver.com/storyart21
차이의 시선: 다이아-보드와 '히말라야' ● 이기호의 작품에는 두 개의 시선이 있다. 먼저 다이아몬드와 스케이트보드를 하나의 몸통으로 만든 시선은 엉뚱하고 재치스럽다. 로트레아몽의 시에 등장하는 '시체해부대에서의 재봉틀과 우산의 만남'과 같은 우연은 아니지만, 최상의 보석과 서브컬쳐의 놀이기구를 하나로 바라 본 시선은 익살스럽다. 그 익살의 표면 아래에 숨은 또 다른 시선이 있다. 다이아몬드와 스케이트보드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도면'을 그린 그 시선은 다소 저항적이고 당돌하다. 그것은 한때 스케이트보드에 미쳤던 그를 이상하게 바라본 자들에게 문득 다이아몬드는 흥미로운 방어기제가 될 수 있다는 예술적 충동에서 온 것이다. ● 다이아-보드는 일종의 초현실주의적 발상-상사(相似)의 놀이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스케이트보드의 기표를, 보통의 한국 기성세대가 연상시키는 기의들-소통하지 않는 놀이나 유희, 개인주의, 공부로부터의 일탈, 때로 차도를 달리기도 하는 비규범성 등-로부터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전략이다. 작가에게 보드와 다이아몬드와의 공통점이란 재질의 단단함 뿐 아니라, 수많은 흠집을 내면서 터득한 보드 타는 기술이 곧 다이아몬드가 갖는 흉내 낼 수 없는 광채, 즉 고도의 예술의 경지와 같은 느낌과 승리감을 준다는 것. 그때 비로소 다이아몬드와 보드의 기호는 서로를 보충 대리하는 코드의 발생, 즉 끝없는 시적 유희로 밀착함으로써 새로운 기표로 확장될 수 있다. 광산의 저 심연 깊숙한 곳에 숨은 보석을 찾아가듯, 우리 인생의 스케이트 보더들은 수없이 넘어지고 부딪치며 터득한 자신의 기술로 세상의 험한 다리를 건너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고비를 넘어 점핑하는 어느 순간, 잠시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광휘로운 삶의 다이아몬드를 얻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기호가 비틀고 싶은 것은 시선의 상투성, 강제성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내가 보는 대로 보지 않고 타인이 강요한 시선으로 본다는 것이 천성이 예술가인 그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하이힐의 밑창을 보드로 잇댄 발상은 그러한 고정된 시선을 해체시키기 위해서이다. 바퀴달린 보드 자체를 그대로 사용한 그 구두는 달리기의 욕망을 거세당한 하이힐에게 반란을 도모케 한다. '여성들이여 하이힐로 세상을 뛰어다니고 구르고 점프하고 싶지 않은가'라는.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구두에서 포착되는 그 교묘하면서도 어딘가 서툰 유머와 같은, 그러한 엉뚱한 '도발'은 우리 삶의 정체되어 있는 시선들을 흔들어 놓는다. 이처럼 텍스트와 이미지의 재현을 비껴가면서 끊임없이 고정된 언어의 옷을 흔들거나 뒤집는 놀이는 일종의 사회적 앙가주망이다. 그러나 동시에 여전히 철없는 고등학생처럼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도 세상과 화해하고픈 예술가의 욕망이기도 하다.
사회의 시선이 늘 권력에서 생성된 것이라고 푸코가 말한 것처럼, 각 시대의 힘의 실체들은 어느새 우리의 무의식의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해 놓는다. 스케이트보드에 보내졌던 차별의 시선만큼, 「히말라야-서울대」의 공식도 흥미로운 시선이다. 작가는 그러한 제목과 서울대의 기호를 병치시킨 책에서도 예외 없이 '차별의 시선'을 읽어낸다. 또한 그 시선 끝에는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양산한 그러한 차별의 아이콘들이 존재한다. 상아탑의 권위를 히말라야 정상의 기호와 일치시키는 그러한 이미지들은 늘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기호에게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왜 우리는 차별의 시선을 '차이의 시선'으로 바꾸지 못하는가? ● 이 낯설게 다가오는 질문들-이미지들을 잠시 우리 곁에 머물게 하자. 작가는 자신이 만든 이미지들의 성위(星位) 사이로 오가며 우리가 그러한 질문에 빠져들길 바라는지도 모른다. 스케이트보드 타기가 유치하다거나 반규범적인 정서를 갖는 것인지 자문하는 작가에게 누군가는 시원한 답변을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먼저 이기호의 바퀴달린 구두와 거대한 다이아-보드가 그에 대한 답변을 시작하고 있다. ■ 유현주
Vol.20121106h | 이기호展 / LEEKIHO / 李沂浩 / sculpture